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만난 사람들

집으로 돌아온 제니

앤드류 엄마 2010. 4. 26. 14:26

제니가 이주일만에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 입원은 다른때와 많이 달랐다.

예전까진 장기든 단기든 병원에 입원했을때 남편인 밥과 아이들이 병문안을 왔고,

가족들의 사랑과 응원이었지만 이번엔 이주일동안 아이들을 보지 못했고, 

밥도 다정한 말대신 화난 모습만 보였다. 

이번에 입원한것은 제니의 지병때문이 아니라 우울증이 만든 사고였다.

 

제니는 우리가 이사오고 1년뒤에 우리 이웃으로 이사와 3년살다,

사정이 나빠져 집규모를 줄여 지난해 인근동네로 이사를 갔다.

 

제니네가 이웃으로 이사를 온뒤 그집앞이 마침 court 라 아이들 놀기가 좋았는데다 

밥과 제니가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고 사람이 좋아 그집앞은 동네 아이들 놀이터가 되었다.

놀친구가 없었던 우리아이들은 수시로 그집아이들과 놀았고 데이빗은 보이지않으면 그집에 가있었다.

밥은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는데다 일하는곳이 시카고를 지나가야하기에 

출퇴근시 교통체증을 피하기위해 4시 30분이면 출근하기에 퇴근후엔 피곤할텐데도

항상 아이들과 함께 발야구와 Catch the Flag, 깡통차기비슷한 놀이를 해주곤했다.

자기들 아이만도 네명인데, 그집은 주말에 자기아이들뿐일때가 없었다.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친구들을 주말에 자기집으로 초대를 했기에.

 

그런데 이사온지 1년좀 지난 12월 한달동안 아이 네명이 번갈아 아파 제니가 간병하느라

고생을 했는데, 아이들 낫고나서  제니가 쓰러졌다.

그래 몸살인가 했는데, 점점 상태가 악화되더니, 이후 수시로 병원신세를 졌다.

나중에 루퍼스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졌다 또 입원하기를 반복했고, 

종종 의식을 잃어 넘어져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제니는 장애 판정을 받았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미네소타의 마요크리닉(일반병원보다 한단계위의 치료병원) 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스케쥴상 몇개월뒤에 다시 가야했는데, 경비문제로인해 가지 않았다.

제니가 수시로 병원신세를 지는동안 밥은 장모와 형제들의 도움을 받으며

직장다니며 혼자 아이 네을 돌보았다.  아픈 아내와 아이 넷을 돌보면서도 웃음을 잃지않는 밥이

존경스럽고 한편으로 그의 어깨에 지우진 삶의 무게가 애처로왔다.

비록 장애 연금을 받고 있지만, 수시로 병원신세를 지니 제니네 가정 경제가 걱정스러웠는데,

괜찮다고 하더니, 미국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밥의 일도 점점 줄어들어 지난해 집의 규모를 줄어 

10분거리에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할때 이사짐센타 직원을 고용한것을 취소시키고 이웃들이 도와주었다.

밥도 쥬디네 지하실 공사를 여가시간을 이용해 무료로 해 주었다. 

자기 신조가 가족과 친구들한테는 돈을 받지않는단다. (가족들한테도 돈받는 미국사람들이 많은데...)

 

이사간 이후로는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가끔씩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했다.

제니는 여전히 병이 호전되었다 악화되었다를 반복하면서 몇일씩 병원신세를 졌고, 

또 한번은 췌장암이 의심스럽다면서 몇일동안 입원해 검사를 받았지만 검사결과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건설경기가 점점 나빠져갔기에 밥이 걱정스러웠는데, 밥이 워낙성실하니 다른 사람들은 다들

그만두었고, 밥혼자 마무리를 한다고 하더니 공사가 끝나 일주일에 한번씩만 출근하게되었다는

우울한 소식을 전했다.  (노조원들은 대부분 월급이 아니고 시급으로 일한시간만큼 받는다)

 

2주전에 그냥 잘있나하고 안부전화를 했더니 밥이 평소답지 않게 우울한 목소리로

제니가 다시 병원에 갔는데, 상태가 아주 좋지않다고했다.  어젯밤에 구급차로 병원에 가지 않았으면

오늘 영원히 못 깨어났을꺼라며 폐기능이 완전히 멈추어 호흡기를 연결했다며 몇일 뒤에나 깰것같다고했다.

