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만난 사람들

모든이들이 소망하는 노년과 마지막을 보내신 Mr. Hylek

앤드류 엄마 2022. 10. 12. 07:12

옆집 친구 데비의 아버지 Mr. Hylek 씨 께서

 99세 생일을 한달 앞두고 

지난 10월 5일(수) 새벽에 돌아가셨다. 

 

비교적 건강하셨기에

 100세 생신을 기념할수 있을것 같았는데,

지난 4월 중순에 코로나에 감염 되셔서

고생을 하시더니 

회복한 이후로도 후유증때문인지

건강이 예전만 못하셨다. 

 

돌아가시기 전날밤에 갑짜기 혈압이 올라가 

911 호출해 응급실에 가셨고,

다행히 좋아졌는데, 

다음달 새벽에 병원에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고. 

 

아버지께서 응급실에 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전 가족들이 모두 병원에 갔었는데

치료후 좋아지셔서 주무시는것 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며, 그런줄 알았으면

사랑한다고 한번 더 말해드렸을텐데 라며 

   데비가 많이 아쉬워 했다. 

 

Mr. Hylek씨는 돌아가시기전날 

 사랑하는 가족들을 모두 보셔서

  더 편안한 마음으로 주무셨을듯. 

 

한국의 노인분들께선  

99세까지 팔팔하게 사시다가

2-3일만 앓으시고 돌아가시는것이 소망이시라

평소에 9988 234를 외치신다는데,

 

데비의 친정아버지께선 

9988 234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소망하지만 

그런 노년을 보낼수 있는 사람이 몇 없을 

  특별히 축복받은 노년을 보내셨다. 

 

근 99년을 사시면서

노년에 병원 출입은 몇번씩 하셨지만

큰병을 앓으신적이 없어셨고, 

사랑하는 부인과 부부 금슬좋게 62년을 사셨고, 

 9년전 부인과 사별한 후엔 

 평생 부모와 함께 살았던

  사회성이 약간 떨어지지만

심성이 아이처럼 착한 미혼의 큰딸이 

직장에서 은퇴한 후라

돌아가시기전까지

지극정성으로 아버지를 돌봐드렸다. 

  (큰딸은 도심 운전외엔 운전도 한다).

 

또한 사별한 부인과 Mr. Hylek씨가

 정이 많았고, 자식들도 사랑으로 키워 

1남 4녀인 자녀들이 아버지를 끔찍히 위했고, 

자녀들끼리도 사이가 좋아 

  가족끼리 자주 만났는데 꼭 아버지를 모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들 모두 집과 직장이

부모님집에서 멀지 않아 

 수시로 부모님(아버지)을 찾았고,

또 자주 자녀들이 식사초대를 해 

 자녀들 집을 방문하셨다.

둘째 데비와 세째 크리스가 은퇴한 후엔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아

더 자주 아버지를 방문했다.

* 나이들수록 가까이 살면서

부모 잘 챙기는 자식이 최고인듯. 

 

 명절이나 가족들 기념일엔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두 처제와 그들 가족들과 함께 돌아가면서

본인들 집에서 모임을 주최해

양가 3대 26명이나 되는 대가족이 1년에 몇번씩이나 모여서

 음식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평생을 당신이 태어나고 자란곳

근방에서 사셨기에 

돌아가시기전까지 다녀셨던 

성당의 초기멤버셨고,  

 지근거리에 친구들이 많으셨다.

 

그래 돌아가시기 한달전까지 

매주 2번 정해진날에 맥도날드에서 

친구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했고,

일요일 성당에서 미사를 보시고도 

항상 성당 친구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시며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기셨고,

집에 계시기보단 마트에 쇼핑다니시길 좋아하셨다.

 

98세까지 사신분들중엔 또래 친구들뿐만 아니라

본인들보다 나이가 적었던 친구들까지

먼저 세상을 떠나 외롭게 사시고, 사셨던 분들이 많은데

Mr. Hylek 씨는 돌아가시기 몇일 전까지 

큰딸을 포함해 가족들(처 조카와 그 가족들 포함)과 

친구들이 있어 외롭지 않으셨다.  

(함께 사는 큰딸이 치과에 가거나 일이 있어면

다른 딸들이 아버지 혼자계실까봐 교대해 주었다) 

 

약간 부족한 딸이 결혼을 하지 않고, 

부모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슴

평생 근심하며 지내신 분들도 계실텐데,

전혀 그렇지 않으셨다. 

 

그리고 자식들이 특별히 공부를 잘했더라면 

글로벌 인재가 되어 멀리 살았을테고,

 또 바빠서 부모를 자주 찾지 못했을텐데,

평범하게 자라 다들 직장다니며 대학을 다녔고,

근처에 사니 이 또한 데비 아버지의 복인듯.

