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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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족들

팔순의 시어머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앤드류 엄마 2012. 9. 8. 08:16

 

여름휴가 다녀와서 시어머님께 안부전화를 드렸더니

팔순다섯의 시어머니께서 들뜬 음성으로 우리가 여름휴가간 동안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며느리인 나한테 데이트 하신거며,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 해 주시면서 어찌나 행복해 하시는지, 시어머니가 언니인 시이모님에게

고백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더라도 꼭 첫사랑에 눈을 뜬 10대 소녀같았다.

 

그후부터 통화할때마다 데이트하신것을 자랑또는 보고하시는데 

노친네들의 사랑이야기도 재미있고, 시어머님께서 행복해하시니  참 기분이 좋다.

 

시어머니는 13년전에 시아버지가 돌아가신뒤,

이웃도 없는 시골에서 외롭게 혼자 사시기에 시어머니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니

시어머니가 적적하지 않으셔서 좋은데, 아들인 남편은 그렇지 않는것같다. 

외로우신데 친구생겨 잘되셨다고 해도 대답이 없다.

 

시어머니의 남자친구인 Stewart 씨는 시어머니와 같은 학교 동급생으로

고 3때만나 시어머니의 첫 데이트 상대였다고.

그러나 시어머니는 첫 데이트이후 다른 남학생을 만났고,

또 졸업하고 그분은 군에 갔고, 시어머니는 시카고에서 직장생활을 했는데,   

그분이 군에서 휴가왔을때 시카고로 시어머니를 찾아와 몇일을 함께 지내기도했다고.

그런데 그때 그냥 친구였기에 아무일도 없었다고 며느리인 나한테 몇번이나 말씀하셨다.

 

그분이 군대에 계실때 시어머니는 엉뚱하게 학교는 8학년도 마치지 못했지만, 

잘생기고, 노래잘하고 사교성좋고 솜씨좋아 인기많았던 목수청년에게 반해

시아버지와 결혼했다.  그런데 결혼한지 몇년뒤부턴 시아머지가 가족보다 술을 더 좋아해  

시어머니는 남편을 대신해 가정을 꾸려야 했고,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전에

당신이 그렇게 좋아했던 술, 담배로 인해 아주 오랫동안 병석에 계셨기에

시아버지 돌아가셨을때 배우자를 잃은 이별의 슬픔보단 당신이 오랫동안 꿈꾸었던

자유를 얻어신듯 했다.

 

...........................

 

 

 

어느날 시어머니께서 지역신문의 부고란에서 Mr. Stewart 부인의 부고 소식을 읽고는  

66년만에 그분에게 위로도 드릴겸 전화를 했는데, 그분은 그때까지 시어머니를 기억하고 계셨다고.  

두분은 서로 30분 떨어진 곳에 사시는데, 큰 도시도 아닌데 어떻게 그동안  한번도 못 만났는지? 

아무튼 시어머니가 그분께 먼저 전화를 해 그 이후 데이트로 이어지고있다. 

Stewart 씨는 사업체도 있고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중이시기에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편이기에  

시어머니에게 그분과 결혼했더라면 더 행복하셨을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아마도 그렇을거라면서  

그당시엔 어려서 몰랐다고.

 

시어머니는 한국나이로 팔순 여섯이지만 지난해 우리집까지 1,000 키로나 되는 길을

혼자서 운전하셔서 두번이나 오셨고, 600 키로되는 시누집을 한달에 한번꼴로 다니신다.

시어머니 주치의께서 의사생활동안 그연세에 시어머니처럼 건강한 사람을 뵌적이 없다고 했다며

기분좋아 자식들에게 자랑을 하셨고, 몇달동안 몸무게도 10키로나 뺐다고 자랑하시길래

내가 아무래도 연애의 효과같다고 농담을 했더니 그럴지도 모르지 하시면서 크게 웃어셨다.

 

큰시누부부가 가족중 맨먼저 Stewart 씨 만났는데, 좋은분같다고 했다며 아주 좋아하시더니

최근엔 Stewart 씨가 너무 급격하게 다가와 속도조절이 필요할것 같아 천천히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면서 자기말에 상처를 받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걱정을하셨다.

그런데 지난주말에 친정갔다 두분을 만난 작은시누는 Stewart 씨 보다 자기엄마가

더 좋아하는것 같다고 딱해했다.

오늘 시어머니께 전화드렸더니 작은시누가 Stewart 씨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며

다음주말에 시누네 가니 물어보아야 겠다고.

작은시누는 자녀들중 가장 공부를 많이했는데다 고위직에 재직중이라

작은시누는 시어머니의 자랑이고, 의지처기에 작은시누의 의견이 아주 중요하다.

제발 작은시누가 시어머니의 분홍빛 사랑에 바람을 빼는 말을 하지 않았슴 좋겠다.

 

시어머니는 언니인 시이모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니 10대로 돌아간것처럼 설레고

행복하다고 하셨다니, 

사랑은 십대들의 풋사랑뿐만 아니라 팔순의 노인들까지 행복하게 해주는것을 보니

사랑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명약인가 보다.

모쪼록 시어머님와 Stewart 씨가 서로 의지하며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노후를 잘 보내게되셨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우린 그분을 언제쯤 뵙게되지?   

 

2012.  9.  7. (금)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