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때마다 특별히 힘든 과목이 한두과목씩 있었지만,
한번도 C 학점이 목표였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학기에 Human Biology 수업을 들어면서
난 처음으로 낙제하지 않고 무사히 마칠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하게되었다.
학칙상 과목당 평균 70점이하(D) 는 낙제라 해당과목을 제 수강해야한다.
난 그동안 F 학점만 낙제인줄 알았는데, D 도 낙제였다.
난 경영이 전공이지만 필수로 지질학, 기상학, 인체학중 하나를 수강해야하는데,
이왕이면 내 몸에 대해 알고싶어서 (수강신청하기전에 영어때문에 걱정이 되어 수강했던
학생들에게 문의했더니 괜찮다며 할수있을거라고 했다) 인체를 택했다.
우리학교는 간호과와 약제과가 있어 그 전공자들이 필수로 Bio 125 를 수강해야하기에
Bio 125 는 수업시간과 교수와 강사도 많았지만, 내가 이번학기에 수강해야햐는
다른과목들의 수업시간이 한정되어있어기에 난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분의
수업을 선택할수가 없었다.
여지껏 운이 좋았는지, 별로 까다로운 교수나 강사를 만나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막판에 가장 어려운 과목에 꼴통강사를 만났다.
별난강사가 빽빽하게 채운 파워포인트를 컴퓨터로 프린트하게 해주지 않고
노트필기하게 만들어 (적어면서 강의를 들어야 더 머리에 잘 들어온다는것 그의 지론이다)
85분 수업시간내내 노트필기로 보내는데, 난 필기체로 빨리 적지못하니 매번 수업마치고 남아서
마져 적고있다.
생물은 30년도 더 전에 중학교때 배운 아메바는 단세포라는것외엔 아는것이 없는데
(내가 다녔던 상고에서는 과학을 하지 않는다) Bio 에 나오는 단어들중 영한사전에도 나오지 않거나
원어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어로 표기된 글들도 동위원소, 고분자, 세포뼈대, 세포질 속의
입상의 소체세포막, 진핵세포, 원형질막등등 무슨말인지도 모르니 강의를 영어가 아닌 또다른 외국어로
들리는데, 노트필기까지 해야하니 가끔씩 강사가 내게 질문을 하면 난 잘 모르겠다는 말을
정말 멍청한사람처럼 쓰기바빠 당신이 무슨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곤한다.
이제 4장을 마쳤는데 벌써 노트 필기 2권이나 했다. 그동안 컴퓨터만하다 그렇게 적어려니 초기엔
손가락 감각이 다 이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나뿐만 아니라 우리반에서 강사의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20%도
체 안되는것 같았다.
난 수업내용에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더라도 최악의 경우 무조건 열심히 외워서 C점 받아
무사히 마치면 되지만, 40대인 김은 전공이라 수업내용을 알아야하는데,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며
수업마치고 거의 울먹이며 강사에게 하소연을 했다.
많은 미국학생들이 과학이나 Bio 는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이라 싫어하기에 수업을 중요한것만 재미있고,
쉽게 가르쳐야하는데, 담당강사가 재미없는 사람에다 수업도 잘 가르치지도 못하면서 교재에 없는것
까지 덧붙여 단원마다 엄청 세세하게 쏟아부었다.
그래 우리반 대부분은 그를 엄청 싫어했는데, 수업시작하기전에 복도에서 엄청 욕해놓고,
수업시간에 질문받고는 그에게 생글생글 거리며 답변하는 학생을보면 감탄스럽다.
(인간에 대한 예의인가?)
나혼자 얼굴근육을 풀지못하니 그는 나만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할것 같다.
많은학생들이 학과장한테 컴플레인할거라고 했는데, 몇명이나 했을지?
많은 과목중 별도로 개인지도가 필요한 사람은 학교에 신청해서 개인지도를 받을수 있는데
(난 스케쥴이 맞지 않아서 신청하지 않았다) 우리반학생중 개인지도받는 학생이 자기 담당
(Bio 강사이기도하다) 이 우리반의 노트필기를 보고 놀라고, 수업받았던 것에 대해 질문을 하면
전공인 학생들은 다음학기때 비슷한 분야의 수업을하고, 나처럼 비전공인 학생은 그런것까지
알필요가 없기에, Bio 125 수업에서는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단다.
그래 수업시간마다 필기하면서 화를 참느라 고생했더니 몇주전엔 4일동안 생애최악의 편두통을 앓았다.
단체로 학교측에 항의하러 갈까 생각했는데, 누구 밥줄 끊어면 안되니
강사자신과 학생들을 위해 개선하는것이 좋을것 같아 수업마치고 강사혼자 있을때 건의를 했더니
강사가 순전이 내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학기말에 강사평가를 하게 만들고, 인터넷 강사평가에 올릴까
생각중이다.
이번이 마지막 학기만 아니라면 낙제할것 같으면 남편과 아이들한테 창피하지만
중간에 그만두고 (학기말되기전에 그만두면 성적표에 표기되지 않는다)
다음학기때 괜찮은 교수나 강사의 수업을 다시 받으면 되지만,
난 이번학기가 마지막학기이고, 블로그와 친구들에게 5월 12일에 졸업한다고
공고를 했기에 낙제하게되면 공개망신이니 중간에 그만둘수가 없다.
그래 시험이 공고되고 낙제 공포때문인지 6시간 자고 나면 저절로 눈이 뜨졌다.
50개 문제중 35개 (70점) 를 목표로 노트 2권의 암호같은 단어들을 읽고 또 읽었더니
쬐끔씩 이해가 되면서 암호가 글짜로 보이기 시작했고, 머리를 굴려 나름대로
암호조립까지 하면서 외웠더니 약간의 자신감이 생겻다.
드디어 거사일, 어젯밤 자정넘어서야 잤는데, 눈뜨니 5시, 눈이 아파
조금만 더 자야지 했는데 다시 눈떠니 7시였다 (대통령의 날이라 세남자들은 휴무라 늦잠을 잤다).
학교가기전에 한번더 읽어야하는데, 늦잠자서 불안했는데,
오랫만에 많이 잤더니 머리도 맑고 눈도 맑고 몸도 가벼워서 좋았다.
엄청 긴장을 했는데, 시험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제출되어
무사시 첫관문은 통과한것 같다.
고시공부하듯 공부해서는 C 학점받으면 많이 억울할것 같지만,
전공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취직하려고 요즘 비교적 취직이 잘되는 간호를 전공했다면 하는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시험마치고 정말로 오랫만에 (그전에 언제 둘이서 티브를보았는지 기억에도 없다,
남편이 함께 영화보자고 부르면 내 대답은 늘 시간없다였다) 기분좋게 남편과 둘이서
티브 코메디 "The Big Bang Theory" 를 보니 사는것 같았다.
다음주 월요일에 비지니스시험이 있고, 밀린 과제물이 잔뜩있지만,
오늘 나머지시간만큼은 한글과 친구하면서 좀 쉬어야겠다.
2011. 2. 21. (월) 경란
추신 : 시험 성적이 발표되었는데, 세상에 내가 우리반에서 최고점수를 받았다.
반 학생들이 깜짝놀랬다.
All "A" 받은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기에 남편과 아이들에게 자랑을했더니
남편도 많이 기쁘했고, 아이들도 축하주었다.
이제 낙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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