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화)은 결혼 30주년 기념일이었다.
우유가 떨어져 21일에 코스트코에 쇼핑을 간 김에
30년을 기념하려고 장미꽃을 샀다.
결혼해서 첫 발렌타인데이에
남편은 사내에서 여직원들이
유방암 퇴치 기금 모금 일환으로 판매하는
카네이션 꽃을 사 왔는데, 너무 허접했다.
차라리 예쁘게 핀 장미꽃 한 송이로 하든지.
남편에게 앞으로는 꽃값을 기부하고
꽃은 받지 말라고 했더니
다음번엔 꽃집에서 사 왔는데,
짠돌이 남편이 자기 수준에 맞는 꽃을 사 와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 다음부터 꽃은 내가 직접 사겠다고 했고,
이후부터 밸런타인, 결혼기념일, 내 생일에
꽃을 직접 사고 있다.
* 몇 년 전까지 어머니날에도.
그날 장미꽃을 사서 집에 왔더니
화병에든 빨간 장미꽃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이 평소와 달리 내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지하실에서 1층으로 올라와서 나를 맞아주었는데,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남편과 아들은 7시부터 3시 30분까지 근무라
내가 퇴근하면 지하실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짠돌이 남편이 결혼 후 처음으로
예쁜 장미꽃 한 다발을 샀으니
내가 좋아할 거란 생각에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나도 감격하며 기뻐하고,
많이 고마워해야 해야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백장미를 24송이나 사 왔으니...
(코스트코에선 24송이 묶음으로 팔았다).
* 결혼 30년이 되도록 남편은
내가 백장미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장미는 빨간 장미가 최고인줄로 아는듯.
남편에게 땡큐 하고선,
내게 꽃사진 찍어서 보내주었으면
내가 또 사지 않았을 텐데라는 말을 덧붙였다.
남편은 결혼기념일이 내일이니
내가 꽃을 사지 않게
전날에 수프라이즈로 선물했는 듯.
그런데 하필 우유가 떨어져서
나도 결혼기념일 전날에 가게에 가야 해서
평소처럼 꽃을 구입했으니.
이렇듯 남편과 난 무슨일이 있을때면 어긋나곤 한다.
지난 30년동안
내가 남편의 도움이 필요할 때면
남편은 회사 일로 바빴거나
꼭 다른 일이 생겼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었기에
남편과 난 인연이 아닌데 맞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도.

장미꽃으로도 충분한데
꽃도 많지 않은 화단의 꽃들까지 꺾어서
또 다른 화병에도 꽃이 있었다.
* 꽃이 너무 많아서 이바에게 좀 주었다.
장미꽃이 저렇게 활짝 핀것은 빨리 시드는데,
남편은 활짝 핀것이 좋은것인줄 알았는듯.
결혼 30 주년이니 약간은
특별하게 기념을 하고 싶었다.
22일이 화요일이라
지난 주말에 기념할까 했더니
8월 2일에 테네시로 이사 가는
이웃 마리앤과 빌의 송별 파티가
지난 토요일 저녁에 있었어 빠질 수 없었고,
일요일엔 오전에 우리교회 예배 참석하고,
오후엔 한국교회 속회에 참석했다
저녁 8시가 넘어서야 귀가했다.
속회 모임은 한 달에 한번 하니
평소 같으면 결혼 30주년 기념일이라
양해를 구할 수 있었는데,
한국방문과 시댁 가느라 2달 동안 빠졌고
한국 다녀왔으니 인사를 드려야 해서
결혼기념일을 이번 주말로 미뤘다.
22일엔 1차로 저녁식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우리 사무실에 셋이나 결원이 생겼는 데다
또 한 명이 휴가를 내어
그날 퇴근이 늦은 날인데 근무조를 변경할 형편도
조퇴를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농담처럼 말했듯
내가 뭘 좀 하려면 내 주변사람들이 협조를 해 주지 않으니...
데이빗이 결혼기념일 축하 인사로
"엄마가 아빠랑 함께 해 주어서 고맙다"라고.ㅎㅎ
지난 30년 동안 남편과 어긋나곤 했는데,
앞으로는 어긋나지 않고 좀 맞았으면.
2025. 7. 25. 금요일 아침에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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