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만엄마!
그대가 가장좋아했던 오월이야!
화사한 오월의 햇살과 싱거러운 초록의 물결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날이란다.
적당히 살랑살랑 불어오는 부드러운 봄바람에 라일락 향기가 휘날리고,
창밖엔 나무잎들과 풀잎들도 살랑거리며 춤을 추고, 새들이 쇼팽의 피아노선율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자연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근데 이 아름다운 자연과 계절을 그대와 나눌수가 없으니 ...
그대가 이땅에 살고 있었어면 내가 보고 느낀것들보다 더 많이 깊이있는 아름다움을
느꼈을테고, 매일같이 네 느낌들을 메일로 보내주었겠지.
그대는 특히 자연에 대한 사랑과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았고, 감성이 뛰어났기에.
그대의 영향으로 이제 나도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길줄아는 감성을 가지게된것같다.
예전에 난 대자연의 광활함에 경탄했지만, 소소한 자연의 아름다움엔 무심한 편이었거든.
나도 이젠 계절중 봄을 가장 좋아하게 되었단다.
어느새 그대가 하늘나라로 떠난지 일년이 되었네.
그대가 투병중이었을때, 네 남동생이 취업도 미루고 네 치료를 위해 창원에서 서울 병원까지
그 천리길도 마다않고, 매주 한주도 빠짐없이 너의 수족이 되어주어 주위사람들에게
가족의 참사랑이 어떤것인지 깨우쳐주더니, 그대 떠난후에도 그대 친정엄마와 남동생이
여전히 매일같이 그대를 방문하고 있다고.
널 그리는 친정가족들의 그 애절한 사랑에 가슴이 아프고, 가족간의 사랑과 그리움에 대해
다시 한번생각하게 해준다.
우리가족뿐만 아니라 많은사람들이 마음만 먹어면 얼마든지 만날수있는데도,
다들 바쁜일상을 핑게로 서로에게 소원하기에.
진만엄마!
그대가 떠난뒤 하느님과 널 많이 원망했어.
그댄 어린 진만이와 강산이 뿐만아니라 사랑이 필요한 이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이고,
하느님은 네 살아온 삶에 축복을 내려야하는데, 어떻게 네게 그런 아픔을 줄수있는지 그때
하느님이 정말 많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그대는 그 오랜투병생활을 하면서, 나한테 미비한 교통사고로 였는데,
예전에 다친 목에 이상이 생겨 치료중이라고 해 그런줄 알았지.
그리고 한참지나서야 주위사람들에게 사실을 전해듣고 난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어.
어린아이들이 알게될까봐 주위사람들에게 비밀로 했다고. 그런 와중에 넌 내가 걱정할까봐
수술결과와 경과가 아주 좋다고 해 난 그런줄로만 알았지. 한국 갔을때도.
그런데 내가 한국다녀온뒤 너 상태가 더 많이 악화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국갔을때 너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던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난 바보처럼 네가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그대로 믿었으니...
말기암 고통이 심해 가족들이 알게될까봐 고통을 참느라 베게에 얼굴을 묻고, 입에 수건을
물고 고통을 참는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그리고 너가 입원하고 있을때 병상에서도 네 육체의 고통보다 어린아이들 걱정에 마음이
더 아팠을 널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친구들한테서 네가 떠날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도 병문안도 갈수없고,
너 떠나는날 배웅도 해줄수 없었던 내 처지가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진만엄마, 네가 그렇게 고통스럽고 힘들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
친구든 가족이든 곁에 있어, 언제든지 필요할때 함께해주고, 기쁨과 슬픔을 나눌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가족이고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너를 떠나 보내고 나서.
난 비록 몸은 멀리 있어도 스스로 진정한 친구라 생각했고, 꽤괜찮은 딸이고 언니, 누나
였다고 생각했었거든.
진만엄마!