(자녀들이 다들 성실해서 모두 경제적으로 중산층이다)

 

데비가 우리 옆집으로 이사오기전에 

아버지 집에서 15분 거리에 살았는데,

이곳으로 이사와 35분이나 떨어져 

데비 아버지께서 너가 너무 멀리 이사갔다며 

많이 아쉬워 하셨다고.

 

한달에 만달러나 하는

고급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내 지인이 

일 시작하고 처음 몇달은 고급시설에 

친절한 직원들의 보살핌을 받는 

그곳 노인들이 좋아보였는데,

시간이 지나니 고급시설에 있는 분들도 

보통 시설에 있는 노인분들처럼 비슷한 노인이시더라고.

 

고급시설에서 좋은 보살핌을 받는것보단

내가 평생 살았던 익숙하고 편안한 내집에서 

도움이 필요할때 착한 딸의 보살핌을 받으시고,

가족들과 수시로 함께하며,

오래된 친구들과 교제를 즐기며 사셨던

데비 아버지의 노년이 훨씬 더 정서적으로도 좋았을듯. 

 

나이들어 가족 모두 건강하고,  

부모자식끼리, 또 자녀들끼리 친밀하게 잘 지내고, 

자녀들이 부부사이좋고, 그 가족들이 화목하고

성실해서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고하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것 같다. 

 

그런데다 Mr. Hylek 씨는

1남 4녀의 자녀들이 모두 효자, 효녀들일뿐만 아니라 

지근거리에 살며 아버지를 자주 방문해

말동무가 되어 드리고, 보살펴 드렸으니 

한국의 노인들이 부러워할 행복한 노년을 보내셨다. 

 

Mr. Hylek 씨의 부모님 두분 다 폴란드에서 오셔서 

폴란드 만두인 Pierogi (으깬감자와 치즈) 와

폴리쉬 소세지와 한국의 순대같은 소피에 보리쌀든

블러드 소세지만 있으면 다른것 필요없이

평생 드실수 있으시다고.

그래 한국에서 블러드 소세지(순대)가 있다며

다음에 저랑 한국 순대와 폴리쉬 순대 함께 먹자고 했는데,

한국 순대 맛을 보지 못하시고 가신게 아쉽다.

두달전에 한국 슈퍼갔을때 냉동 순대 구입해

다음에 방문할때 가져가서 함께 먹어려고

우리집 냉동실에 보관중이었는데...

 

불고기와 만두, 잡채를 잘 드셨는데...

더 초대를 했어야 했는데...

 

  누군가 떠나고 나면 남은 사람은 아쉬움만 남는듯.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셔서 그런지 

98세의 연세에도 천진난만한 소년같은 모습이 있으시다

9년전에 사별한 부인과 아들과 세딸들과 손주들과함께

지난 7월 1월에 집으로 처음으로 방문했을때

데비가 아버지를 방문할때 한번씩 함께 방문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날 좋아하시는 Pierogi 를 드려서 쬐금 위안이 된다. 

 

지난해 여름에 딸집에 오셨을때 

데비네 집을 방문하시면 가서 잠깐 이라도 인사를 드리곤하는데,

 식사를 함께 할때가 많았다. 

2022. 10.  10. (일) 장례식후 점심

 

장례식후 손님들에게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풀코스로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경조금도 받지 않는데).

  난 이탈리안 음식 풀코스도 처음이었다. 

*갓 구운 빵, 스프, 셀리드, 다섯가지 메인 디시 그리고 디저트로

아버지가 매일같이 드신 아이스크림까지.

 

데비네 친정 가족들과 친척들이 장례식후 

좋은곳에서 손님들 점심 대접을 했다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셔서

매일같이 저녁이나 점심때 아이스크림을 즐기셔서인가

 인자하고, 온화한 미소에

그 연세에도 천진만난한 소년의 이미지가 있으셨다. 

 

마지막 가시는 날과 조문을 하던 전날

하느님이 날씨까지 축복을 주셔서 

날씨가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장례식후 오늘 오전엔 흐렸고,

오후부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엔 내일까지 비가 오고, 

 기온이 초겨울로 직행할 태세다.  

 

조문할때와 장례식후에 

다들 한결같이

 참으로 축복 받은 인생이었다고. 

 

 문득 문득 한번씩 Mr. Hylek 생각나고, 그리울듯.

 

천국에서 편히 쉬시길!

 

2022.  10.  11. (화) 경란 

 

추신 :  Mr. Hylek 가 돌아가셔서 제가 상주가 아니면서

          몇일동안 괜히 좀 바빴습니다.  블친들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Mr. Hylek 의 인생 스토리는 다음편에 소개할께요.  

*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고, 좋으셨으면

     아래 왼쪽에 위치한 하트 클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