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만난 사람들

블친의 깜짝 방문 덕분에 휴가같았던 지난 삼일

앤드류 엄마 2024. 2. 10. 12:16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사는 블친 은령 씨가
오랜 투병으로 호스피스 병실로 옮긴 
시이모님을 뵙기위해
지난 수요일에 시카고 인근을 방문했다.
 
계획에 없었던 갑짝스런 방문이었는데,
호텔이 내 직장에서 40분 거리라
3일간 은령씨가 묶었던 호텔에서 함께 지내며
그곳에서 출.퇴근을 했다.
* 호텔 선택할때 내 출. 퇴근 시간을 배려했다.
 
은령 씨가 3일간 오는데, 
우리 사무실에 인원이 부족해서 휴가를 낼 수 없었다. 
그래 은령씨에게 미안하다고 했더니 
 은령씨도 낮엔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야 하고, 
시이모님을 뵈러 가야 하니 낮엔 시간이 없다고 했다.
   둘이 서로 시간이 맞아 다행이었다. 
 
수요일 방문을 하루 전 오후 5시 30분에 
은령 씨가 전화로 알려 주었는데,
은령 씨도 몇 시간 전에 시이모부님으로부터  
시이모님이 며칠 내로 돌아가실 것 같다며
은령 씨를 많이 보고 싶어 한다는 전화를 받고,
은령씨가 최고로 좋아하는 시이모님이기에
마음이 아파서 돌아가시기 전에 뵈려고
  바로 다음날 방문하기로 결정을 한 것이었다. 
 
미국은 비행기표를 3-4주 전쯔음에 미리 예매를 해야 비싸지 않는데,
직장과 돈에 구애받지 않고,
 전화받자마자 비행기표 구입해서 날아오는 은령 씨의
기동성과 결단성이 감탄스러웠고,
휴가낼때 일과 직장사정을 감안해야 하는 직업인들과는 달리
교수라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도 되는 직업의 유연성과
비용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인 여유와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는 아내바라기 뢉의 한없는 사랑,

이 모든것을 가진 그녀가 부럽기도 했고,
나보다 몇배나 바쁜데도

사람에게 마음뿐만 아니라 때론 마음을 담은 선물로 

 최선을 다하는 은령씨가 내 친구라 영광이다.

돈도 많고 시간이 많아도 시이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어한다고 은령씨처럼 연락받자마자
그 먼곳에서 날아올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은령씨가 시이모님께 진심을 담아 애정을 드렸기에 

돌아가시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어셨을것이고, 

본인 자녀들도 다 기억못하시는 치매신데,

은령씨를 기억하셨는듯. 

내가 은퇴한 후에는 시간 구애는 받지 많을테니  
그때라도 나도 은령 씨처럼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 나를 보고 싶어 하고,  

필요로 할 때 달려 가 줄수 있도록

직장 생활 불평하지 말고, 
일 할수 있을때까지 열심히 직장을 다녀야겠다.
 
난 그날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3일 동안 먹을 몇 가지 음식들과 
(남편은 자기들이 알아서 할 테니 괜찮다고 했다),
 은령 씨가 좋아하는 김치전을 만들었다. 
다 하고 치우고 나니 밤 1시간 넘었다.
 
수요일에 함께 일하는 동료가  
근무시간을 교환해 주어서 
수요일엔 은령 씨를 일찍 만날 수 있었다.
 
은령 씨는 아침 8시 15분에 도착해서 
수업도 하고, 시이모님 병실에 방문하고,
그 가족들도 만나고 엄청난 일정을 소화했다.
새벽 3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해 
공항에서, 기내에서, 시간 날 때마다 채점을 했다고. 
 
은령 씨에게 저녁 식사로 좋아하는 음식 미리 물어보고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놓았어야 했는데,
만나서 물었더니 한식 먹자고 했다.
그 자리에서 검색해서 찾은 것이 본촌,
가서 보니 치킨 프랜차이즈 식당이었다.
그런데 떡볶이며 볶음밥, 김밥, 불고기 같은 
음식들도 있었다.
한식 먹을 것 같으며

한식을 전문으로하는 레스토랑에 갔었어야 했는데.
특별히 잘 하는 곳은 없지만. 
 

비빔밥과 떡볶이
은령 씨는 그 시간까지 시간이 없어서 아침, 점심을 못 먹고, 군것질만 했다고.
그래 배가 많이 고팠다는데, 
하필이면 콩나물이 살짝 맛이 갔다고.
떡뽁기는 떡이 조금 뻣뻣했다. 
  맛있는 것 사주려고 했는데....

