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만난 사람들

김치와 불고기를 좋아하는 내 미국친구들

앤드류 엄마 2013. 3. 16. 01:51

 

김치와 불고기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Bob & Judy  

 

김치를 큰접시에 한접시 내었어야 했는데 사진을 위해 예쁘게 담았더니

김치가 샐러드도 아닌데 Bob이 식사를 하기전에 김치부터 먹어서는 금방 다 먹고 다시 또 내어야 했다.  

 

Bob & Judy 는 김치와 불고기를 좋아하고, 

내가 만든 음식을 이 지구상에서 제일 좋아해주는 내 미국친구들이다.

(남편은 내가 한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했더니 어떻게 그럴수가있냐며 믿기지 않는단다)

두사람은 우리집에서 김치와 불고기를 처음으로 먹어보고선 이렇게 맛있는것도 있냐며 놀랬다.

쥬디는 아무래도 자기는 전생에 한국사람이었는것 같단다.

 어제도 농담으로 김치를 주지 않으면 점심안먹고 그냥 가야겠다고 협박을 했다.

 

어쩌다 불고기를 만들게되면 두사람을 위해 넉넉하게 준비하는데

우리가족들이 불고기를 좋아했으면 더 자주 먹을수 있을텐데,

나도 그렇고 우리가족들은 불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이친구들과 미국사람들을 초대했을때나 불고기를 만들게되니,

두사람이 먹을복이 쬐금 없는것 같다.  

 

쥬디와 밥 그리고 밥의 부인 제니와 우린 이웃으로 성격이 비슷해 특히 잘 지냈다.

그런데 제니가 난치병인 루프스를 앓아 직장을 그만두고,

건축기술자인 밥도 미국경기가 좋지않아 일감이 줄어

집융자금을 갚지 못해 은행에 차압당하기전에 몇년전에 인근동네로 이사를 갔다.

(집값의 85%을 융자했는데 집값이 30%이상 떨어져 집값보다 남은 융자금이 더 많았다) 

 

제니가 살아 있었을땐 낮에 집에 있는 제니와 쥬디를 초대해 

가끔식 셋이서 불고기 백반해서 함께 점심을 먹곤했는데,

 제니는 지난 여름에 하늘나라로 갔고,

쥬디는 남편 빌이 30년이상 근무했던 회사가 폐업을 해

집에 있는 남편을 위해 남편의 친구가 되어주느라 집에 있에

(오늘 빌도 함께 초대했는데 그는 사교성이 없는 편이라

한국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오지 않았다). 

쥬디와 둘이서 점심 먹기도 쉽지않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뉴스와는 달리 이곳은 여전히 건축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밥은 가정집의 작은 일거리들을 해주며 생계를 꾸리고 있는데, 

 어제부터 우리집 지하실 드라이웰 머드와 샌딩일을 하고 있어

 점심을 함께 먹을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제니가 그렇게 떠나고나서 밥이 많이 힘들었다.

밥은 아무리 힘들어도 호탕하게 웃으며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시간이 약이라고 힘든시기를 보내고 이제 많이 회복되어 예전처럼 호탕하게 웃곤하지만

가끔식 스쳐지나가듯 공허한 그의 표정을 볼때면 가슴이 아프다. 

 

점심먹어면서 예전엔 정말 사람을 좋아했는데,

이젠 사람들에게 약간 거리를 두게 된다고 말하면서 쓸쓸함이 묻어있었다.  

난 그말의 의미를 알것같아 그에게 미안했고 마음이 무거웠다.

밥과 제니는 가족(두사람의 형제자매 가족들)과 친구들은 자신의 가족이나 마찮가지라며 

그들이 도움이 필요할땐 자기일처럼 아니 자기일보다 더 열심히 도와주었는데

정작 자기가 어려웠을땐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에 상처를 받았던것같다.

밥은 내가 자신의 진정한 친구라고 고마와하는데

사실 난 우리가족이 먼저였고, 그렇게 많이 도와주지 못했다.

예전처럼 이웃에 살았으면 도와주기 쉬웠을텐데...

 

몇주전에 밥의 가족들을 초대했을때 하필 쥬디가 그날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기에 쥬디가 많이 아쉬워 했는데,

오늘 함께 점심을 먹을수 있었어 다행이었고,

식사하면서 쥬디와 밥은 지난날의 자신들의 상처들에 대해

스스럼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두사람 다 과거에 아픔이 많았다)

수다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좋은 치료제가 되기에

밥이 오늘 두 아줌마들과의 수다로 힐링이 많이 되었으면 좋겠고,   

올해이내로 건설현장에 일이없으면 또다시 이사를 가야 한다고 하니   

제발 경제가 좀 좋아져서 계속 그곳에서 살게되었으면 좋겠다.

 

슬픔을 이겨내고 혼자서 씩씩하게 넷이나 되는 아이들 다 챙기고, 살림도 잘하고,

힘들어도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는 그가 참으로 존경스럽다.

 

제니가 있었을땐 제니가 버섯을 싫어해 음식에 버섯을 넣지 못했는데 (그때도 그가 요리를 많이했다)

요즘은 아이들이 싫어해도 상관없이 음식에 버섯을 맘대로 넣고 있다며 웃었다.

(그집아이들은 식사를 하지 않음 물 이외는 아무것도 먹을수가 없기에 불평해도 먹어야한다).

 

 밥이 좋아하는 불고기와 김치와 함께하는 수다가 그에게 위로될수 있으니 

앞으로 가끔씩 이런 자리를 가져야 겠다.   

그런데 밥이 다음번에 꼭 자기 집에서 식사를 해야 한단다.

 

2013.  3.  15.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