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이크가 수학 기말고사를 마쳤다.
수학이 가장 어려웠는데
마쳐서 홀가분하다고.
그는 서른 살이 된 늦깎이 학생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그는
일을 마치고 곧장 학교로 오기에
항상 그는 더러운 작업복(청바지) 차림이다.
그렇지만 제이크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그것을 게의치 않는다.
업무가 바쁘지 않을 땐 학생들에게
무슨 공부(전공)를 하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고있는지 물어보곤 한다.
(대부분이 파트타임이나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제이크같은 늦깎이 학생들에겐
다시 학교로 돌아온
그들의 스토리가 궁금해서 꼭 물어보곤 한다.
제이크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이 학교에 2 학기 다니다
공부에 취미가 없었어 그만두고
인건비 센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육체노동이 너무 힘들어서
인터넷 보안일을 하려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고.
결혼은 했냐고 물었더니
결혼을 했고, 아이가 둘인데
몇달후에 셋째가 태어난다고.
아이들 둘 돌보며, 집안일도 해야하고,
일하면서 4과목씩 공부하려면 힘들 텐데
너 언제 공부하고 잘 시간은 있냐고 물었더니
주 60시간씩 일을 하기도 해
2-3시간 잘 때도 있다고.
그런데 셋째 태어나면
그마저도 잘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서른 살 씩씩한 청년인데,
그의 삶의 무게가 느껴져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가 오늘 기말고사 마치고 홀가분해졌기에
내 블로그에 대해 말해주고선
열심히 사는 널 한국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데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물론이라며 모델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궁금했던 그의 가정사에 대해
추가로 물어보았다.
그의 아내는 간호사로
부부가 아이들을 교대로 돌보기 위해
목, 금, 토, 일 야간에 일을 하고 있고,
자기는 늘 주말에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한다고 했다.
제이크 부모님이 바로 이웃에 사셔서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신다고.
부모님이 월요일 아침 6시 20분에 자기집에 오시면
자긴 출근을 한다고.
아내는 야간 근무라 퇴근전인지?
아님 잠자리에 든 건지?
우리 학교에서 여름 학기와 가을학기만 마치면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해서
앞으로 2년 6개월만 더 고생하면
잘 수 있을 거라고.
제이크가 공부는 이어서 계속해야지
그만두고 한참 지나서 다시 시작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학교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힘들지만 잘한것 같다고.
그리고 여기 마치고 바로 편입해야지
쉬었다간 다시 공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내일 Stepson 학교에
Career Day (직업소개?)에 가는데
아이들에게 꼭 고등학교 마치고
바로 대학에 가라고 할 거라고.
어린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으려나?ㅎㅎ
건설현장에서 60시간씩 일하고,
한학기에 4과목씩 공부하고, 아이들 돌보고, 집안일하고,
그런데도 난 한 번도 그의 지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힘든 시기를 넘기면 좋은 시절이 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 듯.
너는 틀림없이 cyber security 가 될수 있을거라며
열심히 사는 널 응원한다고 격려해 주었다.
그가 다음학기에도 테스팅 센터에 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못 보게 되더라도 공부 다 끝나고
다음에 언젠가
말끔한 옷차림의 그를
우연히 뜻밖의 장소에서 한 번쯤 만나게 되었으면.
제이크를 응원해 주시길!
2025. 5. 9. (목) 경란
추신 :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는 학생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지 않아서 온 경우라
옷을 잘 입은 학생들은 보기 드물다.
학생들 대부분이 일 을 하니
편한 복장이 대다수이고,
유니폼 차림으로 오는 학생들도 있고,
대체적으로 사람들 시선을 개의치 않는 듯.
'내가 만난 사람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깨끗이 청소된 집안을 보고 아들이 한말 (21) | 2024.06.29 |
---|---|
L.A 근교 블친네에서 다시 만난 블로그 친구 셋 (0) | 2024.06.25 |
전통이 된 내 친구의 사소한 생일 축하 이벤트 (0) | 2024.05.02 |
한국 슈퍼에서 10년만에 고등학교 반친구와 우연히 만나다 (46) | 2024.04.15 |
88세이신 내 고모님을 더 좋아하고 더 존경하게되었다 (0) | 2024.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