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만난 사람들

한국 슈퍼에서 10년만에 고등학교 반친구와 우연히 만나다

앤드류 엄마 2024. 4. 15. 11:58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던 옥련이가

시카고 북쪽에 살고 있다.

 

옥련이가 자기 집에 놀러 오라고 했지만, 

그 도로는 주중, 주말 없이 막히기에 

난 촌에 살아서 거기까지 운전에 자신이 없으니 

너와 네가족이 우리 집에 오라고 했더니 

그래 다음에 한번 갈께 하고선 

사는 게 바쁜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한 번씩 안부전화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에

 앤드류가 운전을 해 준 덕분에

시카고 북쪽에 위치한 양로원에 계신

지인을 방문하고, 

저녁 먹을 시간이 없었어

양로원 근처에 있는 

한국슈퍼 푸트코트에서 

  이동중에 차 안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을 사러 

한국 슈퍼에 갔다

세상에 그곳에서 옥련이를 만났다.

 

사실은 옥련이가 나를 발견하지 못했으면 

만나지 못했을듯. 

슈퍼 입구에 들어가는데 누가 엄청 반갑게

내 이름을 불러서 보니 옥련이였다. 

  세상에나 이런 일이...

옥련이도, 나도

뜻밖의 우연한 만남에

엄청 반가웠지만,

속상하게도

 10년 만의 만남을 즐길 시간이 내게 없었다. 

 

그날 계획상으로는 양로원 방문을 마치고,

그 주변에 한국식당들도 많기에 

그곳에서 저녁을 먹고, 

시카고 오페라 극장에서 있는

7시 30분 공연을 보는 순서였는데,

 

앤드류가 그 전날 야간 근무를 했기에 

일찍 출발을 할 수 없었고,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날 양로원 가는 도로도 체증이 심했는데

그곳에서 오페라 극장이 있는 시카고 다운타운 가는

도로는 체증이 더 심해서

   도저히 저녁 먹을 시간이 없었다. 

 

옥련이도 김치 담으려고 보니 

고춧가루가 부족해서 일하다가 

고추가루 사로 왔다고 했다.

옥련이가 새로 이사한 곳이 

그 슈퍼에서 멀지 않다고. 

 

어디 가서 이야기하고, 

같이 저녁 먹자고 하는데,

  내가 사정을 설명하고

다음에 만나자고 했더니

기어이 2층 푸트코트로 함께 와서는 

만두전문점에서 만두를 사주었다.

내가 우리 것을 사면서 

옥련이네 가족들 만두를 사 주었어야 했는데...

요즘은 내가 늘 생각이 짧다.

특히 바쁠 땐. 

 

그다음 날인 일요일에 내가 속해있는

한국 교회 창립예배가 있었어 갔다

양로원에 계신 지인분이 

한국교회 우리 속회원이 시기에 

뵙고 왔다고 전하면서

슈퍼에서 내 친구를 만난 이야기를 했더니

그럴 땐 공연을 포기해야지 하셨다.

그런데 나 혼자였으면

무료 티켓이었으니 당연히 포기를 했겠지만,

앤드류와 데이비드까지 있었어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우연히 슈퍼에서 만난 옥련이 부부와 

한국사람들은 시카고 북쪽에 자리를 잡았고,

  난 남쪽에서 가려니 시카고가 내 발목을 잡네. 

 

미국에 살면 누구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살아야 하는데,

장거리와 도심운전에 자신이 없으니 

 가고 싶은 곳도 못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못 만나니 

한국에선 많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았는데, 

   미국에선 약간 수동적이고 체념적으로 살게 된다. 

 

결혼 전에 내 친구에게

내가 미국인 남자와 결혼해서 미국 간다고 했더니 

옥련이 시댁과 친정이 이웃인 내 친구 정화가

옥련이도 미국에 산다고 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때친한 친구 몇 명 하고만 친해

옥련이와는 졸업 후에 소식이 끊겼다. 

 

그때 난 한국 교민들은 대부분 L.A 나

뉴욕에 사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 와 보니 시카고에도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그래 정화에게 연락해

옥련이 연락처와 미국 어디 사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시카고에 산다고.

 

결혼초기에 남편은 내가 친구가 없으니 

외로워서 우울해할까 봐 

차 많이 막히는 시카고에 가는 것

 그렇게 싫어하는 사람이 

그땐 지금보다 더 먼 곳에 살았는데도 

내가 옥련이 이야기를 했더니 

 옥련이네까지 운전해 주었다. 

옥련이는 부모님까지

온 가족이 다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고. 

 

그리고 우린 위신콘신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또 시카고 인근 남쪽으로 오게 되었지만,

 난 앤드류 낳았고, 

옥련이도 어린아이 둘 키우느라 바빠

   한 번씩 전화만 했다. 

 

옥련이는 교회활동을 열심히 하니 일요일도 바쁘고, 

아이들 키울 땐 토요일엔

아이들 운전기사로 뒷바라지하느라 바쁘고,

   미국살이가 그렇다. 

 

옥련이가 부모님과 함께 살았기에  

부모님과 모시고 꼭 우리 집에 한번 다녀갔으면 했는데,

옥련이도 사는 게 많이 바빴는 듯. 

 

우리가 한국 살다 이곳으로 오고 나서 

내가 옥련이네 한번 방문해서 만나고

근 10년 만에 슈퍼에서 우연히 만났네.

 

다음에 한번 보자 하고선 

그동안 시간이 이렇게 가 버렸다.

둘이 시카고에서 만났으면 

훨씬 더 자주 만날 수 있었는데, 

둘 다 운전도 잘 못하면서

왜 서로 자기 집에 오라고 했는지?

 

 

옥련이와 내가 10년 만에 우연히 만났던 중부시장 

저긴 종류가 많았지만 줄이 길어서 포기

앤드류와 데이비드가 순대를 못 먹어니 통과

 

옥련이가 사준 만두

(한 개씩 먹은 뒤 사진을 찍었네)

김치 만두는 10분을 기다려고 된다고 해서 

바로 포장해 주는 것으로 구입.

 

앤드류가 운전해 준 덕분에 

또 교통 체증으로 인해

앤드류가 좋아하는 한국음식을 식당에서

먹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슈퍼에서 옥련이를 만나 너무 반가웠다.

비록 시간이 없었어 

잠깐 밖에 이야기는 못했지만,

얼굴 본 게 어딘가.

 

내가 날짜 잡아서 시카고에서 만나자고 해야겠다.

   그때 밀린 이야기하기로.

 

2024.  4.  15. (월)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