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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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족들

생의 끝자락에 계신 시어머님을 뵈니

앤드류 엄마 2024. 10. 1. 08:07

 

97세이신 시어머님께서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셨어

지난 주말에 시어머님을 뵙고 왔다.

 

지난 8월 5일 당신 생신까지만 해도 

기력이 좋으셨는데...

 

시누로부터 시어머님의 상태를 연락받고있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내 짐작보다 상태가 더 좋지 않으셔서 

시어머님을 뵈니 마음이 아팠다.

 

당신 아들과 손자 앤드류를 많이 기다려셨기에 

돌봐주시는 CNA (간호보조원) N 에게 

오늘 우리가 방문할거라고 말씀을 하셨는지

우리가 갔을때 처음 만난 N이 우리를 알고 있었고,

시어머님이 앤드류와 데이빗에게 줄 선물도 

N 이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안부 전화를 드릴때면 

당신이 앤드류에게 줄 선물을 만들었다며 

앤드류에게 주어야 하니 언제 올 거냐며 묻곤 하셨다. 

 

시어머님 건강이 나빠지시기 전에 

그곳에 계신 노인분들의 만들기시간에 만든

크리스마스 추리 모양의 전등과

게코 (도마뱀) 인형을

각각 앤드류와 데이빗에게 주셨다.

 

 치매증상도 심해지셔서 

시어머님께선 그날과 그 다음날에

우리와 함께 하는 동안 그 선물에 대해

몇번이나 반복해서 말씀을 하셨고,

아침을 드셨는지? 

점심을 드셨는지도 기억을 못 하셨다.

 

그리고 전날 시어머님이 가장 좋아하는 손자들이

(작은시누의 두 아들들)

전화한것도 기억하지 못하셨는데,

 본인이 좋아하는 셔리가 다녀간 것을 

또 기억을 하시곤

그녀와의 인연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우리가 도착하기전에

작은시누가 친구와 함께 방문을 했기에 

피곤하신지 계속해서 고개를 푹 숙이시거나

머리를 의자에 받치시고 잠깐잠깐 눈을 감으시곤 해 

침대에서 주무시겠냐고 했더니 괜찮으시다고. 

안락의자에 앉아계시는것도 힘드신듯해

더 마음이 아팠다. 

 

눈을 감고계신  

시어머님의 두손을 잡아드렸더니 

시어머님께서 내 손을 꼭 잡으셨다.

평생 일을 하셨기에 

아직 악력이 좋으셨고,

손이 많이 따뜻했다.

 

시어머님의 손을 잡고 

노쇠해지신 시어머님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났다.

 

정이 없으신 분이시라 

 29년 고부간으로 지내며 

     쌓인 정이 있는것도 아닌데...

 

날 서운한 적은 있었지만,

내게 상처를 준 일은 없었으니 

생의 끝자락에 다다르신 시어머님을 뵈니 

연민이 생긴 것인지...

 

건강이 나빠지시고 부턴

혼자서 거동을 못하시기에 

침대에서 침대옆 리클라이너 의자로 옮기고,

휠체어로 옮겨 

   화장실 가시는 것도 큰일이었다.

 

그래도 시어머님은 아직 악력과 팔힘이 있었어

휠체어에서 의자로 옮기시고,

화장실 변기에서 휠체어로 옮기실 때

옆에 있는것을 잡고  당신 몸을 약간 움직여서 

협조를 해 주시니 다행이었다. 

  . 그렇게도 못하시면 침대에서만 지내시게 될 듯.

 

시어머님을 보니 

나중에 나이 들어 침대위에서 지내지 않으려면

팔, 다리운동을 꾸준히 하고,

신체 벨런스를 유지하는데

도움 되는 운동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다들 삶의 끝자락에 다다랐을때까지

혼자서 화장실 가고, 

 정신도 온전해서 본인 의지대로 살다가    

자는 동안 천국으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내가 팔십 넘게 살게 되면 

  매일 잠자기 전에  그렇게 기도를 해야겠다. 

 

 

우리와의 마지막 시간이 될 수 있었기에 

혹시 하실 말씀이 없으시냐고 여쭈었더니 

없으시다고. 

 

내가 시어머님에게 조금이라도 사랑을 받았거나 

정을 받았거나 했음

작별 인사드릴 때 

시어머님이 내 시어머님이어서 좋았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했다며

다음 생애도 다시 만나자고 말씀을 드렸을 텐데,

속에 없는 말은 못 하니 

시어머님 두 손을 잡고 기도를 해 드리며

주님께 부탁했다.

 

당신이 사랑하는 딸 에리스에게

이 땅에서 남은시간

육신의 고통 없이 살게 해 주시고, 

평온과 평화와 축복을 주시고, 

 이땅에서 소풍 끝내고

천국 가실 때 천국에서 가장 좋은 자리 부탁한다고.

 

내 기도처럼 시어머님께서

남은 시간 평온하게 지내시다 

천국으로 가셨으면.

 

시어머님에게 주님과 부모님 뵈러

이제 천국 가시고 싶어시냐고 여쭈었어야 했나?

시어머님이 언제든지 가고 싶어시다고 하셨으면

남편과 아이들과 난 

 작별 인사를 다르게 했을텐데.

 

그럼 시어머님도 우리 가족들과 인사할때

 일일이 고마왔다고 하셨을까? 

 

   그날 내게 좋은 며느리가 되어주어서 

   고마왔다고 말씀을 하셨거나

돌아가시기전에 인사를 하시면

좋을텐데.... 

 

어쨌거나 시어머님이

신체 통증이 없으신게 위안이 된다.

천국가실때까지 통증없이 지내시다 

천국으로 가셨으면. 

 

2024.  9.  30. (월)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