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이 3학년때인가,
아이와 "마이더스의 손" 을 함께 읽다가 만약 하느님이 너한테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면
넌 무엇을 부탁하겠냐고 물었더니, 녀석은 엉뚱하게 보통아이들의 10가지 소원중 꽁무니에도
끼지 않을 "좋은 아버지가 되는 지혜" 를 달라고 하겠단다.
녀석이 자폐가 있어 가끔씩 생각과 행동이 워낙 엉뚱하니까 그런대답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녀석은 정말 진지한것 같다.
데이빗은 이웃에 친구가 없고, 근육이 약해 걸을때 오른발이 안쪽으로 향하기에
발 교정도 해주고, 운동도하고, 이야기도 하려고 날씨가 좋으면 녀석과 산책을 한다.
녀석의 오른발이 안쪽으로 향하면 예전엔 그냥 오른발 바깥으로 하라며 주의를 주곤했는데,
녀석의 소원을 듣고나서부턴
아직까지 뼈가 완전히 굳지 않아 조심하면 교정이 되는데, 나중엔 너가 아무리 바로 걸어려고해도
걸을수 없다며,
너가 그렇게 걸어면 여자친구나 네 아이가 챙피해서 너랑 같이 걸어가지
않으려고 할수도 있으니 바로 걸어라고 하면 바로 교정한다. (이내 또 안쪽으로 돌아가지만).
그리고 함께 산책할때 녀석이 나랑 보조를 맞추지 않고 혼자서 빨리 뛰어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너 아빠되려면 먼저 여자친구와 사귀어야하고, 또 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데이트할때 보조를 맞춰 걸어야지 너처럼 그렇게 하면 여자친구 못사귄다고 하면
또 나와 보조를 맞추어주고,
이야기하다 주제와 전혀 다른 엉뚱한 이야기를 할땐
데이트할땐 이야기 주제에 맞게 이야기 해야하고, 화제도 공통된것으로 해야한다고
가르치면 효과 100%다.
녀석이 이러니 이제 중학교 1학년인데, 제발 착한 여자를 만나야 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녀석의 생각을 바꾸기위해, 세상에 나쁜 여자들도 많으니 결혼 잘못하면 큰일나니까
그냥 엄마하고 살면 안될까 했더니, 녀석이 여자친구 생기면 엄마한테 물어볼테니
결혼해도 될런지 엄마가 결정하란다.
녀석이 가끔씩은 멀쩡한 제 형보다 더 어른스러울때가 있어 가끔씩 자폐가 아닌데
아이가 어릴때 내가 잘못한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때도 있다.
부모의 덕목중 가장 중요한것이 사랑과 인내인데, 난 급하다.
그래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곤하는데, 어느날 교회에서 오는길에
두 아이에게 엄마가 화가났을때 너희들을 아프게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더니
큰아인 무응답이었고, 데이빗이 엄마가 우리가 잘 자라도록 하려고 한것이니 괜찮단다.
어젠 이야기 끝에 대학가면 집을 떠나 혼자살아야하고, 학교도 커서 걱정이라고 했더니
자기가 지금부터 준비 잘해서 엄마에게 짐을 주지 않겠다며 걱정하지 말란다.
그래 넌 내 짐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니 절대 그런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 주었다.
녀석은 사랑이 많고, 그 사랑을 잘 표현하기에 좋은 아빠가 될수 있기에,
제발 녀석이 착한 배우자를 만날수 있도록 주님이 녀석의 소원을 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2012. 1. 12. (목)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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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2012.01.12 20:01 신고
데이빗의 마음이 참 예쁘네..
언니가 걱정안해도 될텐데 벌써 걱정을하니 그만큼
데이빗에대한 언니의 마음이 잔잔하게 울리는것 같네..
아들과의 대화하는 모습, 잘 들어주고 받아주는 모습이 좋네그려..
영이는 엄마가 하는것은 무조건 싫고 누나랑 이야기하고 하는것은
잘도하는데 난 홍명이를 통해서 영이랑 말하는데 영이랑 말할때는
조심스럽구나..
편하게 아들이랑 같이 산책나가고 이야기하는 언니의 모습이 정말 부럽네..
난 그렇게 아들하고 말하고 싶은데 대화유도를 못하는가 보다... -
통영2012.01.13 01:09 신고
생각해보면 엄마와 깊고 뜻있는 대화를 했던 기억은 없는듯하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우리를 깨워주던 부엌에서의 식사준비소리!
다치거나 했을때 놀라시며 나를 쳐다보던 그 눈빛!
술한잔드시면 놀라운(?) 주정으로 우리를 비참으로 몰고가시던 아버님을
늘 옹호하시며 (늘 힘드셔서 그런거야라며) 단 한번도 아버님을 원망하지 않게 만드신 언행!
