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일상에서

9시간 떨어진 주인없이 빈집이 된 시댁에서

앤드류 엄마 2024. 8. 7. 11:31

시어머님께서 낙상으로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셔서

2년 전에 노인분들의 주거 단지로 옮긴 후

그동안 시댁이 비어 있었다.

 어쩌다 한번씩 두 시누가 

시어머님을 모시고 다녀오곤했다. 

 

지난해까지 시어머님께선 건강을 되찾으시면 

다시 당신 집으로 돌아가실 생각에

집과 농장을 팔 생각이 없어셨는데,

올해 다시는 당신 집에서 살 수 없을거란

 현실을 받아들이시고, 

집과 농장을 팔기로 하셨다. 

 

그 시골에 시어머님의 집과 창고, 우사와 

  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어서 놀랬다.

농지도 엄청넓고, 건물이 많아서 생각보다 가격이 높았다. 

시어머님이 건강하셨을때 다 팔고

당신은 작은 집으로 옮기고,

여행다니시고 싶어하셨는데,

공동 명의자인 자식들이

동의해주지 않아서 팔지 못하셨다. 

 

그때 시어머님이 매주 일주일에 한번씩

 카지노에서 게임을 한게 잘못이었다.  

 

그런데 이젠 시어머님께서 양로원이나 

그 아래단계인 assisted living home 에 가시면 

집과 농장 판돈은 그곳으로 가게될듯.  

 

시어머님의 집과 농장 구매 희망자들 중엔

도시에 살다 일찍 은퇴하고

다시 돌아온 사람들도 있고,  

 시 어머 님네 이웃에 사는 청년도 있었는데,

시어머님께서 이웃 청년에게 파시겠다고.

 

집을 팔기 전에 정리도 해야 하고, 

남편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사용했던 물건들도 가져올 겸

지난 금요일 내 마지막 휴무날에 시댁에 갔다.

 

시어머님은 절대로 뭐든 버리지 않는 분이시라

집안 구석구석마다 높이 쌓여있고,

바닥도 빈곳이 없기에  

시댁 현관문을 열면 한숨부터 나오곤 했다.

그런데 또 본인것이라고 절대로 못치우게 하신다.  

 

그동안 두 시누가 몇 번 방문해서

쓰레기들도 치우고, 정리를 좀 했는데도 여전했다. 

남편은 예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고 하는데,

내가 시댁에 방문한 지 오래되었는데다

요즘 기억력이 좋지 못해  

 얼마나 심했는지 깜빡했다. 

 

  남편이 가져올 것들이 별로 없었어

버려야 할 쓰레기들을 잔뜩 가져왔다.

시어머님 댁엔 청소차가 오지 않는다.

 

남편이 두 시누들에게

다음에 쓰레기차 용량의 dumpster를 빌려서

다 함께 모여 대청소를 하자고 했다.

집안에 있는 것 90%는 버려야 할듯. 

 

 

시어머님이 사시지 않으니 잔디 대신 잡초가 무성해 있었다.

시어머님 계실 땐 잔디 깎아 주는 사람에게 맡겼다. 

풀 속에 뱀이 있을까 봐 데이비드에게 먼저 집에 들어가게 했다.ㅎㅎ 

물론 아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예전에 시어머님이 사용하셨던 기계로 잔디부터 깎고 있는 남편

 

 

 

 

3그루 사과나무엔 사과가 주렁주렁 열여 있지만

수확할 사람이 없으니

떨어져서 자동으로 거름이 될 듯. 

 

결혼 후 우리 가족들이 한국에 살았던 5년간을 제외하고,

미국에서 24년을 살았지만,

한 번도 저 사과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는.ㅎㅎ

해마다 9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남편이 비상근무인 관계로

시댁은 여름에나 방문했고,

그땐 저 사과가 아직 맛이 들지 않았다.

한국처럼 택배비가 저렴했다면

내 시어머님께선 저 사과를 우리에게 택배로 보내주셨을까?

 

 

시댁 근처에 사시는 시어머니의 먼 친척을 방문했다.

 집 외관처럼 이 집 안주인은 80대인데도 소녀 같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신다

 

레이와 캐럴 부부와 함께

 

부부는 30년 전에 은퇴하고,

부부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으로 돌아와 이 집을 지었다. 

시댁을 방문할 때면 만나곤 했는데

처음 이 두 분을 만났을 때

이 시골에서 이렇게 멋쟁이 부부가 살고 있었어 많이 놀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레이가 가죽 잠바에 선글라스와 헬멧 쓰고,

본인이 애지중지하는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에 딱 앉으면

은발의 할리우드 배우만큼 멋쟁이셨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일 하시다가 부상을 입어시고,

코로나로 엄청 고생하신후  

기력이 많이 약해지시더니 

한 달 전에 뇌졸중을 겪어시고 더 나빠지셨다.

 

이곳은 거실인데,

레이가 침실이 있는 2층을 계단으로 올라갈 수가 없었어

임시로 침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옆으로 증축 공사를 해서 침실을 만든다고. 

 

레이와 캐럴은 아들과 딸 가족들과도 사이가 엄청 가까왔는데 

사위와 아들이 코로나 유탄을 맞았다.

레이와 캐럴과 며느리도 코로나를 심각하게 앓았다. 

캐럴은 항상 명랑소녀같은 분이셨는데,

사랑하는 아들과 사위를 보내고부턴 

많이 침울해지셨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보니 

전기와 현대 문명을 거부하고,

옛 방식으로 사는 아미쉬들이 이곳으로 이주해서

아미쉬 커뮤니티가 커지고 있다고.

포장된 도로에 말똥들이 눈에 자주 띄어서 좋지 않았는데,

말도 포장된 도로를 좋아하지 않을 듯. 

 

 

시어머님의 집이 보통상태만 되었어도

시어머님이 손님 오는 것을 반기시고

(그렇다고 특별히 손님 대접을 하는 것은 아니고, 

외로우시니 사람이 반가우셔서),

시댁이 북쪽이라 여름에 시원하고, 

조용하고, 평화롭고, 

또 1시간 거리에 그 유명한 Mackinac Island 도 있으니  

내 이웃친구들과 여름에 한 번씩 놀러 왔을텐데.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길이 멀어서 이곳까지 올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앞으로 몇번이나 더 오게 될런지?

 

시댁이 거리도 멀고, 집도 정신없고 해

겨우 한해 한 번씩 잠깐 방문을 하곤 했는데,

한번씩 생각날 것 같다.

 

2024. 8. 6. (화)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