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만난 사람들

내가 힘들었을때 나의 구세주였던 옛이웃친구들과

앤드류 엄마 2023. 9. 16. 12:16

26년 전에 오르간 작은 동네로 이사 갔을 때
내 이웃이었던 친구들과 
  1년에 한번씩 만나 함께 하는데,
올핸 린다가 60살, 케시가 70살이 되기에 
오늘 생일 축하도 해 주고,
셋이서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기분좋은 하루를 보냈다. 
 
겨울이 시작되던 길목에
데이비드가 태어났을 때 16개월 된 앤드류는
아침만 먹고 나면 두손에 신발 한 짝씩을 잡고
집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그때 린다는 어린아이 셋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있었기에 
그녀 집에 엄청 자주 갔던것 같다.
그리고 데이빗이 태어났을 때 
린다가 우리 이웃들과 자기 친구들을 초대해 
베이비 샤워까지 해 주었다.  
 
그때 혼자서 어린 아이 둘 데리고 
외출할 엄두도 나지 않았기에
케시가 자기 차를 운전해서 함께 가주곤했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케시의 큰딸 제시카가
베이비 시트를 해주곤 해
  케시와 테니스를 치기도 했다. 
 
린다는 같은 동네에 살았지만,
  우리집과 좀 떨어져 있었는데, 
케시가 린다를 소개해주어서
 린다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이 둘은 내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들로
가족이 없는 내가 외로울까봐서 
신경을 많이 써 주었고,
케시는 혹시라도 내가 돈이 필요하면
자기가 줄테니 언제든지 말하라고.
만난지 몇달 되지 않았던 미국인 친구가
그런 말을해주어서 너무 고마왔다. 
 
그렉은 케시 남편과 같은 회사 검사원으로 
케시 남편이 근무하고 있었던 
원자력 발전소에 1년간 지원 근무차 
우리가 그곳으로 이사를 간 것이기에 
그들은 우리가 1년뒤에 다른 곳으로 
다시 이사가는것을 알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나를 도와주었던 친구들이었기에
  평생 그 은혜를 잊지 못할 것이다.
 
매번 내가 전화로 안부를 챙기는 편이라
약간 서운할 때도 있지만, 
그때의 고마움을 생각하며 안부전화와 함께
매년 내가 날짜와 장소도 조율하고,   
밥값을 내고 (물론 자기들이 내려고 하지만),
    우리 셋의 우정을 지속시키고 있다.    
 
린다는 페이스북이 없으니
린다 아이들 얼굴 본 지 엄청 오랜만이라 
오늘 만났을 때 사진 보여달라고 해서 
아이들 사진을 봤더니 앤드류와 동갑인 막내는
길에서 만났으면 못 알아볼 뻔.  
 
첫째 머라이어는 수학전공으로 대학원을 졸업해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다 
자기랑 맞지 않는다고 그만두고,
무용학원에서 무용을 가르치고 있다. 
페이가 최저임금 수준이라 린다가 걱정인데,
    정말 좋은 남자친구를 만났다고.
남자 친구랑 아일랜드 여행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직업과 직장도 좋고, 아주 멋진 청년이었다.  
 
기계 엔지니어를 전공한 둘째(아들)는 재택근무를 하기에
     지난번에 라오스에서 몇 달 살다 오고,
  하와이에서도 몇 주 지내다 오고, 
   이번엔 남미에 두 달 동안 간다고.  
막내도 스코틀랜드로 교환학생을 가
유럽을 거의 다 다녔는데,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해 시티은행에서 
연봉 엄청 받고 있다더니 최근에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고. 
 
오르간 인구 3,000명 작은 시골타운에서 
태어나서 전교생이 300명 겨우 되는 고등학교를 다녔던  
 린다의 아이들이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있었어 흐뭇했다. 
 
케시도 결혼한 세 아이들이 다들 잘 살고 있었다.
첫째 제시카는 간호 대학원을 졸업하고
보건소격인 곳에서 근무하며 딸 둘을 잘 키우고 있고, 
사위는 치과의사라 경제적으로도 여유롭고,
그렉보다 더 말없는 케시의 둘째 아들이 
 두 아이 낳고 활달한 부인과 잘 살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셋째 마크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부인과 잘 살고 있다.
 
린다와 케시는 자녀들을 잘 키웠는데, 
왜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의 60살, 70살 생일을
기념해주지 않는지 참?
 
나처럼 엎뜨려서라도 절을 받아야 하는데,
워낙 겸손하고 착해서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았는 듯. 
 
그래 내가 내 아이들과 그렉에게
내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있으니
돈으로 사라고 은근히 강매를 했더니 
어머니날 앤드류와 데이비드가 돈을 주었다며,
그대들은 아이들한테 절대로
엄마 선물은 괜찮다고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27년이나 되었으니 난 케시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만날 때마다 케시의 남편 제프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고, 웃게 만든다.   

중간 노란 옷 린다, 오른쪽 케시
60살, 70살 생일은 특별한 생일이니 
10년 전처럼 크게 축하해 주고 싶었는데,
린다가 1박 2일은 시간이 없는 듯. 
 
 두 사람의 50살, 60살 생일 기념으로 
시카고 호텔에서 1박 하며
   시카고 심포니 콘서트도 가고, 
시카고 동물원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여주었는데,
벌써 10년 전이었다니...
두 사람은 정말 특별한 추억이었다며 고맙다고.  
 

완연한 가을 날씨가 참 좋았다. 

폭포에 물이 있었음 더 좋았겠지만, 물이 없어도 좋았다 

린다가 오늘은 일찍 돌아가지 않아도 되어서 
케시가 직접 딴 사과와 구운 빵을 가져와 
산행 후 소풍을 즐겼다.
 
겸손하고 소박한 내 친구들은 
사소하게 작은 일상에 감사하며 욕심 없이 산다. 
 
그래 60살, 70살 생일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하루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카드나 문자로 받은 생일 축하에 감사하고,
소박하게 생일을 기념하며 자족한다. 
 
이번에 내가 가장 밑바닥이었을 때
너흰 나의 구세주였다며,
늘 고맙게 생각하고,
평생 잊지 않겠다고 했는데,
 
다음엔 두 사람에게 내가 어려울 때
  내게 투자 잘했다고 해야겠다.ㅎㅎ
 
린다가 우리가 너를 만난것이 축복이었다고.
 
26년 전의 나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시거든
꼭 도와주시길!
 
   2023.  9.  15. (금)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