그대 말처럼 난 살면서 뿌려놓은 인연이 많아 항상 주위에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그 많은 친구들은 내가 사람을 좋아하기에 내가 노력해서 만든 인연들이었는데,
그대와의 만남은 그대가 나를 먼저 찾아오면서 시작되었지.
그대를 만났을땐 난 미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던중이어서, 더이상 새로운 인연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던 시기에, 그댈 앤드류의 새친구 엄마로 만났지. 그런사유로 그대는 나에게
남순애가 아닌 진만이 엄마로 늘 자리매김을 하게되었지.
내가 신촌으로 이사온 그대를 모임에 가입할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람들을 소개시켜준것은
첫만남에 그대가 좋은 사람이란것을 알았는데다, 원래 남 도와주는것 좋아하기에 한것
이었는데, 그대는 특별하게 생각했는지, 아님 나처럼 사람보는 눈이 밝았는지 (^^)
첫 만남이후 날 많이도 좋아했지.
그래도 난 곧 찾아올 이별과 주위 많은 사람들때문에 그대에게 마음을 활짝열지 못했는데,
만나면서 그대의 겸손함과 인간과 사물에 대한 깊은이해와 타인에 대해 배려할줄알고
그대의 진솔함에 점점 좋아졌어. 그리고 나보다 한참 어렸지만 어떤면에서 나보다
더 어른스러웠던 그대에게 어리광도 부리고, 부모의 역할과 자녀교육을 비롯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린 인생의 가치관과 사고가 비슷한데다 둘다 정이 많아 의기투합이
잘 되었기에, 우리둘다 뒤늦은 우리들의 만남을 많이 안타까와했지.
진만 엄마! 고백하건데, 난 사실 주는 사랑엔 익숙한데, 받는 사랑은 많이 어색해.
(남편도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에), 그래 그대의 과분한 사랑이 많이 부담스러웠어.
그대는 짧은 만남동안 내가 가진 참모습을 제대로 알아주었지만, 날 과대평가한 부분도
있었슴을 고백할께. 난 그대가 표현한것처럼 그렇게 대단한 인품을 지니지 못했기에.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 작별인사하면서 그대가 나를 위해 만든 책을 선물로 받고 얼마나
감동했었는지...
그 책은 그대가 이별을 알고 있었기에 미리 이별선물로 주려고, 첫만남부터 일기와 편지,
애창시등을 그대의 예쁜글씨와 깜찍한 삽화까지 담아 만든 책으로 정말 특별한 선물이었다.
그리고 내가 미국으로 돌아오고나서, 그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사고가 있기전까지
매일같이 장문의 메일을 보내주었고, 그 힘든 항암 치료중에도 틈틈히 아름다운 글들을
보내주었지.
메일을 한번 읽고 삭제하기엔 너무 아까운 아름다운 글들이라 프린트해 두었던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네가 그리울때 읽어보았더니 너에대한 그리움만 더 커지네.
그래도 우리가 나누었던 글들이 먼훗날 기억이 가물거릴때쯤 널 추억할수있게해주겠지.
내게 친구가 많지만, 그대 떠나고 나니 빈자리가 너무 크다.
너랑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은데...
그대가 있었슴 뒤늦게 학교다니는 날 많이 자랑스러워 했을테고, 많이 격려해 주었을텐데.
내 칼럼의 열렬한 애독자가 되어 주었을테고.
내가 너에게 아름다운 우리동네와 시카고를 보여줄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너앞에서 쬐금 뻐기고 싶었는지도 몰라.
그대 말처럼 우리 만남이 숙명있었는데, 만남이 너무 짧았던것 같다.
그래도 살면서 영혼의 친구를 만날수 있는것은 크나큰 축복이기에,
비록 그대와의 만남이 짧았지만, 난 그대를 만나게해 준 주님께
감사드리고, 나에게 보내준 그대의 고귀한 우정과 사랑에 뒤늦게 고마움을 전한다.
진만이와 강산이 아빠와 외할머니, 외삼촌의 사랑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천국에서 잘 지내.
우리 다음에 만날땐 헤어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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