 
음식을 다 먹었을때쯤 종업원이 오더니 
 우리 옆자리에 앉은 손님이 계산하면서 우리 음식값도 지불했다고 알려주었다. 
세상에...
눈인사도 나누지 않았고, 얼굴도 모르는 분인데... 동양인이 아님.
이런 일은 처음이라 그분의 호의에 기분이 좋으면서 신기했다. 
내가 돈이 궁한 처지였으면 많이 고마왔을 것 같은데,
그날은 내게 이런 일도 있네 하는 뜻밖의 호의를
경험하게 된 것이 기분이 좋으면서 
한편으론 그분이 왜 우리 저녁값을 계산해 주었을까? 가 궁금했다.  
 
은령 씨가 착해서 하느님이 축복을 주신 것인지,
예약했던 렌트차(SUV)도 들어오지 않아서 
같은 가격으로 훨씬 더 좋은 벤츠나 BMW SUV를 주겠다고 했는데,  
벤츠 SUV는 너무 고급이라 BMW SUV를 받았다고.
은령 씨가 아무래도 복이 많은 것 같으니
오늘 복권을 사라고 했더니 
복권이 당첨되면 
다른 사람이 당첨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거니까 
복권은 사지 않겠다고. 
복권 구입했으면 당첨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ㅎㅎ
 

채점 삼매경에 빠진 은령 씨 

목요일엔 아침 8시 30분에 수업이라 
난 그때 샤워하고 출근 

은령 씨가 좋아하는 베트남국수 
내가 레스토랑 가서 사주려고 했는데, 
내가 퇴근이 늦어서 시간아 낀다며 은령 씨가 사 왔다. 

내가 맛집을 검색해서 지리를 감안해서 찾았는데,

그 큰 레스토랑이 다운타운내에 위치해 있었어

전용 주차장이 없었어 도로에 불법주차되어있었는데,

은령씨는 불법 주차를 못하니 한참 떨어진 곳에 주차를 했고,

어두워서 겁이 났다고.  세상에...

오다가 기차 만나 저녁이 많이 늦었다.

 

 
출근하기 전 마지막날
금요일오전 10시에 호텔 주변 산책 후 작은 호수에서  - 봄날 같은 날에
 
은령 씨가 금요일 저녁 6시 30분 비행기로 달라스로 돌아가고,
수업도 한 클래스밖에 없으니 
내가 하루 휴가 내어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무실에 일이 바빠서 3시간만 휴가 내어
아침에 3시간 늦게 출근했다. 
 
아침이나 브런치를 사주려고 했는데,
두 번의 아침을 모두 내가 만들어간 김치전과
  준비해 간 과일과 호텔에서 준 커피로 대신해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근무도 하고,
출. 퇴근 운전거리도 집에서보다 더 멀었지만 
호텔에서 지내는 동안 음식도, 집안일도 하지 않고,
은령 씨와 아침, 저녁시간을 함께해 
 휴가 같은 3일을 보냈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아침, 저녁 식사를 했음
더 기분 좋았을 텐데.
 
은령 씨가 멀리서 왔는데,
지출이 너무 없었던 것이 옥에 티다.  
 
시이모님이 치매라 자녀들도 잘 못 알아보시곤 하셨다는데  
은령 씨를 바로 알아보셨다고.
그리고 며칠 동안 음식도 못 드시고,
말씀도 못하셨는데 은령 씨의 시이모님께서
은령 씨와 이야기도 하고, 당신 자매들에게 전화도 했다고.  
그래 플로리다에서 지내시던 은령씨 시어머님이
은령 씨에게 동생을 찾아봐주어서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셨다. 
 
시이모님께서 6명의 자녀들을 두셨는데,
자녀들 앞에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으로 
   남편과 은령씨를 곱았다고. 
치매는 가장 최근의 기억부터 잃는다고 했는데, 
본인 아들, 딸보다 훨씬 뒤에 만난 조카 며느리를 더 기억하시니. 
강력한 기억은 치매라도 기억을 하시는건지? 
 
돌아가신 후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보단 
살아계실 때 방문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덕분에 반가운 사람 만나 이야기도 많이 만나
힐링에 휴가가 되었네.
그것도 딱 필요했던 시기에. 

깜짝 방문으로 시이모님이 내게 최고의 선물을 준
은령씨와 그런 부인을 무조건 최대로 지원해 주는 뢉,
이 부부에게 앞으로도 계속해서 축복주시길.
 
2024.  2.  10. (금)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