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만난 사람들

민지 엄마

앤드류 엄마 2010. 7. 18. 09:07

민지엄마가 워싱턴 근교로 이사오기 전까지 우리집 전화는 발신용이었다.

 

남편에게서 하루에 한번정도 전화오는것과 미국사는 내친구들이 하고 어쩌다 한번씩 전화하는것 외엔 

대부분이 이상한 전화라 받지 않고(발신자 확인), 한국이든 미국이든 주로 내가 전화를 한다.

 

혼자 사시는 시어머니께 가끔 안부전화를 드리면 부재중일때 녹음을 해 두면 

전화확인을 하시고도 전화를 하지 않으시기에 무슨일이 있나 걱정이 되어

몇번이나 전화한 끝에 통화가 연결되면 시어머니는 그동안 조금 바쁘셨단다.

결혼후 15년동안 (한국살때 5년을 제외 10년간) 시어머니는 딱 한번 시아버지

부고 소식을 들은것 외엔 우리집에 전화 한적이 없어셨다.

그래 내가 남편에게 아낄때 아껴야지 사람 걱정되게 왜 그러신지 모르겠다고 한소리했더니 

하루는 남편이 시어머니께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리집 전화 수신도 가능하다고 했더니

시어머니가 웃으시면서 너희집에 전화하면 전화비 들잖아 하신다.

그 이후부턴 이제 부재중 녹음 남겨두면 가끔씩 전화를 하신다 (받자마자 바로 끊고 우리가 다시 전화하지만).

 

미국은 전화요금체계가 조금 복잡한데, 전화가입할때 시내전화만 사용하면 기본요금만

지불하면 되는데, 시외전화 (주 밖으로 사용가능) 서비스를 추가하면 전화할때마다 통화료도

지불하면서 별도 부과서비스비를 따로 지불해야하기에 알뜰이 도가 넘치시는 시어머니는

시외전화 서비스를 연결하지 않으셨기에 시외전화를 하게되면 요금이 엄청 비싸다.  

 

민지엄마는 한국살때 진해 미해군부대내에 있는 교회를 다녔는데, 그곳에서 만났다.

한국가족들이 몇가족뿐인데다, 나이가 비슷해 가끔씩 어울렸는데, 우리가 미국으로 오고나서

연락처 알려주고는 연락을 하지 못해 항상 미안했었는데, 올초에 남편이 미해군사관학교 교환교수로

발령받아 워싱턴 근교로 왔다면서, 그때 내가 주었던 우리집 전화번호가 있었어 전화를 했단다.

자기도 어떻게 그 전화번호를 여태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너무 다행이라고 했는데,

나도 그녀가 전화를 해주어서 정말 고마왔다.

그날이후 우리집전화는 비로서 수신역할을 하게 되었다.

     

민지엄마는 천성적으로 사람좋고 친구를 좋아해 친구가 많은데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한국에서 정말 바쁘게 살다,

미국와서 처음엔 사람들과 교류를 하지 못해 많이 힘들어했었는데,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 특유의 친화성으로 벌써 교회에서 없어서 안될 사람이 된것 같다.    

 

하루는 엄청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했기에 무슨 좋은일 있냐고 물었더니 아침에 보약을 먹단다.

그래 힘이 난다길래, 미국에서 왠 보약인가 했더니, 한국친구와 장시간 통화를 했다며 자기한테

보약이 바로 수다란다.  중국산일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엄청 싸게(전화비) 먹을수 있으니 얼마나 현명한가.

민지엄마는 말을 엄청 재미있게 하기에 그녀와 통화할땐 정말 크게 많이 웃게된다.

 

민지엄마와의 수다는 그냥 시간만 축내는 아줌마들의 쓸데없는 수다가 아니라 삶에 청량제가 되고

피가 되고 살이되기에 난 그녀가 주는 보약만 먹는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까지 덤으로 얻게된다.

나혼자 듣기엔 너무 아까운 말들이라  블로그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삶의 지혜를 

주었으면 좋겠건만 블로그를 하지 않으니 참으로 아쉽다.

 

우리가 2시간이내에서만 살아도 가끔씩 만나 함께 밥도 먹고 또 가끔씩 밤새워가며

몇년치 보약을 먹을수 있을텐데, 워싱턴과 시카고 12시간은 도저히 극복이 안된다. 

이렇때 넓은 미국땅이 정말 싫다.   

 

민지엄마는 부부와 가정문제 유명 카운셀러보다 더 현실적이고 알맞는 처방을 해줄수 있고,

또 영양가있는 말을 엄청 재미있게 한다.

민지엄마도 조금만 준비하면 행복 전도사 정덕희씨 못지않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수있는데,

민지엄마 친구들과 나만 그녀의 혜택을 받기엔 그녀의 재주가 너무 아깝다.

미국에 있을동안 그쪽방면으로 공부해서 그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게되었으면 좋겠다.

 

민지엄마, 내가 보약 보내줄테니 2분만 기다려줘요.

밥먹고 전화해야지 하는데 벨이 울린다 (워싱톤과 시차 1시간이 크다).

 

 

2010. 7. 17 (토)  경란

 

추천 블로그 http://blog.naver.com/huntergree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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