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만난 사람들

13년간 치매 친정엄마를 모신 미국인 내 친구와 그녀 가족

앤드류 엄마 2023. 3. 24. 09:03

지난 금요일에 교회 친구 죠이스를

  집으로 초대해 점심을 함께 하며

 몇 년 동안 밀렸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좋은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나와 우리 가족들이 다니고 있는

교회 비서이다. 

 

예전엔 일요일에 교회에서 그녀를 만나곤 했는데,

지난 3년 동안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우리 교회가 신자들이 너무 많아서

   코로나 팬데믹 직전에  

   다른 시에 작은 교회를 만들어 

 일부 신자들을 그곳으로 가게 했는데,  

 조이스가 그 교회로 간다고 연락을 주었다.  

   

그래 3년만에 처음 만나는 건데 

   일요일에 가끔 만나던 친구같았다.  

 

그녀랑은 5년전 내가 처음으로 미국친구들과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갔을 때 함께 갔었고,

  예전에 여신도들 행사에 자주 함께 했었다.

 

죠이스는 치매셨던 친정 엄마를 돌아가시기 전까지

   오랫동안 가족들과 함께 돌봐드렸다.

* 죠이스의 친정엄마는 10년 전에

죠이스의 60세 생일파티를 며칠 앞두고 돌아가셨다.

 

난 간병인격인 caregiver 가 24시간

죠이스의 친정어머니를 돌봐드렸는 줄 알았더니

이번에서야 죠이스부부와 두 아들이 함께 돌봐 드리다가

마직막 4년간은 두 아들도 독립하고해 자기가 출근한 동안만

(파트타임이라 근무시간이 주 28시간)

caregiver를 고용했다고. 

 

죠이스는 1남 3녀 중 막내인데,

어떻게 엄마를 너희 집에 모시게 되었냐고 했더니

웃으면서 자기가 이기적이라

엄마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서라고 하더니, 

엄마가 길을 잃곤 해, 혼자 사시게 할 수 없었는데, 

  남편이 자기 집으로 모시고 오자고 먼저 말해주었다고. 

남편과 두 아들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자기 혼자는 할 수 없었다고. 

그래 넌 평생 월트에게 잘해야겠다고 했더니 

자기도 남편과 아들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13년씩이나 정말 대단하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자기도 13년이나 될 줄 몰랐단다.^^

그런데 알았으면 더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죠이스가 팔을 다쳐 어머님을 모실 수 없게 되었을 때 

엄마를 양로원으로 보냈는데,

엄마 몸에 멍도 들어있고, 엄마 상태가 나빠져 

다시 집으로 모셨더니 

그때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다고.

 

  오빠가 가까이 살았고,

언니 한 명도 25분 거리에 살고 있었는데,

 널 도와주었냐고 물었더니 

  처음엔 방문도 하곤 했는데, 

  정기적으로 꾸준히 오지 않으니 

 치매 엄마가 못 알아보자 점점 발길을 멀리하다

     이사를 갔다면서 씁쓰레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 모시면서 어떤 것들이 힘들었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한 번씩 고함을 치곤 했는데,

그럴 땐 말리지 않고,

그만두실 때까지 그대로 두었다고. 

(그게 말처럼 쉽나)

그리고 엄마가 억지를 부리거나 하실 때에도 

 반박하면 엄청 화를 내시기에 

반박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 주거나 두었다고. 

 

그래도 자기 엄마는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거나 하는

  위험한 행동들은 하지 않았다고. 

 

95세 할머니가 엄마, 아빠한테 가겠다고

 떼를 쓰기도 하고,

한 번씩 사위를 남편으로 착각하시기도 하고,

한 번은 자기한테 너를 치고 싶다고 해

엄마한테 딱 한 대만 치라고 했더니

  엄마가 한대 치시곤 깔깔 웃으셔서

자기도 함께 웃었다며

 

엄마가 하는 모든 행동은 엄마가 아니라

치매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치매로 자식들 이름은 기억 못 하시지만,

초등학교 때 외운 미국 대통령들은 

그때 외운 대통령까지 모두 줄줄 외우셨다니 

일반인들이 치매를 이해하긴 쉽지 않겠다. 

손자들이 친구들을 데려와 장난 겸해서  

 할머니를 테스트하기도 했다고. 

 

밤마다 자기 전에 엄마한테 잘 자라고 인사하고

"엄마 사랑해"라고 하면

엄마가 I love you too, but I don't know why 했다고.

나도 너 사랑하는데, 왜 인 줄은 몰라^^

 

 치매 부모님, 1년 모시는 것도 쉽지 않은데...

 

죠이스는 엄마와 함께한 13년은 

자기뿐만 아니라 자기 아들들한테도

  좋았던 시간이었다고 했다.

 

"네 엄마는 너 같은 딸이 있었어 축복받았다"라고 하고선

 넌 정말 좋은 딸이었고, 축복받을 거라 했더니 

고맙다고 했다. 

 

조이스와 함께 

 

죠이스는 우리 교회가 1979년에 교회 건물도 없이

   학교 강당에서 첫 예배를 했을 때 참석했던

    초창기 창립 멤버이며,

 교회 첫 비서로 38년째 근무 중이다. 

 목사님들도 좋으시고 하니

오는 4월이면 만 70세인데 은퇴할 계획이 없다고. 

그녀는 라켓 볼도 선수급이라 

   예전엔 전국 아마추어 대회에도 출전하곤 했는데,

   요즘도 라켓볼을 계속 친다고.

 

예전에 그녀와 한번 쳤는데,

 그녀의 노련함에 꽤 고전을 했다. 

나도 왕년엔 테니스 좀 쳤는데.

라켓볼 치려면 언제든지 자기한테 연락하라고 하는데,

난 무릎이 좋지 않아서 못한다고. 

 

샐러드, 감자구이, 군만두, 닭가슴튀김 

 

우리 둘의 친구로 미시간으로 이사 간

     로리에게 사진 보내주려고 촬영.  

 

 방문할 때 튤립 화분을 선물로 사 왔고,

 갈 때 고맙다고 인사했으니 충분한데

   또 감사카드를 보냈다. 

  이런 미국식 인사가 난 부담스럽다. 

 

죠이스를 초대한 후,

 교회 다른 친구들도 초대해서

오랜만에 함께 할까 하다가

  초대할 시간을 놓쳤다.

(최소 1주일 전에 미리 초대해야 하기에).

 

그런데 결과적으로 죠이스만 초대하길 잘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했으면 다들 오랜만이라 

 그동안 밀린 안부 묻고 전하다 끝났을 텐데

죠이스와 둘만 만나니 우리 둘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었어 좋았다.

 

한 번씩 시간 날 때 만나고 싶은 사람들

 1명씩 점심에 초대해 1:1  시간을 가져볼까?

 

 죠이스가 다음 달에 벌써 70세다. 

진짜 세월 너무 빠르다. 

70세 생일 기념으로

 남편과 크루즈 여행 간다고.

     좋은 시간 되기를!

 장수하신 엄마의 좋은 유전자만 물려받아 

      건강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으면.

 

         2023.  3.  23. (목) 경란 

*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고, 좋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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