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나 직장에서 나이가 같아도 1년 먼저 입학했거나 입사했을땐 꼭 누구누구언니라 불러야했고,
심지어 같은 주부들끼리도 나이를 확인해 언니 또는 더 나이드신분들은 성님으로 호칭을 사용했던
한국사회에 살다, 팔순, 구순을 넘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름 불러라고 해, 처음에 많이 어색했다.
이젠 미국물이 너무 들었는지 한국사람만나면 나보다 몇살 많은 사람들인데도 언니나 성님같은 호칭이
나오지 않고, 누구누구씨라고 하려니 건방진것 같아 호칭없이 그냥 말을 하게될때도 있다.
처음 결혼해 남편의 사무실에 갔을때 사무실 풍경이 한국과 너무 달라 한참 어안이 벙벙했다.
회사 식당이나 점심시간이 따로 있는것도 아니라, 직원들은 자기자리에서 간식도 먹고,
점심도 먹는데, 혼자 먹는것이 익숙하니 옆사람 신경쓰지 않고, 혼자서 먹는데다,
먹을때 상관이 와서 이야기해도 일어나지 않고, 상관은 선채, 직원은 앉아서 먹어면서 대화를 하고,
상관에게 직위가 아닌 이름을 부르거나 Mr., Mrs. 를 사용했다.
내가 남편에게 옆사람한테 먹을것을 먼저 권하고, 상관이 오면 일어나야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눈을 동그랗게뜨고 왜 란다.
초등학교때부터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선생님과 스스럼이 없기에
아이들은 선생님을 비롯해 누구하나 어려워하는 사람없이, 다들 자기 친구처럼 대하는것같다.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항상 윗사람에게 깎듯해야 하고 군사부일체라고 교육받고 자란 내눈엔
이런 미국아이들이 가끔씩 버릇없어 보일때도 있다.
미국친구에게 한국의 위계질서와 호칭, 그리고 선생님과의 관계를 설명해주고,
미국학생들은 선생님을 너무 편하게 친구처럼 생각하는것 같다며,
선생님을 존경하기는 하는지? 존경을 어떤식으로 표현하느냐고 물었더니
요즘아이들이 버릇이 많이없어져서 존경심이 없는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미국에선 좋아하는 선생님뿐만 아니라 위인들을
사랑한다고 하거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지 존경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지않는것같다.
사랑에 존중이 포함되어 있고, 좋아하는것에도 존경도 내포되어 있기도 하니,
엄마, 아빠, 선생님, 대통령을 사랑하다고 표현하는것이 관계가 친밀해보이니 좋은것 같다.
학교에서 비단 교사와 학생들 관계뿐만아니라,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
교장선생님과 청소원도 격의가 없으니 학교내에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공식적인 의례나 행사외엔 대통령과 비서실장, 보좌관들이 친구처럼 격의가 없는것같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시절, 비서실장과 동승했을때 누군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했을때
비서실장이 지금 자기 너무 바쁘다며 대통령과 통화하라고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냈단다.
학생들이 다 성인인 대학에선 교수와 학생들의 관계는 대등하다 못해 꺼꾸로된것 같을때도있다.
교수들과 강사들은 학생들에게 친절하고, 학생들의 개인적인 고민과 진로상담까지 해 주고,
기꺼이 멘토도 되어주는데, 내눈엔 어떨땐 학생들이 너무 무례하게 보이기도한다.
오늘 금융시간에 교수가 날씨 이야기를 하면서 아마 이번 주말에 눈을 치우게 될것같다고
하셨는데, 브리티니가 곧 큰소리로 Shut up 이란다 (이때의 shut up 말도 안돼의 의미일것같다
- 같은 말이라도 억양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아무리 그런 의미라도 그렇지 교수한테
그렇게 말하니 쬐금 황당했다.
교수님이 왜 너가 눈을 치워야하느냐고 물었더니, 골프장에서 일하는데, 공치게 되었단다.
이렇다고 미국사회가 기강이 없고, 윗사람과 대통령의 권위가 없는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체벌이 없어도 아이들이 선생님을 무시하지않고, 반항하지 않는다.
체벌대신 다른 벌로 다른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학습권을 방해하지 안도록 하고,
대통령이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어도 체신머리 없다고 흉보지 않고 함께 즐기며,
대통령을 한국처럼 조롱하지 않고, 당소속이 다른 의원들도 대통령에게 깎뜻한 예의를 갖춘다.
기강과 권위는 훈련시키고, 강요한다고 세워지는것이 아니라, 윗사람이 바르게 실천하고,
사회가 공정하고, 법이 바로 설때 기강과 권위가 선다.
차유리가 깨어저 비닐덮고 테이프붙인차가 고급차 추월해도 기분나빠하지 않고,
모르는 어린아이가 말을 걸어도 어른들이 아이 눈높이 맞춰서 오랫동안 아이이야기 들어주고,
세계제일의 부자나 대통령도 일반인들과 스스럼없이 햄버그 먹어면서 이야기하고,
어릴때부터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사람은 누구나 똑 같다고 가르치고,
사람을 그사람이 가진 부와 학력으로 판단하지 않고 누구나 평등한 사회에서
난 엉터리 영어하며, 맨얼굴에 찹스틱한번바르고 흰머리카락 날리며, 외출용이 따로 없는
옷차림으로 한국사람들에게 중국사람같다는 소리를 들어도 주눅들지 않고
크게 말하며 당당하게 살고있다.
한국도 이젠 재벌이 화나게 만들었다며 매값주고 폭행하고, 담임선생님이 자신의 아이에게
벌을 주었다고 학부모가 학교찾아가 선생님을 폭행하고, 대학교수가 제자를 폭행하고,
선배라고 후배에게 기합주고 폭행하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사라져야한다.
인간은 만인 앞에 평등하고, 천하제일의 부자나 노숙자나 주님과 그 사람의 엄마에겐 귀한 자녀이다.
선진사회는 국민총생산량 세계 몇위로 이루어 지는것이 아니라
국민 한사람 한사람 성숙한 시민정신과 민주정신을 가질때 이루어지는같다.
대한민국도 이젠 가지고 배운사람들이 가진것 없는사람, 못배운 사람, 힘없는 사람들을
존중해주고, 도와주고, 그분들이 당당하게 살수있어면 좋겠다.
2011. 3. 25. (금)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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