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만난 사람들

한국인이었으면 좋았겠다는 대만인 친구에게 생긴일

앤드류 엄마 2011. 8. 25. 04:38

 

불고기, 떡뽁이, 김치등 한국음식을 좋아해 자기가 한국인이었슴 좋았겠다는 대만인 친구 S 가

어제 아이 둘과 함께 우리집을 다녀갔다.

지난주 그녀와 통화한뒤부터 그녀가 오기로 했던 어제까지 난 그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난 그녀를 그녀의 남편을 통해 만났기에 S 는 나한테 이야기하는것을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 난 여자고 또 우린 같은 동양인이니 난 네편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녀의 남편 H 는 내 GED Class 선생님이었고, 그가 커뮤니티 칼리지를 소개해 주었다.

그전까지 난 커뮤티니 칼리지에 영어를 못하는 내가 다닐수 있는지도? 몇과목만 수강할수 있는줄도

몰랐기에 감히 생각지도 않았다.

아무튼 그로 인해 난 내꿈이었던 대학을 다니게 되었고, 그가 대학원을 마치고 내가 다니던 학교에 

정식 영어강사로 채용되어 대학에서도 그에게 또 수업을 받았다.

H 는 대만에서 외국인 영어강사를 했을때 서울을 방문했고, 한국음식을 좋아했는데다,

그의 친구가 한국에서 영어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고, 한국 아가씨와 결혼을 해 나와 개인적으로

좀 친했다.

 

그가 대만 아가씨 S와의 결혼은 뜻밖이었는데, 그가 같은 동양인이고 남편이 미국사람이니

둘이서 친구했어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며 묻길래 나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집으로 우리 부부를 초대했지만 바빠서 기회가 없었다. 

한참뒤에 학교행사에서 그의 부인을 만났는데, 결혼전 항공사 승무원이었던 그녀는 첫 인상도 좋았다.

그녀는 서울에 와본 경험이 있고, 그때 먹은 한국음식이 너무 맛있었다고 해

연말에 그 가족들을 우리집에 초대했다.

그녀는 결혼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직장생활을 해 음식을 하나도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다음번엔 자기집으로 오라고 했는데, 아이가 어려 정신없을것 같아 그후에도 간간히

우리집으로 초대했고, 가끔씩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곤했다.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인데도 몸매가 너무 가냘펐고 나보다 14살이나 어린데다 

그녀도 나도 친정 가족들이 없으니 그녀가 친정동생같았다.

그래 내가 시간날때면 H 없이 아이들과 그녀를 우리집으로 초대해 점심을 먹이고, 김치를 싸주고, 

아이들에게 쿠키를 구워주었더니 아이들도 나를 Aunt 라 부러며 우리집에 오는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한국음식을 좋아해 한국슈퍼가 나보다 더 자주 가는것 같다.

주로 양념한 불고기와 돼지 불고기와 김치를 구입하는데,

나보고 김치 만드는법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하루만에 만들수 있으면 가르쳐 주겠지만, 몇일씩 걸리니 참.

 

예전에 얼핏 남편이 술을 많이 마셔 걱정이라고 했을때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직장상사들중에서도 술 좋아하는 분들이 많기에.

그런데 H 는 애주가가 아니라 중독 초기수준인것 같았고,

술에 취해 one-night stand 도 했고, 우리집 저녁식사초대 했던 날 아침에

불륜 사실을 알게 되어, 삼자 대면을 했더니, 남편이 20대 초반의 불륜녀에겐

아내와 이혼할거라고 했단다.

자기한테는 이제부터 술끊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하고선.

지난주 그녀는 당장 아이들데리고 대만으로 가겠다고 해,

그러지 말고 나랑 이야기 좀 하자며 우리집으로 불렀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어제왔다.

 

지난 6월에 시민권을 신청해 두어서 이혼도 못하고, H 에게 집에서 나가 달라고 했는데도

나가지 않고 아무일없듯이 지내고 있다며 죽겠단다. 자긴 갈곳이 없기에.  

 

예전에 S 는 자신이나 나나 이곳에 부모형제가 없으니 같은 처지라고 말했지만,

S 는 시부모님과 시누가 가까이 살면서 많이 도와주었고, H 도 친구가 많아 

생일파티, 졸업파티, 결혼식등 모임에 참석하며 재미있게 살았다.

그리고 지난 5월에 전 가족이 모두 대만갔을때도 아이들을 친정고모에게 맡기고

부부 둘만 5일동안 발리섬에 갔다 왔기에 난 S가 많이 부러웠는데,

주택융자금과 차 융자금 별도로 H 의 신용카드 빚만 $25,000 나 된단다.  

 

난 시댁외엔 남편친구집은 플로리다 여행갔을때 처음가보았고, 

그때도 그분이 연세가 많아 남편이 그분 식사대접을 했다.

그래 새삼 재미없지만 성실한 남편에게 고마왔다.

 

어제 S 에게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시민권을 받을때 까진 이혼은 하지 말고

엄마니까 엄만 강해야 하니 강하게 살고, 어디 가고싶으면 언제든지 우리집에 오라는

말밖엔 달리 해 줄 말이 없었기에 그말만하고 그녀 말을 그냥 들어 주었다.

S 는 남편의 술과 불륜에 화가 나기보단 자신에게 화가 더 난다고 했다.

어제서야 그녀가 S 와는 대만에서 우연히 만나 한달에 한번 이메일하는 사이였는데,

휴가동안 미국왔다 S 를 만났을때 장난삼아 H 가 우리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결혼하자고

했을때 재미있을것 같아 응했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난다고.

결혼전 자긴 직장도 좋았고 아무 걱정없었는데.

그때 그녀는 27살이었고 H 는 25살 이었단다.

어쩐다고 그런일을...

 

S 말따나 자기부부에겐 너무나 사랑스러운 벤자민(4살) 과 샤롯(2살) 이 있기에

남부러울것이 없는데. (엄마, 아빠가 인물이 빼어나니 아이들도 인형같다).

벤자민과 샤롯은 아빠를 닮았는지 언어쪽으로 엄청 발달해 나이보다 훨씬 언어구사력이

뛰어나며 둘다 중국어와 영어 이중국어를 하고 있으며 음식도 골고루 잘먹고,

얼마나 에쁜짓을 하는지...

   

제발 H 가 정신차려야 할텐데, H 는 엄청 고집이 세서 누구 말도 듣질않고

뭐든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는 타입이라니 더 걱정스럽다.

그녀는 자기는 강하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씩 웃으며 떠났는데,

S 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떡해 해야하나? 

말기암으로 투병중인 아버지로 인해 예민해졌는지 너무 쉽게 울컥해진다.

 

 

2011.  8.  24. (수)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