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일상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앤드류 엄마 2011. 10. 21. 06:05

 

9월 4일 내가 집을 나섰을땐 늦여름의 끝자락과 초가을이 자리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10월 19일 어제 시카고에 도착해 오헤어 공항 밖을 나서니 심술꾸러기 비바람이 

늦가을을 쫒아내려하고 있었다.

 

9월 말에 돌아와 일주일간 밀린 집안일을 했지만,

아버지께서 내가 출발하고 몇시간 뒤에 돌아가셨기에 장례식이 예상보다 빨랐는데다

결혼후 가장오랫동안 가족들을 떠나있었기에

예정일보다 일찍 돌아가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우린 걱정말고,  

엄마가 힘들테니 함께 시간 보내고 친구들도 만나 놀다 오라고 했다.

 

내가 집을 비운동안 남편 직장일이 바쁘지 않을동안은 2주동안 남편이 근무시간을 줄여

아이들을 돌보았고, 남편이 출장가게되었을때와 두번째 방문때는 남편 직장일이 너무바빠

시어머니께서 오셨다. 

시어머니는 올해 여든 넷으로 미시건 북쪽 끝에 사시는데, 9시간 운전해 오셨다.  

그동안 아이들을 잘 돌봐주시고, 집안일까지 해 주셔서 내 부재의 흔적이 별로 없었다. 

 

나리타에서 시카고까지 11시간 30분동안 옆자리에 앉은분이 팬을 계속 켜는 바람에 잠바에

담요덮어쓰고도 떨며 왔는데, 남편이 직장일이 바빠 공항에 마중올수가 없어 공항버스를 타야해

40분동안 버스기다리느라 그 차가운 바람을 맞았더니 온몸이 떨리고 편두통까지 생겨

오한이 들려고 했다.  한국의 따뜻한 방바닥이 그립고, 뜨끈한 국물생각이 간절했다.

 

시어머님과 앤드류가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비바람을 피하기 바빠

포옹도 생략하고 차에 타고선 나도모르게 어 추워라하는 말이 먼저 나왔고,

집에 돌아와 인사하고는 뜨거운물로 몸부터을 녹혔다. 

그런데도 여전히 따뜻한 방바닥이 그리웠다.

 

비행기에서 내내 잤고, 공항버스에서도 잤고, 시어머니 차에서도 잤는데도

그동안 부족했던 잠들이 몰려왔는지 앤드류 교회까지 잠깐 태워주는동안 깜빡 졸음운전을 했고,

데이빗 가라테 데리고가선 기다리는동안 인사불성으로 졸았고, 간밤에도 일찍부터 정신없이 잤다.

 

시어머니께서 금요일 병원에 가셔야한다며 (우리때문에 2번이나 예약을 변경했다고)

출근시간을 피해 3시 30분 한밤중에 출발하셨고, 남편이 6시 10분에 출근을 하고,

아이들이 7시 10분, 20분에 등교하느라 일찍 일어났더니 쬐금 멍했다.

 

아침부터 한국과 미국에 도착했다고 보고하고, 안부 전화부터 해야했다.  

 

한국에 있는동안 아이들뿐만 아니라 텃밭이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그동안 서리가 내리지 않았고

기온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았는데, 몇일전 일기예보에 내가 도착하는날밤에 영하로 떨어진다고 해

집에 도착하면 곧장 텃밭정리부터 해야했는데, 비가내려 낭패스러웠다.

그래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그동안 일기가 변경되어 오늘에 영하로 떨어지는데,

오늘도 비가 온다고 해, 비가 오지 않는동안 텃밭에나가 고추와 고추잎을 딸 시간이 없어

통째로 잘랐고, 토마도 따고, 무우뽑고, 호박을 따서 급한대로 차고에 두었다.

밤새 무우가 바람이 들지 않아야할텐데...

 

저녁엔 앤드류학교 학부모와 교사 면담이 있고, 감사카드도 적어야하고,

고추와 고추잎을 따서 삮혀야하고, 빨래가 산더미만큼 밀려있고, 청소도 해야하고,

시간나는대로 블로그 친구들에게 인사도 해야하고, 블로그에 밀린 글도 올려야하는데,

그동안 테옆이 너무 풀려버렸는지 제촉해지지가 않는다.

 

시간을 허락해준 남편과 나 없는동안 할머니와 잘 지내준 아이들과 그 연세에

우리집까지 오셔서 우리가족들을 돌봐주신 시어머니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새벽 2시 내가 도착한 시간에 맞춰 먼길을 문상와준

친구들과 친구남편들, 그리고 내가 없는동안 문상온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병원까지 찾아주고, 환대해준 친구들과 우리가족을 위해 기도해준 모든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또한 아버지의 유언대로 혼자남은 엄마가 아버지께서 못다사신 세월만큼 더 오래 편하게

사셔서면 하고, 동생들에게도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고싶다.

 

2011.  10.  20. (목)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