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 후 집에 가면서
민성희씨 댁에 들렀다.
그녀가 전날 콩비지를 많이 만들다며
우리 집에 갖다 주고 싶은데
우리 집으로 올 수 없는 형편이라
내가 오늘 퇴근길에 방문하기로 했다.
나는 콩비지만 얻어올 생각이었는데,
기어이 집에 들어오라고 하더니
콩비지 저녁과 직접 만든 만두에
호빵까지 대접받았다.
나는 6시 30분에 근무를 마치기에
귀가하면 7시 약간 넘으니
그 시각이면 그 댁도 저녁 식사를
마쳤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날 저녁 식사가 조금 늦었는지
날 기다린건지 식전이었다.
난 퇴근하고 집에와서 저녁을 먹으면 늦으니
다이어트를 위해
출근할 때 점심, 저녁 도시락을 가져가
사무실에서 먹고 온다.
그날도 퇴근하기 30분 전에 저녁을 먹었기에
성희 씨에게 난 사무실에서
저녁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녀가 그래도 먹어보라며
기어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콩비지를 담은 그릇을 내 앞에 놓았다.
거의 몇 십 년 만에 콩비지를 보니
사양해야지 하는 염치가 사라지고는
성희 씨 이야기 들으면서
먹고 있었다.
세상에...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먹으면서 성희 씨 이야기듣고 반응하느라
맛있다는 말도 하지 않았네.
성희씨 콩비지 정말 맛있었어요!
그녀가 전화하기 전까진
난 콩비지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콩비지는 엄마가 설날이나 겨울에
집에서 두부를 만들었을 때나
한 번씩 먹었던 것 같고,
또 30년 전에 퇴직한 직장의
구내식당에서 점심때 한 번씩 먹었지
식당 가서 사 먹은 적은 없어니
마지막으로 먹었던 것이
언제였는지?
성희 씨는 2년 전에 남편이신
도 목사님께서
우리 타운에 있는 감리교회에
부임 하셔서
그 교회 교인인 내 지인이
내 연락처를 알려준 덕분에 만났다.
백인들이 대부분이 타운에
유일한 코리안으로 살다
한인 친구가 한 명 생겼다.
그것도 우리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그런데 내가 정규직이 된 이후에 시간이 없었어
지난해 몇번 못 만났다.
남편과 데이비드가 편식이 심하고,
고집이 세서
내가 새로운 음식을 만들면
맛도 보지 않으니
난 편식쟁이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위주로
만들고 있어
지난 30년 동안도
먹었던 음식이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성희 씨가 이곳으로 이사 온 후
혼자 집에 있을 때
돌솥비빔밥,
쫄면,
두부 야채 덮밥 등등...
만들었다며 초대를 해 줘
(내가 레스토랑에서 만나자고
제의를 했지만, 이미 다 만들었다고),
엄청 오랜만에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음식들을
아주 오랫만에 먹을 수 있었다.
성희씨 가족들은 모두 콩비지를 좋아해서
크리스마스에 뉴욕에서 온 딸이
콩비지를 엄청 많이 가져가
방학중이라 집에 와 있는
아들이 또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우리 가족들도 콩비지를 좋아했으면...
내가 사는 곳에 한국 음식점도 없고,
한국 가더라도 돌솥 비빔밥과
쫄면, 두부 야채 덮밥은
먹을 기회가 없으니
최소 십 년 만이고,
두부 야채 덮밥은
59살때 생전 처음 먹어본것같다.
맛있는 콩비지를 먹여주고는 또 시래기까지 싸 주셨다.
성희 씨가 만들어준 돌솥 비빔밥
돌솥 비빔밥을 좋아해 저런 돌솥까지 장만했다고.ㅎㅎ
돌솥 비빔밥,
언제 먹었는지?
내 페이스북에 자랑.ㅎㅎ
성희씨가 내가 한국음식 몇 가지 외엔
먹을 기회가 없는 것을 알고는
앞으로 특별한 한국음식 만들게 되면
초대하겠다고.
말씀만으로 땡큐!
성희 씨는 나랑 종교관과
정치성향이 같은 데다
말도 재미있게 잘하고
배울 것도 많아서
둘이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삼매경에 빠지는데
내가 여유시간이 없어서
차로 5분 거리에 사는데도
1년에 몇 번 밖에 못 만나니 정말 아쉽다.
지난 크리스마스 날
저녁식사에 초대해 주셨는데,
우리가 시누네 가느라 초대에 응하지 못했기에
크리마스를 맞아 샌프란스시코와 뉴욕, 보스턴에 사는
목사님에 아이 셋이 집에 와 있으니
크리스마스 지나고 쉬는 동안
우리집으로 초대하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생겨 초대를 못했다.
주님이 이곳에서 외로운 날 위해
보내 주신 분이실 수도 있는데.
목사님께선 몇 년 뒤에
또 다른 교회로 전근을 가시니
가까이에 사는 동안
한번이라도 더 만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사 가시고 나서 아쉬워하지 말고,
가까이 있을 때 잘해야 하는데...
2025. 1. 7. (화)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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