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만난 사람들

릭의 장례식

앤드류 엄마 2010. 8. 14. 03:22

16개월 동안 루게릭으로  투병 중이었던 릭이

지난 월요일 아침 향연 59세의 젊은 나이에

사랑하는 제니스와 가족들을 남기고 

주님곁으로 돌아가 화요일 Wake와 수요일 장례식에서

그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병세가 악하되기 시작하고나서부터

다들 언제가 올 그날을 준비하고 있었는 데다,

별세하기 일주일 전에 폐렴증세를 일으켜 병원에 갔다 

다음날 바로 호스피스병동으로 이송되어

이별이 머지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몇 주 동안은 릭이 많이 힘들었는 데다 

릭이 좋아하는 주님 곁으로 가는 것이라 

그의 영원한 안식을 축하해 주어야 하는데도,

가족들을 비롯해 장례식에 참석한 모두는 여전히 릭을

떠나보내는 것이

 

장남 제이슨이 아버지를 기리며 부자가 함께 했던 

특별한 시간들과 함께 아버지로서는 물론이요,

겸손했고, 성실했고, 지혜롭고, 정의로운 사람이었기에 

내 아버지라 좋았고 정말 존경한다며

자긴 티브와 늦잠 자기를 좋아하고 적당히 게으르기에

결코 아버지처럼 살 수 없을 거라며 참석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릭은 일요일 아침은 교회에서,

금요일저녁 자신의 집에서 성경을 가르쳤는데,

(집에서 하는 소그룹은 인기가 높아

늦게 신청하면 가입을 못하고,

우리 교회에서 그 그룹이 가장 사람들이 많았다),

그에게 성경을 배웠던 듀크는

 릭보다 한참이나 연배인 칠순인데,

릭을 추도하면서 그는 정말 지혜로운 사람으로, 

그에게서 많은 삶의 지혜를 배웠으며,

그는 성경을 생활로 실천한 사람으로

자신의 영원한 친구이자 위대한 스승이라며

그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탐은 5년 전 릭과 비슷한 시기에 이곳으로 이사와 

우리 교회에서 만나 친구가 된 부인들로 인해 릭을 만나게 되었는데,

두부부는 곧장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탐은 2년 전 직장문제로 켄터키로 이사를 갔지만 

그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CEO라 바쁜 일과 중에 데도, 

병중인 릭을 방문해 발음도 분명치 못한 릭의 말을 들어주고,

또 그냥 그의 옆을 지켜주곤 했다. 

탐은 며칠 전에 또다시 미네소타의 더 큰 업체 CEO로 부임해

얼마나 바쁜데 와중에오늘내일하던 장인이 어제 별세했다고. 

그래 그의 부인 티가 친구 제니스 옆을

지켜주지 못해 많이 안타까워했다고. 

장인이 돌아가셨는데도 불구하고, 

 늦게 일을 마치고 6시간을 운전해 새벽녘에 도착했다,

장례식을 마치고 곧바로 돌아갔다.  

 

탐은 190 센티에 체구가 상당한 거구의 노신사인데 

그런 그가 준비한 추모사를 읽으면서 

슬픔을 가누지 못해 몇 번이나중단하다

끝내 다 마치지 못하고 울먹이며"I Love You Man"으로 대신해,

참석자 모두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

 

메리 케이는 릭의 부인인 제니스가 가르치는

화요일 아줌마들의 성경팀 일원으로,

2년 전 오클라호마로 이사를 갔는데,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혼자서 10시간을 운전해 왔다.

 

미국사람들의 인간관계는 그들이 즐겨 먹는 인스턴터 음식처럼 

깊이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를 보니 사람 나름인 것 같고,

그녀를 통해 진정한 친구의 역할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게되었다. 

 

제니스와 메리 케이가 함께한 시간 또한

3년 남짓한 길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친구를 둔 것은 제니스와 메리 케이 둘 다

서로의 진실성이 통한 결과겠지만,

그런 친구를 둔 두 사람이 부러웠다.

 

교회에서 장례식을 마치고

교인들이 준비한 식사로 참석자들에게 점심 접대를 했다.

 

릭의 장례식은 내가 미국에서 경험한 두 번째 장례식이었는데,

장례식동안 다음부턴 가능하면 아이들을 동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례식에서 그 사람의 일생에 대해 알 수 있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게 되기에.

 

릭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장례식에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또 추모사를 들으면서  

엉뚱하게 남편과 내 장례식은 어떻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전에 남편에게 장례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당신 장례식 때 가족 외 참석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걱정이라 했더니" 

자긴 신경 안 쓴단다.

 

그래 당신은 이미 죽었으니

신경 안 쓰겠지만 난 신경 쓰이니까 앞으로 인간관계도

좀 넓히고 좋은 일도 좀 많이 하라고 했더니 생뚱맞은 표정을 지었다.

   

젊은 날 젊은 로버트 레드포드를 닮은 릭과 제니스의

다정한 모습이 담은 사진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릭이 떠나기 2주 전 릭도 정말 힘들었지만 

16개월 동안 혼자서 릭을 간호했던 제니스가 많이 힘들었기에

생과사는 하느님의 뜻이라지만

 이럴 땐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신앙심이 깊은 릭은 선택하지 않겠지만.

 

평생을 주님사랑을 실천한 릭에게 축복을 주지 못할망정

마지막을 그렇게 고통스럽게 보내게 하는

주님이 원망스러웠는데,

정작 그렇게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은 릭과 제니스는

 오히려 우리들에게 주님은 좋으신 분이니

원망 말라고 한다.

 

그 큰 고통도 주님의 뜻이라며 순응하며

주님이 뭔가 계획이 있을 거라 믿는 그들은 진정한 크리스천인 것 같다.

릭이 사랑하는 주님께 빨리 달려갈 수 있도록

새 운동화를 신겨주었으니 지금쯤 릭은 아마 천국에서

평온한 안식을 즐기고 있으리라. 

 

다시는 그에게 성경과 지혜를 배울 기회가 없기에,

남편과 내가 학교 다니느라시간이 없어 릭이 주도했던

소그룹과 일요성경교실에 참석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다.

그의 큰 발자취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인자하고 따뜻한 미소를 지닌 그를 그리워하리라.

 

* Wake - 장례식전날 (보통 오후 4시부터 저녁 8시까지)

교회나 장례식장에서 하는 조문.

             미국은 집으로 문상 가지 않고, 이 시간에만 조문을 받는데,

그곳에 상주와 주인공(영화처럼 화장도 하고,

             정장차림이라 살아있는 모습처럼 보임) 함께 참석하며, 

일생동안의 소중한 순간이 담긴 사진도 함께 전시.   

            

 

2010. 8. 13. (금) 경란

 

추신 : 소식이 늦어 죄송합니다. 

시간 내어 제 블로그 찾아주신 분들께 헛걸음시켜 정말 죄송합니다.

         휴가이야기는 시간 나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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