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가끔씩 블로그 읽고 있고있다면서 가족여행도 자주 다니고 내가 부럽단다.
그래 여행은 어쩌다 한번씩 가는것이고,
미국은 기나긴 겨울동안 이웃들 얼굴보기도 힘든다면서
어떨땐 가족들과 교회가는것 제외하고 1-2주 동안 한번도 다른 사람들
만나지 않을때도 있고, 그날 6개월만에 처음으로 이웃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했다고 했더니
그이가 놀라면서 그런 생활은 나랑 맞지않는데, 어떻게 그렇게 사느냔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하기 마련이고, 이젠 익숙해져서 괜찮다고했다.
6개월만에 함께한 이웃들 (그날 마지막코스로 선보인 베트남쌈이 사진에서 빠졌네)
지난 9월과 10월에 아버지 병문안과 장례식다녀오느라 한국가고, 또 마음이 착찹해
혼자 지냈더니, 이웃들이 서로 얼굴본지 오래되었다며 다들 한번 만나자고하면서도
말만하고 나서지 않아 내가 또 마담뚜로 나섰다.
한국의 지인이 남편 직장관계로 워싱턴 근교로 이사오게 되었다.
그이도 나처럼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것 좋아하고,
말을 함으로서 에너지를 받는 외형적인 사람인데, 초기에 말할 사람이 없어 참많이 힘들어했다.
나역시 같은 경험을 했기에, 그이의 처지를 이해할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 난 학교다니느라 시간을 분으로 나누어서 사용해야할때라
그녀가 많이 안타까왔지만, 맘껏 수다풀수가 없었고,
거리가 멀어 서로 오갈수없었기에 그녀의 외로움을 충분히 달래줄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도 이젠 외로운 미국생활에 익숙해졌고, 좋은 블로그에서 배우는것이 많아
일과중 블로그찾아서 읽는것이 즐거움이 되었단다.
한국살았으면 사람들 만나느라 바빠서 블로그도 모르고 살았을텐데
미국와서 블로그들을 만나 좋았다고.
내 경험으로 사람좋아하는 사람들이 미국에서 우울하지않게 생활하려면
한국사람들 많은 곳에 사는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남편직장이 우선이기에 지역을 마음대로 선택하기도 쉽지 않고,
또 한국사람들도 세탁소등 비지니스하는 사람들이 많아 생업에 바빠 함께 놀사람이 없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것은 잊어버리고, 하고싶은일중 가능한것을 찾아서 하면서
그 현실에 익숙해지는것이 한 방법일것 같다.
가끔씩 미국 사람들이 가족들과 친구들이 보고싶지 않느냐고 묻곤하는데,
난 보고싶어도 갈수없기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편이다.
가능하지 않는것은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하니, 발전이 없었겠지만,
하지못하는것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적다.
내 친구말따나 나의 심한 현실주의가 탈이고 약이다.
익숙해져야하는것중 하나가 미국은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데,
그 시간들이 불편하지않고 자연스러워야겠다. 예상외로 이 시간이 불편한사람들이 많다.
남편은 1년에 몇번 회사 바쁠때만 제외하고는 매일같이 4시반에 퇴근하고,
(한국살때를 제외하곤 퇴근해서 누구랑 집밖에서 저녁먹든지, 술마신적이 한번도없다)
아이들은 어릴땐 축구하느라 바빴는데, 이젠 학교 방과후프로그램만 참석하고,
학원을 가지않으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우리집 세남자는 겨울내내 주말 이틀동안 일요일 교회가거나 특별한 일을 제외하곤
거의 집안에서 지내는데 가끔씩 세남자가 나란히 티브앞을 떠나지않을때와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빈둥거리는것땜에 한번씩 잔소리하는것을 제외하곤
날 귀찮게하지 않아서 그런지, 익숙해져서 그런지 아무렇지도않다.
그리고 또 하나는 혼자있는 시간을 즐기고 익숙해져야한다.
나도 예전엔 사람구경하기 힘든 겨울이면 어떤 단절감에 우울해지곤했다.
그런데 블로그를 시작하고부턴, 블로그에 글을 써면서 내 자신과 대화를 하고
내 삶을 채우며, 더불어 블로그를 통해 다른사람들과 교류와 소통을 하니
이젠 겨울에도 우울하지 않을뿐더러 혼자있는 시간이 많은 겨울이 좋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어진 삶이지만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사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남편직장때문에 원치않은 이사를 한 경우,
새로운 환경에 주변에 아는사람이 없어 초기에 외로움으로 우울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자기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런것같다.
외롭기로 말하면 한국에서 언어도 다르고, 가깝지도 않은 시댁외 가족과 친구 하나없는내가
더 외로와야겠지만, 난 내가 선택했기에, 새로운 삶에 적응하며 살수있었던것같다.
이땅에서의 외로움은 바꿀수없는 현실이라 그냥 익숙해지기로 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것 같다.
그런데 심심하고 외로운 삶에서 배우고 얻는것도 있다.
시간이 많으니 반성도 많이 하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생각도 많이하고,
사람과의 만남이 귀하니 사람과 인연을 귀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더 감사하게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좋은것 같다.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 부러워 하지 마시길...
2012. 2. 13. (월) 경란
추신 :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도시인들도 외로운 사람들이 많은데,
건국대 정신건강 의학과의 하지현 교수님은 현대 도시인에겐 외로움은 숙명이라며
다음과 같은 처방전을 주셨다. 2012. 3. 3. 한국일보 (www.hk.com) 에서
"외로움은 숙명이다. 그래서 혼자임을 즐길 수 있고 혼자일 때도 불안해 하지 않으면서 자기 세계 속에서 원하는 것들을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누구와 함께 있다고 외로움이 해결되는 게 아니다. 나는 지금 책 2권, 논문을 쓰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약속은 가지만 어떨 땐 못 간다. 그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고 나는 외로워진다.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은 '넌 아쉬울 때만 손 벌려' 라고 할 것이다. 그럼 난 미안해한다. 그게 무서우면 책이나 논문도 못쓴다. 하지만 혼자 있으면서 책보고 생각하고 내공을 키워 사람을 끌어당긴다면 오히려 외로움이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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