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만난 사람들

블로그 친구 제이님을 만나다

앤드류 엄마 2011. 11. 4. 05:29

 

정란, 경란 이름만큼이나 공통점이 많았는데

이사진을 보니 외모인지, 이미지인지 비슷한것같고 염색하지 않는것까지 닮은것 같다  

 

지난 화요일 동아일보 동아누리에 있는 토크토크 "여인들의 담소실"에서 만난 제이님을 만났다.

우연한 기회에 둘이 그리멀지 않는곳에 사는것을 알게되었고, 둘다 네이퍼빌에 있는 H-Mart 고객

이었다.  내가 언젠가 그곳으로 장보러 갔을때, 제이님께서 나를 보았는데, 긴가민가해서 아는체

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날 나도 멀리서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는것 같았는데, 

모르는 분 (제이님은 블로그에 본인 사진을 올리지 않으신다) 이어서 사람 잘못 보았나 싶었다.

 

그이후 제이님께서 마트에 장보러 오게되면 미리 연락해서 만나자고 했는데, 그동안 한달에

한번꼴로 마트에 가긴했지만, 동행이 있던지, 갑짜기 가게 되어 연락을 드리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가서 한국의 블로그 친구들을 만나고 나니 나랑 가장 가까운곳에 사시는

제이님에게 괜히 죄송해졌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사시고, 가장 연장자이신 제이님에게

먼저 인사 드리는것이 예의이기에.   

마침 이번주에 그 마트에서 김장특선 세일을 하고 있어 장도 볼겸 연락을 드렸다.

 

블로그에 예쁘지도 않는 내얼굴을 팔고있는 나와 달리, 제이님은 블로그를 6년동안 하면서도

본인 사진을 한장도 올리지 않으시고, 노친네라고 하셨어 만나기 전까지 그런줄 알았다.   

또한 제이님의 글은 간결하지만 사례깊고, 지혜로왔고 삶의 연륜이 묻어났기에,  

연세드신분이 컴퓨터도 잘하시고, 글도 잘 쓰시니, 만나기 전까지 어떤 분이실지(모습이)

참으로 궁금했고, 설레임이 컸다.  

 

나보다 먼저오신 제이님이 쇼핑하시다 나와 날 맞아주셨는데 깜짝 놀랬다. 

노친네라고 하시더니, 첫인상이 50대 중반의 마음이 넉넉한 대가집 큰형님같았다.

손주들이 있으니 할머니가 맞고, 내 친정엄마보다 몇살 아래니 이모님뻘인데도

연세보다 10년은 더 젊어 보이시니 형님같았다.  

 

시장부터 먼저보고 마트옆에 있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장볼때 살림엔 초보라 제이님께서 도움을 주셨는데, 미국에서 이런경험 처음이라 참좋았다).

 

제이님은 말씀을 조근조근(연배가 많으시니 실례인가?) 참 잘하셨는데

우리만남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면서 부터 샴페인잔이 부딪히는 듯 예감이 좋았다.

이름부터 정란, 경란 비슷하더니만, 밥을 좋아하고, 멸치에 고추장있슴 물말아 밥한그릇 먹을수있고,

덜큰한것 싫어하고, 짭쪼롬한것 좋아하는 식성부터,

음식 가지수 많은 한정식보단 냉면전문점처럼 한가지 잘하는 식당에서 식사하는것을 좋아하고,

집에서도 일품으로 드시고, 집안청소보단 편하게 지내는것을 좋아하신다고 했다(나도).

하루전날부터 집안 청소하지 않고, 김치뽁음밥에 만두만 드려도 될것같으니

앞으로 부담없이 초대할수 있겠다. 

 

미국으로 오신지 40년 되셨다는 제이님은 미국에 사니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생각하며

살기에 잘 오신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물질이 성공의 기준이 되는 한국식으로 보면 자녀분들이 성공했다고 말할순 없지만,

본인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하며 행복하게 사니 좋다고 하셨다. (아드님은 의사고, 따님은

전문직에 종사하며, 예의바르고 부모님 감사한줄아니 자녀교육에 성공했기에 난 부럽기만하다)

이젠 한국가서 친구들 만나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간 몰매맞는다며 말을 하지 않는다고.

제이님은 생각과 삶이 건전하고 소박하고 검소한데, 친구분들이 기사딸린 잘나가시는

사모님들이니 그럴것 같다.

 

제이님은 호기심이 많고, 배우는것을 좋아해 미국오셔서 대학에서 요리도 배우시고,

일찌기 컴퓨터 조립부터 프로그램까지 배워 남편분의 사무실 의료청구서도 전산화시켰고,

지금도 컴퓨터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으면 직접 고치신단다.

근처 대학에서 이것저것 수강했던것들이 많아 졸업하고도 남는다고.  

막내동서가 제이님을 호기심천국 할머니라고 부른다고.

 

남편분은 진작에 은퇴하셔야 하는데, 아직도 파트타임으로 20시간정도 진료를 보시는데,

두분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도 각자가 스스로 알아서 잘하기에 불편함이 없다고.   

제이님은 여유시간엔 컴퓨터와 오디오 책 (아픈눈 때문에 책을 읽기보단 오디오로 듣는것같다)과

사색을 즐기며, 평온하게 노후생활을 즐기고 계시는것 같다.

난 이런 제이님의 노후가 많이 부럽다.

 

부족한것 없는 집의 무남독녀로 부모님 사랑을 뜸뿍받고 자라고 또 의사 사모님으로

여지껏 어려움없이 살아 약간 이기적일수 있을텐데, 제이님은  참으로 소탈하시고, 

편견이 없으시고, 합리적이고, 사고가 열려있어 나보다 20살정도 연배이신데 사고차이도 없고, 

참으로 편하게 날 품어주셨다.

제이님의 이야기에 빠져 시간 가는줄 몰랐는데, 어느새 가야 될 시간이었다.

앞으로 좀더 자주 H-Mart 로  나들이를 가게될것 같다.

 

어떤분이 설레임이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 했는데,

난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좋은사람과의 만남이 가장 날 설레게 한다.   

블로그로 인해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좋은 만남을 가지게되고, 또 댓글과 답글이

하루를 설레임으로 시작하게 해주니 블로그를 하길 정말 잘했다.

블로그 덕분에 제이님을 비롯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앞으로 제이님과 아름다운 인연을 계속 할수 있길 기대해본다.

 

2011.  11.  3. (목)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