그래 또 갑짜기 그렇게 나빠졌나 싶었는데, 이틀뒤에 깨어났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갔더니 제니가

사실을 이야기 했다.

 

미국은 자살을 기도했을땐 병원치료가 끝나면 집으로 퇴원시켜주는것이 아니라 정신과 병원으로 이송시킨다.

정신과 병원은 면회시간도 제한되어있어 주중엔 저녁시간만 면회가 되고 주말도 두번밖에 면회시간이없었다.

쥬디와 병문안을 갔더니 예전의 제니로 돌아와 있었다.  그동안 내가 걱정이 되어 도와줄것이 없냐고 물어면

괜찮다고 하더니, 밥의 실업수당으로 집융자금지불하고, 자기 장애연금으로 각종 공과금을 지불하기에

식품은 교회의 푸드 팬츄리(슈퍼에서 유효기간이 얼마남지 않은 식품이나 야채를 교회에 기증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교회가서 식품을 얻어온다) 를 이용했는데, 자기는 운전면허증이 취소되었고, 밥은 여기저기

작은 일거리를 찾아 일을하기에, 교회에 가서 식품을 가져와야하는데 운전을 못해 가져올수가 없었고,

또 자기가 계속 병원신세를 지니 남편과 아이들한테도 미안하고, 융자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이집마져 잃게될까봐

이런저런 걱정에 우울증이 생겨 몇달동안 잠을 몇시간밖에 자지 못했다고 했다.  

우울증에 생명보험들은것이 있어 자기가 죽고 나면 가족들이 보험 보상금으로 살수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행한 일인데, 그럴땐 보험금이 지불되지 않는데 그런것을 미쳐 생각 못했다고 했다. 

그래 자기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실을 전해들어니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렇게 딱한데 사실대로 말해 주었어면 매번은 아니더라도

할수 있는한 도와줄수 있었는데...  그대로 우리 이웃에 살고 있었다면 도와주기가 한결쉬웠을텐데...

 

불과 몇년전까지 워낙 낙천적이라 큰 걱정도 잔걱정도 없던 사람들인데 어쩌다 이렇게 까지...

많은 사람들이 2주에 한번씩 주는 주급받아 그때 그때 생계를 꾸려가기에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고

직장을 잃으면 순식간에 곤두박질하게되니 선진국 국민의 삶이라 말하기가 무색하다.

지난번에 복권에 당첨되었던 사람도 통장에 잔고가 23달러가 있다고 했다. 

언제 퇴원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하더니 다행히 10일만에 퇴원해 왔다.

그래도 계속 주 3회씩 통원치료를 받아야한다.

집에 오니 아이들을 봐서 너무 좋다고했다.  밥이 화가 나서 말을 하지 않는것을 제외하면.

나라도 그렇겠다고 했더니, 자기도 안단다.

미혼인 오빠가 사실을 알게되어 앞으로 집융자금 대신 갚아주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했단다.  

제발 하루빨리 예전처럼 제니네 집의 웃음소리가 매일 담장을 넘게되었으면 좋겠다.

 

정신과 병원에 갔더니 정말 너무 멀쩡한 환자들이 많아 간호사인줄 착각하기도 했다.

쥬디와 제니는 둘다 장난끼가 많고 유머가 많아 병문안가서도 매번 낄낄거린다. (그때 한번만 제외하고는)

쥬디도 예전에 잠을 못자 우울증이 생긴것인지, 우울증을 앓아 잠을 못자는것인지 하이튼 심각할정도였는데,

둘이서 나보고 이젠 너 차례라면서 우리가 자주 병문안 가줄테니 걱정말라며 낄낄거렸다.

현실이 심각하고 우울하더라도 웃고 즐길수 있는 그들의 낙천성이 부럽다.

우울증과 수면장애는 정말 위험한것 같다.

 

제니가 하루속히 치료를 끝내고, 루프스도 좀 호전되어 예전의 제니로 돌아오게되고,

밥도 하루빨리 일을 시작하게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2010. 4. 25 - 26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