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일상에서

친구맞나?

앤드류 엄마 2012. 2. 18. 09:20

 

 

난 사람을 좋아하는데다, 한번 맺은 인연은 계속 유지하는편이라 

친구(가족과 친척외 가까운이들)들이 좀 많다.

 

한국과 미국 시차도 다른데다 전화요금도 있고해서 내가 항상 전화를 하게되는데,

연락할 사람들이 많아 몇명을 제외하고는 어쩌다 한번씩 통화를 하게된다. 

 

몇주만에 방통대 졸업을 앞둔 선배에게 전화를 했더니 지독한 감기를 앓고있었다.

그래 일주일후에 이젠 나았나 싶어 다시 전화를 했더니 선배가 본인보다 형부가 더 많이 아팠다며 

독감인줄 알았는데, 맹장이터져 복막염수술받고 입원중이란다.

그런일 있슴 연락해주어야지 내가 기도라도 해주지, 생전 연락도 안하고,

더 큰일이 있어도 모르고 지나가겠다고 했더니 그러게 사는게 뭔지 하면서 기도를 부탁했다.

다음날 병원으로 형부에게 전화를 했더니 다행히 회복이 잘되고 있다며 국제전화니 빨리 끊어란다. 

휴다폰으로 한 전화라도 전화비 얼마되지 않는데 참.

 

난 언니가 없고, 선배는 여동생이 없어 우린 친자매처럼 가까이 지냈는데,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해도 연락도 없고, 내가 전화하지 않았슴 몰랐을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허전해지기까지 했다.

 

그런데다 몇일전 또다른 친구와 오랫만에 통화를 했더니 (그전에 몇번 전화했는데 부재중이었다)  

친정아버지가 갑짜기 돌아가셔서 그동안 서울 왔다갔다하느라 바빴단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면 연락해야지 하면서 친구를 나무랬는데,

친구와 친구 아버지에대해 이야기를 하다 말미에 친구가 우리 아버지에 대해 물었다.

우리아버지 돌아가셨을때 내가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아 그때까지 그 친구는 모르고 있었다.

자긴 내가 미국에 살아서 연락하지 않았지만, 

넌 연락해야지 하며 이번엔 친구가 날 나무랬다.

 

한국에서 결혼식, 장례식이 많아 가계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에,

친구들에게 부담주기 싫은데다, 내가 그 친구들에게 다음에 다 챙겨줄수 없을것같아

장례식때 일부러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장례식을 마치고도 집안 일로 친구들에게 전화할 기분도 아니었고,

전화하면 만나자고 할텐데 만날시간이 없어,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래 친구들에게로부터 원성을 많이 들었다.  

미국처럼 장례식에 참석하더라도 부의금없이 그냥 상주들을 위로해주고,

참석하지 못하면 함께 조의카드로 위로를 해주는것 같으면 부담없이 연락할수있을텐데...

 

친구란 서로에게 기쁜일이나 슬픈일이 있을때 함께 축하해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건만

부모가 돌아가셔도, 가족이 아파도 연락도 하지 않으니,

친구와 통화하면서도, 우리가 친구맞냐며 웃었지만, 씁쓸했다.

그친구도 직장생활 몇년씩 함께하며 의식이 맞아 의기투합도 잘되어 가까왔는데...

 

그런데 나야 미국떨어져 사니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니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에 사는 친구들끼리도 무심하긴 마찮가진것 같다.   

창원사는 후배가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을때였다.

전화를 했더니 오후였는데 목소리가 잠겨있었다. 

목이 왜그래 했더니, 그날 처음으로 말을 했더니 목이 메였어 그런것같단다.

친구가 사정이 있어 1인실을 이용해야했는데  그때까지 전화한통화 하는 사람이 없이,

다들 문자 메세지만 보냈단다. 썰렁한 병실에 혼자 있는데,

가족이고 친구라면 서울까지 병문안은 못오더라도 전화라도 한번 해주어야지 

아무리 바쁘더라도 그렇지, 10분만 시간내면 될텐데.

 

미국은 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어도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친척이 아프면

기도해 달라고 이메일이 오고, 가족중에 암환자가 있슴 이메일로 수시로 진행상태에

대해 연락이 오고, 실직을 해도 기도를 부탁하고, 몇번 만나지 않아도 1년에 한번씩

가족사진을 동봉한 가족의 뉴스레터로 1년간 어떻게 지냈는지 동향을 전해받고,

아픈사람에게 빨리 나으라고 위로의 카드를 보내며 관심을 가져주니

그리 친한 사람이 아닌데도 관계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보여주는지 모르는 사람들중에서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가끔씩 내가 전화하지 않음 우리관계가 지금처럼 유지될까? 

혹시라도 내가 아파서 연락하지 못하면 궁금하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내가 전화했을때 어떻게 사니? 별일 없니? 묻기보단 가끔씩 내 생각날때

내 블로그 들어와 읽어보고, 아니 사진이라도 보고, 앤드류 키가 정말 컸더라고

한마디해주면 좋겠지만, 이또한 친구들을 부담스럽게하는 욕심이니 마음을비운다.

 

문득 법정스님의 "귀한 인연이기를" 이란 시를 생각난다.  

 

귀한 인연이길 / 법정스님

진심어린 맘을 주었다고 해서
작은 정을 주었다고 해서
그의 거짓 없는 맘을 받았다고 해서
그의 깊은 정을 받았다고 해서
내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깊은 사랑의 수렁에 빠지지 않기를

 

한동안 이유 없이 연락이 없다고 해서
내가 그를 아끼는 만큼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만큼
그가 내게 사랑의 관심을 안준다고 해서
쉽게 잊어버리는 쉽게 포기하는
그런 가볍게 여기는 인연이 아니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힘든 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살아가다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 내게 가장 미더운 친구

내게 가장 따뜻한 친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지금의 당신과
나의 인연이 그런 인연이기를... 


2012.  2.  17. (금)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