단한번도 다른 아이들과 비교 당해보지 않았던 추억
늘 자신의 의견은 없고 조잘거리는 우리들의 얘기를 끝까지 듣고 계셔서 생기게된 자존감
공부하란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없고
늘 남앞에서 우리들의 조그마한것도 자랑하시던 모습
그래서 형성된 사고는
엄마의 사랑은 모성 본능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그 모성 본능은 자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수 있음을 알기에
사춘기 재영이가 엄마는 이러코 저러코 투덜대더라도 씩웃을수 있고
어른스런 태영이가 에이 엄마!라고 투정을 부리면
내가 살아있는한 난 너희들이 가장어려울때 너희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수 있는 존재이므로 이까지꺼 너희들이
좀 불편해도 참아야 돼 라고 튕기고 말지...
외출후 벗은 옷마저도 정리 정돈 안하는 재영에게 뭐라 할라치면 아무말이 옷정리를 하는 남편을 평생 보면서
내가 그 옷정리를 해주기 귀찮으니 정리정돈을 해야하다며 잔소리 하는건 아닐까 의문이 들때가 있다
요즘 은
집에서 잔소리를 해야만 된다는 나와
성장하면서 스스로 깨닫게 된다는 남편과 토닥거리고 있을때면
재영 스스로 내 잔소리 때문이 아니라 아빠의 보살핌과 극진한 사랑에 미안해 고쳐지는게 있는듯해.
한 사람이 태어남은 그 사람이 태어나야 할 이유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야
사랑만 하다 가자.
남편도 사랑하고 자녀들도 사랑하고 친구도 사랑하고 부모님도 사랑하고.....
너무 매일 매일 감사하고 사랑해야할 순간들이 가득해 누구를 미워할 시간이 없게....-
앤드류 엄마2012.01.13 09:09
너희 어머님이 참으로 현명하고 지혜로우신 분이셨구나.
그러니 너의 그리움이 더 크겠다.
남편이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않기에, 싫은소리하다가 포기했는데
아들은 아버지처럼 마누라한테 잔소리 듣지 말고,
그들의 자녀들에게 모범이 되는 아빠로 키우고 싶어
난 우리아이들한테 제법 잔소리를 한다.
목욕후 수건 바닥에 두지말고, 잘 마르게 펴서 걸어놓고,
외출후 외투는 벽장에 걸고등등...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것이 나이가 들수록 어려운데,
사람마다 다르니 성장하면서 스스로 깨닫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생각없이 마누라 잔소리 들어도 나쁜습관고치지 못하고 그대로 사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다.
그래 태영이과 재영이 잘 키운것 같다.데이빗의 소망은 엉뚱한 것이 아니지요.남자라면 당연히 그 소망이 있어야지요.
엉뚱하게 보는 우리가 엉뚱한 것 같아요.
따뜻하고 순진한 마음을 가진 데이빗의 일상생활에서 다른 아이들 처럼
평범하게 적응을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안타까움이란 조금은 짐작은 하지만
자페증세가 있는 자녀를 둔 경험이 없는 제가 감히 안다고 말씀을 드릴 수가 없네요.
저의 집안에도 자폐아를 둔 가정이 있어 그 부모들의 힘겨움을 많이 알고 있읍니다.
아기가 2살이 되어도 엄마란 소리를 안하고, 엄마와 눈을 맞추질 않기에 이상한 생각에
의사를 찾았더니 자폐증상이 있는데 정상과 자폐의 경계가 불분명한 상태로 조금 기다려 보자고 했는데
내내 나아지지가 않아서 아예 아빠가 직장을 포기하고 집안에 들어앉아 살림과 육아를 도맡아 하며
엄마가 직장에 다니고, 아이를 3살 때부터 특별히 therapy 를 받게 하고 있어
지금은 많이 나아진 상태이지만 여전히 아빠가 항상 옆에 있어야만 하고
가족 모임외에는 여러사람이 만나는 장소엔 참석을 못하더군요.
지금 데이빗의 생활모습은 아주 좋은 예후로 앞으로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믿어져요.
그 아이의 말을 들으면 생각이 깊고 나이에 걸맞게 의젓함도 있으니까요.
무슨 일이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 결과도 좋은게
인생사이니 앤드류맘께서도 그럼 맘으로 가능하면 편히지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아들은 이미 잘해낼 수 있다는 확고한 마음이 가득한데
어른들이 그에게 불안감을 주는것 같군요
아들은 잘해낼것이고
자폐조차도 내가 만든 생각이라고 확신을 갖어보세요
생각이 이미지물을 만들어내는데~~그것 또한 환상이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똑 같은 상황이라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을 경험하지요
늘 우리들 마음속에 있고 그것이 생각화 되어 ~~~현실로 나타나지요
데이빗은 몸과 마음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확신해~~~^^
데이빗 ~~~~넌 넘 멋져!
라는 주문을 믿음을 가지고 데이빗을 볼때마다 해보세요
*루이스. L.헤이~~책들을 보시면
도움이 많이 될꺼예요
걱정으로 가득하며 걱정이 현실화 되고
행복이 가득하면 행복한 삶이 현실와 된다
생각이 곧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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