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살때 꿰메고 있는 남편
주방에 있는데 거실에서 남편이 불러갔더니
옆에 우산이 펴져 있었다.
그래 뭐 할려고 하는지 물었더니
지난해 부터 나한테 우산 고치라고 했는데,
여지껏 우산이 그대로라면서 우산 살대를 고칠거란다.
그래 지난핸 너무 바빠서 못했다며, 내가 고칠테니 그냥 두라고 했는데도
본인이 하겠단다. (더 이상 나를 못믿겠나보다)
바느질통에 있는 실들이 다 너무 가늘다며 더 굵은 실이 없냐고 해,
이런것 뿐이나, 그 실들은 가늘어도 튼튼하다고 했더니,
실을 두줄로 해서 바늘귀로 궤려고했다.
나이가들면 가는실 한줄도 바늘귀에 연결하지 쉽지 않은데,
어두운 눈으로 두줄을 한꺼번에 연결하려니
표정이 가관이 아니었다.
평소같으면 내가 그자리에서 바로 바늘에 실을 꿰 주었을텐데
그 표정이 너무 재미있었어 대신 카메라를 가지러 갔다.
그런데 카메라가 제 자리에 있지않아 아까운 찬스를 놓쳐 어찌나 아쉽든지.
내가 카메라를 찾았을땐 남편이 우산살때를 바느질하고 있었다.
(많이 떨어진곳에서 몰래 숨어서 촬영했기에 남편에게 이사진이 영원히 비밀이었슴 좋겠다).
하이튼 어떤 물건들은 쉽게 잊어버리거나 망가뜨려 금방 또 구입하고 하면서
이럴땐 또 어찌나 알뜰한지.
모든 물품들을 이렇게 알뜰하게 사용했으면 우린 지금쯤 부자가 되었으리라.
아무튼 고정관념때문인지,
내가 부러진 우산 살때를 고치는것은 알뜰한 것인데,
덩치 큰 남편이 부러진 우산 살때를 바느질로 고치는 모습은 누가 볼까 쬐금 민망스럽다.
한국사람들은 남편의 이런모습을 남자가 덩치값도 못하고 쪼짠하다고 할것 같다.
그래도 나한테 한번 말하고는 더이상 말하지 않고 본인이 했는데다
나보다 더 야무지게하니 쪼잔해보여도 알뜰한 남편이 고맙다.
2012. 1. 8. (일) 경란
-
성 기선
답글
우산 손질하는 데이빗아빠 모습이 꼼꼼해보이네. 나도 가끔 우산손질하는데 한결이 아빠는 나보고 시간낭비라고 잔소리한단다. 그 시간에다른 공부나하라나. 내가 전업주부인것을... 요즘 우산이 대부분 중국산이라 몇번 사용하면 고장이 잘나는데 푼돈아낄 생각을 해야지 봉급생활자가 절약을 생활화해야지... 나와 경제면에서 생각이 많이 달라 짜증날때가 많아 그래도 데이빗아빠는 알뜰하니 다행이네. 너에게 두번시키지고 않고 직접하니 좋은 남편이네.
앞으로는 더 큰 부자가 될거야!!! -
우산살을 고치시는 남편분의 모습이 제 눈에는 백마디 말보다도
답글
더 정확하게 성실한 가장의 모습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알뜰한 남편이 고마울 때도 있지만 때로는 너무 소소한 일에
몰두한 나머지 옆에서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는 때도 있긴 합니다.
저의 남편도 이런 구석이 적잖이 있거든요.
(그런데 컴퓨터를 고쳐 줄 때만큼은 고마운 정도가 아니라 아주 예뻐 보이기도 한다니까요.ㅎㅎ
이런 증세는 제가 블로그 시작 후 부터 생기게 된 새로운 것이지요.)
그럴 때엔 저는 속으로 딴 청을 피우곤 해요.
마누라한테 대놓고 잔소리도 못 할 경우엔 혼자서 궁시렁대지만
내가 알게 뭐냐는 식으로 저는 동상이몽이 된답니다.ㅋㅋ -
전혀 쪼잔해 보이지 않아요.
답글
가정적으로 보여서 참 보기 좋은 풍경이란 생각이 들어요.
남자들은 그런것 같아요. 모든 물건을 다 아까워하는것이 아니라
본인이 특별히 소중하게 생각하는것이라든가 맘에 드는 물건이든가
손쉽게 손볼수 있는것은 그렇게 움켜잡고 있더라구요.ㅎㅎ 저의 남편 예기입니다.
저의 남편이 저렇게 꿰메는 모습을 저도 몇번 본적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귀엽던데요.ㅎㅎ -
가을하늘2012.01.09 19:55 신고
엄청 보기 좋구만 뭘...
답글
두번 이야기하지 않고 자기가 해버리는 모습이 좋은데..
우리남편경우에는 화부터 내고 또 시킬꺼다.
성격도 급하고 좋지않아 뭐든지 안되면
부서서라도 하는 성격이라 컴퓨터든지 고장나면 고치라고
소리를 아예 안한다. 써비스부르고 말지..
정말 알뜰모습 본 받아야 되겠구만..
원주씨 보여줘야겠다. -
언니 아저씨 모습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구만요
답글
갑자기 <성자가 된 청소부>생각도 나고....................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아끼고 절약하는 사람을 매도하는 사회분위기지만 고쳐스고 아껴쓰는 사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
-
앤드류 엄마2017.09.22 17:13
은령씨가 더 장하네요.
고칠수 있는것은 고쳐서 사용해야 하는데,
가끔씩은 쪼잔이 도를 넘칠때도 있어
내가 그돈 내겠다며 사소한 일로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남편에게 들이 받을때도 있답니다. [비밀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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