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날 새벽에 폭풍우가 지나갔는데
어젯밤엔 더 센놈이 왔다.
어제 월요일 밤 9시에
토레이도 경보가 울려
하던 일을 중단하고 지하실로 대피했다.
1시간 전에 동네 한 바퀴 했을 때도
바람은 고사하고,
습해서 공기가 무거웠는데.
동네 한바퀴돌고 상의가 젖어서
그만 두었다.
산책중에 샤론의 딸 오드리가
그녀집앞 테라스에 앉아있길래
어제 강풍에 피해는 없었는지 물었더니
어젠 피해가 없었는데
오늘밤에 또 새벽 4시쯤에 강풍과
토레이도가 올거라고 예보했다고.
그런데 1시간 만에 토레이도 경보가 울렸으니
토레이도 속도가 엄청났는 듯.
토레이도 경보가 울려도
직접 타격을 입은 적이 없었기에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많이 피곤했기에 일찍 자라는 뜻인가 하고
지하실 소파에서 잠이 들었는데,
기침이 나와 몇번이나 깨었더니
남편이 이제 해제 되었으니
방에 가서 자라고.
밤 10시 10분인가 되었다.
남편은 벌써 집 밖을 확인하고 왔는지
텃밭 옆의 나무에서 큰 가지가 또 부러졌고,
이번엔 우리 텃밭쪾으로 떨어졌다고.
오이는 이제 따 먹기 시작했고,
토마토와 고추는
조금만 더 있으면 익기 시작할텐데...
제발 큰 피해가 없었으면 하면서
방에 자러 갔다.
바람이 얼마나 셌는지 부러진후 날아가서 떨어졌다
다행히 큰 밑동이 펜스에 걸려 피해가 덜했다.
남편은 나뭇가지 치우느라 휴가를 내었고,
난 9시 30분에 출근하기에
7시부터 남편과 함께 치웠더니
출근하기전에 나무를 다 치웠다.
쓰러진 나무를 치우는것도
과학적인 사고를 필요로 했다.
무턱되고 나무를 전기톱으로 잘랐다간
나무가 바닥에 떨어지면 오이와 토마토와 고추 망치니
지지대를 세워서 전기톱으로 자르고,
잘라진 나무는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남편과 내가 잡아서 치웠다.
내가 있어어 다행.
우리 시 바로 아래에
토레이도에 송전탑이 고속도로위에 날아와 떨어져있고,
더 아래에 대형 유조트럭과 트럭이 도로 가로질러 넘어져
55번 고속도로 상, 하행선이 막혔다고.
정체된 하행선으로 데이빗이 출근한다.
난 우리시 아래에서 올라오는 차가 없으니
내 출근길은 쌩쌩.
Portions of I-55 still closed after tornadic storm brings power lines down on vehicles (youtube.com)
데이빗이 출근한뒤에 남편이 일어나서는
데이빗이 출근했느냐고 물었다.
당연한것을 묻기에
황당한 표정을 지어면서 물론 출근했지 했더니,
데이빗 출근길 고속도로가 다 막혔다며
구글 맵을 보여주었다.
구글맵을 보니 데이빗 회사가는 구간 넘어까지
몽땅 빨간색이었다.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문자를 해도 회신도 없고,
무슨 일이 생겼을까봐
얼마나 걱정이 되었는지...
평소 25분이면 도착하는데,
둘러둘러 가
1시간이 더 걸렸다며
실험실에 도착해서 문자를 했다.
구글맵 덕분에 둘러가는 길도 알고,
무사히 출근해 대견했다.
주님, 감사합니다!
데이빗이 퇴근은 했는지 남편에게 문자했더니
(데이빗은 3시반 퇴근이고, 난 6시 30분 퇴근)
데이빗이 근무하는 건물이
정전되어 일찍 퇴근했다고.
퇴근도 출근때처럼 둘러둘러와야했다.
전력회사 건물이 정전이라니...
이번 주말이나 되어야 전기가 연결될 거라고 했단다.
데이비드가 운 좋으면(?) 주말까지 휴무?
어젯밤부터 끊어진 인터넷이 아직도 연결되지 않고 있는데,
우리 이웃 시들은 전기가 나갔다고.
인터넷이 없는 게 정전보단 나으니 다행이다.
그런데 우리시를 비롯해서 토레이토 피해가
18건이나 신고되었다고.
규모가 작은 토레이도는
옆집이 피해를 입어도
그 옆집은 말짱하기에 순전히 운이다.
우리도 운나빴으면 큰일날뻔했다.
인터넷 차단되거나 정전된 가구들이 너무 많아서
복구하는데 시일이 많이 걸리겠다.
집에 인터넷이 되지 않아서
근무마치고 사무실에 남아 이 글을 적고 있다.
텍사스 휴스턴은 일주일 정전 후에
겨우 전기가 들어왔는데
다시 또 정전이라고.
그곳은 엄청 습하고 덥다고 하던데
정전된 가구들 어떻게 견디는지?
기상이변이 이렇게 잦고 보니
지구가 걱정이다.
전기가 없는 집들,
시원한 곳으로 대피를 해야 할텐데....
누군가가 건강하게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맞는것은 기적이라더니.
그런 하루를 맞은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우리 가족들과 내 주변사람들과
내가 살아가는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되도록 해야겠다.
2024. 7. 16. (화) 경란
추신 : 시카고 인근 토레이토가
꽤 큰 전국뉴스가 되었는지
테네시로 이사간 예전 이웃이 괜찮은지
연락이 왔고,
뉴스를 보니 꽤 심각했다.
제발 피해갈수없는 천재지변이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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