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나와 가족들

아들 덕분에 좋았던 엄마, 엄마로 인해 곤욕스러웠던 아들

앤드류 엄마 2024. 4. 18. 11:51

지난 토요일 밤에 시카고 오페라 극장인 

lyric opera of chicago에서

예비 스타들을 위한 

"Rising Stars in Concert" 

무료 공연이 있었다. 

 

시카고 오페라 극장은 

공연도 훌륭하지만,

극장 외. 내부도 멋있다. 

 

평소 공연 때 좋은 좌석은

티켓이 너무 비싸서 

 그림의 떡이었는데 

무료 공연땐

 먼저 예약하면 되니까 

너무너무 가고 싶었다.

 

그런데 시카고 다운타운까지

특히나 밤늦게 

혼자 운전에 자신이 없으니 

기차 타고 가야 하는데, 

밤 7시 30분 공연이라

공연 마치고 밤늦게

혼자서 기차역까지 가는 게 

 불안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 예전엔 밤늦게도 혼자 다니고 했는데,

코로나 이후 시카고 치안이 더 나빠진 듯.

 

우리 집 남자들은 오페라류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으니

절대 가지 않을 거라 아예 물어보지도 않고, 

내 주변 친구들에게 무료티켓에 

저녁과 주차료는 내가 부담하겠다며

  공연을 같이 보러 갈 사람을 찾았더니 

   다들 오페라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너무 아쉬워서 앤드류에게 말했더니

앤드류가 운전해 주고, 함께 공연 보겠다고.

어찌나 반갑던지.

남편은 본인이 하기 싫어하는 것을 절대 하지 않는데,

아들이 아버지를 닮지 않아 더 좋았다.

 

그리고 본인이 오페라 음악을 좋아하진 않더라도

한 번쯤은 실제로 경험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고,

  또 앤드류에게 멋진 오페라 하우스도 보여주고 싶었고,

앤드류와 내가 함께한 색다른 경험이 

 우리 두 모자에게 오랫동안 기억되는 시간이 될 수 있기에 

앤드류의 도움이 여러모로 고맙고 반가웠다.  

 

아들이 운전해 줘서

  시카고 시내로 가게 되었으니  

가는 김에, 아들에게 신세 진 김에 

내가 운전을 못해서 미루어지고 있던 

시카고 북쪽 양로원에 계시는 지인을

방문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며 

 앤드류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랬더니 앤드류가

"오늘은 엄마를 위해 시간을 내었으니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고.

얼마나 고맙던지. 

 

 지인께서 앤드류와 데이비드를

특별히 사랑해 주었기에

 두 녀석을 보시고 많이 반가워하셨다.

앤드류와 데이비드도

내 지인과 양로원에 계시는 노인분들을 보며

느끼는 점도 있을 테고, 

또 두 아들들에게

내 지인과의 첫 만남과 인연 그리고

  그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어 좋았다. 

 

아들들이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나를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회가 있을 때면 나의 과거와 현재의 삶과 

 내 친정가족들과, 친구들과 지인들에 대해 

그때그때 이야기를 해 주곤 한다.

  아들들이 얼마나 기억할런지는 알 수 없지만. 

 

 

1부 마치고 휴식시간에 

 

무대와 가까운 좌석에 중간 섹션이라 

무대 위 사람들도 잘 보이고,

좋은 좌석에서 보니 너무 좋았는데,   

 

공연 중에 이 시간이 고문일 것 같은 

두 아들들이 신경이 써였다. 

중간 휴식시간에 물어보니

앤드류는 고문까진 아니었지만 듣는게 좀 힘들다고. 

 데이비드는 오페라가 아닌 것 같아서 왔는데

 오페라 노래였다며 실망을 했다. 

 

티켓이 1인 2장으로 제한되어 

나와 앤드류 티켓뿐이었는데,  

데이비드에게도 물었더니

녀석이 공연 프로그램을 보고는 가겠다며 

    전날 밤에 본인이 직접 예약을 했다. 

 

녀석이 운 좋게 

딱 한 장 남은 최고 좋은 좌석을 구했는데,

무료공연이라 그런지 노쇼로

    빈자리가 있었어

데이비드가 우리와 합류해 

     셋이서 함께 나란히 앉아서 봤다. 

 

11년 전 데이비드와 처음으로  

이곳 Lyric Opera Of Chicago에서 

오페라 "리골레토"를 보았을 때

다른 좌석들은 티켓이 비싸서 

가장 싼 좌석에서 보느라 

 맨 꼭대기층 가장 뒷자리에서 봤었다.  

출연진들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그다음부턴 뮤지컬 실황을 극장에서 보곤한다. 

  

셋이서 함께 찍고 싶었는데...

 

떠오르는 샛별들인데,

샛별이 아니라 이미 프로들이었다.

 

난 아들 덕분에 

그동안 내가 방문하지 못해서 죄송했던 

 양로원에 계신 지인도 찾아뵙고,  

 

멋진 오페라 극장에서 

아름다운 공연을 좋은 좌석에서 

 무료로도 ($10 기부) 즐기고,

두 아들들과 특별한 경험을 함께 해서 

감사했는데,

 

앤드류는 엄마가 안되어 보였든지 

운전기사가 되어주었는데,

도로 정체가 심해서 고생했고, 

 좋아하지 않는 오페라 노래들을 듣느라 

또 고생했다.

 

   부부뿐만 아니라, 부모자식 간에도

   취미나 좋아하는 것들이 같으면

    사는 게 훨씬 재미있고, 행복할텐데...

 

아들이 성인이 되니 

아들로부터 도움도 받고,

       남편보다 더 좋을 때도 있네.ㅎㅎ

앤드류 고마왔어!

 

 

 2024.  4. 17. (수)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