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틀 동안 날씨가 너무 좋았는데,
하필이면 밤엔 서리가 내리고
이어지는 주말에는 비소식이 있었다.
서리가 내리더라도 다시 온도가 올라가니
덮어주면 되는데,
(2주 전에 1,2차 서리가 왔었다),
이번주 목요일과 주말과 다음 주까지 계속 비소식이 있었어
텃밭의 토마토와 고추를 정리해야 했다.
비가 오면 단풍들이 다 낙엽이 될 테니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주말이고,
하늘은 보고 있음
내 마음까지 파아랗게 물들 것처럼 맑았다.
파아한 하늘과 꽃처럼 아름다왔던 단풍,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가을을
그냥 보내기가 아까와서
오전에 시어머님 조의카드 보내주신 분들
감사카드 15장 적어서 보내고,
텃밭일을 미루고 혼자 인근에 있는 숲 속으로
가을소풍을 갔다.
물한 통만 들고서.
주립공원에 가고 싶었지만,
운전만 왕복 2시간이라 시간이 없었고,
친구들은 다들 너무 오랜만이라
같이 가자고 했다간
식사라도 함께 해야 할 것 같고,
데이비드도 일이 바빠서 출근을 해
혼자 갔다.
단풍은 빨간 단풍, 노란 단풍이 어울려있는 내장산을 비롯한 한국의 산들이 더 아름답다.
여긴 한국처럼 색상이 다양하진 않지만 그래도 난 좋았다.
친구랑 둘이 온 저 아이들이 좋아 보였다.
시간이 없었으니 운전해서 갔었어야 했는데
자전거 타고 갔다가 집에 오니 많이 늦었다.
(차는 왕복 15분, 자전거는 1시간)
집에 오자마자 텃밭으로 갔다.
그런데 일찍 어두워져 나중엔 플래시 켜고 일을 해야했고,
토마토만 밭에서 따고 토마토를 뽑고는
고추는 고추대를 잘라와서
8시가 다 되어서 늦은 저녁을 먹고나서
뒤뜰에 불을 밝히고 고추와 잎을 땄다.
토마토와 고추가 아직 괜찮은 것들은
혹시나 하고 텃밭에 그대로 두었다.
자정이 넘어서야 마쳤다는
고추와 고추잎이 시들기 전에 삭혀야 한다.
그늘과 햇볕에 몇일 건조시킨후 건조기에 건조한 것이 하필
저녁 식사 손님이 오시는 일요일에서야 잘 건조되어
고추를 닦아서 푸드 프로세스에 갈았다.
28년 전에 남편이 집에서 육포 만들어 본다고 구입했는데,
온도 조절기가 없었어 밤사이 너무 건조되어 탄것처럼 변하기도하고,
골고루 잘 건조되지 않아서
몇 번씩 고추 위치를 조절하느라
은근히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고추가 완벽하게 건조되어 까슬까슬해야지 고춧가루가 되었다.
일요일 아침에 만든 살사
우리 토마토로 만든 마지막 살사일 듯.
손이 느리니 이것 만드는데도 2시간이나 소요.
(토마토가 상태가 좋지 않은것들 손질해야하기에)
식사 준비가 늦어서 식전에 애피타이저로 살사를 주었더니
맛있다고 해서 부부 각각 한병씩 주었다 (큰병)
저어미는 3주동안 혼자 호텔에서 지내니 그동안 간식하고,
앨리는 집에 가져가 딸들과 나눠 먹어라고.
남편의 비상근무 파트너인 저어미와 그의 부인 앨리와 함께
원자력 발전소 비상근무시엔 24시간 일을 해야 하기에
항상 두. 세 사람이 주. 야로 교대근무를 한다.
저어미가 맡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는 봄에 비상근무를 하는데
남편이 지원 가서 야간근무를 맡아주고 있다.
저어미의 부인 앨리도 남편을 집으로 초대해 주고,
나와 아이들도 초대하는데,
난 편도 1시간 40분 운전이 겁이 나서 사양하고 있다.
남편회사 검사원들은 대부분 사회성이 약간 부족해서
연봉이 조금 적더라도 혼자 일하는 것이 좋아서 그 일을 하고,
슈퍼바이저나 매니저로 승진하길 거부하는 특이한 사람들인데
혼자 일하니 동료도 없고, 사회성이 부족하니 친구도 없는 편인데
남편이 저어미와는 잘 맞는 것 같았다.
봄, 가을에 서로 초대해 주어서 더 가까워진 것 같다.
덕분에 난 착한 앨리를 만나 좋았다.
페이스북 친구라 어떻게 지내는지 동정을 알기에
지난여름 여행 이야기와 뮤지컬과 아이들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다.
그들 부부는 시카고 가려면 3시간쯤 운전해야 하기에
시카고를 가본 게 몇 번 되지 않았다.
앨리와 두 딸들이 시카고 시내 크리스마스 장식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서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 시카고 방문하게 되면
누추한 우리 집이 괜찮다면
가족들과 우리 집에서 자라고 했더니 고맙다고.
저어미는 월요일 밤부터 3주동안 이곳에서 근무를 해야 하니
앨리 혼자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야 해 미안했다.
그래 우리 집에 올 때도
두 사람은 각자 운전해서 왔다.
한국처럼 대중교통이 있음 함께 왔다
돌아갈 땐 혼자 가더라도
버스나 기차 타고 갈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일요일도 날씨가 너무 좋았기에
주일 예배마치고
데이비드하고 트레일에서
30분이라도 걷고 오려고 했는데,
한 것 없이 시간이 언제 다 갔는지
5시 30분 손님이 도착했을 때
아직 저녁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
아름다운 날씨와 단풍을 그냥 보내기가 아까와서
3시간 가을 소풍 갔다가
달밤에 체조하는 것도 아니고,
플래시 라이트 켜고 텃밭에서 일하면서
일 순서도 없이 기분대로 사는 내가 칠푼이 같아서
혼자 실실 웃음이 났다.
단풍은 내년에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가을도 다음에 또 오겠지만,
그래도 소풍 가길 잘한 것 같다.
2024. 10. 28. (월) 경란
'일상에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님대접 못받는 우리집 손님들 (0) | 2024.11.05 |
---|---|
우리가족들이 맛있게 먹는데 난 늘 노 땡큐인 음식 (0) | 2024.10.31 |
옆집에 은퇴한 부부가 사니 좋으네 (7) | 2024.10.26 |
작은 텃밭 하나 있어 바빴던 주말 (0) | 2024.08.19 |
아침, 저녁으로 추워서 창문을 닫고 지내고있는 시카고 인근 (31) | 2024.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