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말고사인데, 대충 공부해도 졸업은 할수있었지만,
교수에 대한 예의와 마지막까지 좋은 인상을 주고싶어 이왕이면 시험을 잘 치고 싶었다.
미리 시험공부를 해야 했는데, 기말고사 코앞까지 entrepreneurship 최종 레포트를 몇번씩이나
수정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강의내용과 수업진행방식이 문제가 많아 학교생활 통틀어 처음으로 관계가 불편했고,
스트레스의 주범이었던 Bio 125, 담당강사가 마지막까지 나를 비롯 학생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수업중반까지 하루에 몇 십장씩 노트필기하게 만들어 시간을 허비하고선,
막판에 속도를 내고선 마지막주엔 하루에 한단원씩 3단원까지 가속력을 내었다.
그리고 한주동안 배운 3 단원을 기말고사에 50% 를 반영시켰다.
월요일 시험인데, 토요일저녁에 보내주기로 한 Study Guide 는 밤늦도록 기다렸는데
일요일 10시에 두루뭉실한 아웃라인 Study Guide 을 보내주었다.
어릴땐 암기가 되었지만, 이젠 암기는 거야말로 투자한 시간만큼 머리에 저장이 되는데 어짜라고.
교회갔다와서 관련부분 찾아서 필기하고나니 벌써 저녁이었다.
온갖 잔머리를 다 굴려 해괴한 방법으로 나름대로 암기법을 만들었다.
한글로 번역어가 없고, 원어그대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많은 호로몬 단원은 이해도, 암기도 어려웠지만,
소변, 소화시스템, 생식기부분은 한글로 번역된 말들이 많아 한씨름 놓았다.
그래도 급하게 외워 아리까리한 문제들이 좀 있었다. 100 문제 마치고 나니 머리가 띵했다.
시험준비만 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월요일에 데이빗 밴드 콘스트가 있었고,
화요일엔 데이빗 육상대회가 있었고, 또 화요일 저녁엔 우리학교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발언을 해야했다.
이틀전에서야 참석통보를 받았는데, 생각해보니 그냥 가서 말했다간 두서도 없을것 같고, 콩글리쉬가 될것같아, 월요일에 발언할 내용 적어서 앤드류에게 수정받아 그것도 단어하나하나 모두 외웠다.
또 비지니스 시험중 에세이 예상문제도 3페이지가 되었는데 대충알고있다간 단어가 생각나지 않고,
문법이 틀리기에 무조건 몽땅 외웠다.
그래 내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는지, 화요일날 데이빗 학교에 이메일보내면서 Feigel 인 우리성을
Fiegel 로 오타를 치고도, 그것이 오타인지 바로 인지못하고,뭔가 이상하다며 다시 Feigel 로 정정하고서도
어떤것이 맞는지 헷갈려 내전화번호 메모에서 확인하고는 얼마나 당혹스러웠는지, 이러다 치매가
올수 있다는 생각이 퍼덕 들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수요일 비지니스 시험때 예문이 길어 6장이나 되었던 75문제와 3장 빽빽히 에세이를 적어려니
주어진 2시간이 모자랐다. (비영어권출신이라 이해해준다)
에세이 3페이지를 다 적어고나서 얼마나 뿌듯하든지, 강사한데 글자하나하나 다 외운거라며
You should be proud of me 했더니 웃었다.
시험마치고 답안을 확인해 보아야 하는데, 글자보기가 싫어 그냥 제출했다.
이어서 금융시험을 치루고, 강의실을 나오면서 모두 마쳤는데도, 날아갈것 같아야하는데,
머리만 띵하니 아무 생각이 없었다.
졸업식날보다 시험을 마친 뒤에 드디어 마쳤다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시험마치고 한국슈퍼와 또다른 한곳을 들러 쇼핑한것 정리하고나니
벌써 늦은 저녁이라 저녁해먹고, 치우고나서 그동안 나를위해 기도해주고 응원해주었던
린다와 케시, 제니에게 큰소리로 I'm fi-ni-sh 했더니 왁짜찌글하게 축하해주었다.
그런데도 뭔가 허전한것이 왜 그럴까 했더니
이럴땐 누군가와 함께 한잔하며 건배를 해야하는데, 그것을 못해 실감이 나지 않는것 같았다.
다들 바쁘기에 누구 부를사람이 없어 출장근무중인 남편에게 전화해 오라고 했더니껄껄웃어면서 이바한테 전화하라고 한다.
주위친구들중 와인이라도 마실줄아는 사람이 이바뿐인데, 요즘 이바가 워낙바쁘다.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다들 시간이 맞지않으니 쬐금 쓸쓸해지기까지 했다.
다음날 저녁에도 여전히 머리도 멍하고, 뭔가 빠진듯이 허전해,
혼자서 맥주 한캔따서 2/3 마셨더니 비로서 쬐금 기분이 좋아졌다.
시험마치고, 드디어 마쳤다고 큰소리로 만천하에 알리고 싶었는데,
즉시 블로그에 올려 인터넷상에서라도 축하받고 싶었는데,
시험 마치고 바로 일을 벌려 시기를 놓치고, 뒷북을 쳐본다.
2011. 5. 14. (토)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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