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일상에서

격식을 탈피한 장례식과 장례식 전.후

앤드류 엄마 2015. 7. 7. 10:12

지난 12월에 간암 선고를 받았던

내친구 아넷의 남편 랜디가 6월 27일(토) 주님곁으로 갔다.

치료가 효과가 없었어 다들 마음의 준비는 하고있었지만

2주전에 가족휴가를 다녀왔었기에 

 에넷으로 부터 전화를 받고 많이 놀랬다.

 

휴가갔다와서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호스피스가 집으로 왔다고.

랜디는 집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7월 1일(수)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조문을받고, 바로 장례식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난 장례식에 참석할거라 일부러 늦게갔는데 

랜디는 울 남편만큼이나 사교성이 없는편인데, 

중장비 회사인 Caterpillar 에 38년간 다니다

   간암선고받고 은퇴했기에 회사 직원들이 많이 왔고,  

내 친구 에넷은 우리학교 (JJC) 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사교적이라

조문객들이 많아서 30분이상 줄을서서 기다려야 했다

 

에넷과 랜디는 암선고를 받기전에 딸과 사위가 다니는 교회에 가끔씩 다녔는데,

(그래도 그교회와 다른교회에서 하는 봉사활동은 열심히 참여했다),

암선고를 받고 나서 랜디는 매주있는 성경공부 모임에도 참석하고,

2주만에 성경을 완독해 목사님에게 수시로 질문을 했고, 세례도 받았다고.

 

 친구가 장례식이 짧을거라고 했는데,

장례식 진행을 맡은 목사님이 랜디가 부탁했다며

장례식은 평소와 달리 고인과의 추억을 함께 나누고 

고인이 특별히 좋아했던 복음성가 2곡을 듣는것으로 대신하겠다고 하셨다.

  목사님을 선두고 가족과 친척, 그리고 친구들이 랜디와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어서 

장례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많이 웃었고,   

랜디의 인간적인 면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되었다.  

.* 조문과 장례식장에 고인의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 사진들도 장식되어있다..

 

미국은 상주들을 위해서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만 조문을 받는데,

보통 장례식 전날 오후에 하는데, 장례식 당일날 조문을 받는 집들도 있다.  

그래 상주들은 공식 조문때까지 별로 할일이없는 편이다.

우리도 시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조문 전날에 갔다. 

* 장례식은 교인일 경우 목사님 일정을 고려해 잡는 편이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막상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충격이 커기에

에넷 딸은 엄마를 위로해 주기 위해 조문전날

여자들끼리 (엄마와 올케,그리고 본인) 메니큐어와 페디큐어샵에 데리고갔다.  

 그리고 유가족들은 식사 챙길 마음의 여유가 없기에  

가까운 이웃이나 지인들이 음식을 해 준다.

 

장례식후, 내 친구는 페루에서 온 며느리 씬티아를 위해

(아들 그렉이 U of I 기계과를 나와 페루지사에서 근무중인데,

건축가인 페루 아가씨를 만나 올 봄에 결혼했다),

시카고의 유명 건물들을 안내해주는 보트 투어를 비롯 시카고 투어도하고,

다음날 미국 독립기념일 불꽃놀이와 축제를 보여주기위해

집에서 50분거리에 있는  Naperville 바베큐 페스티발에도 갔다

 

 그리고 일요일 아들 며느리는 페루로 떠나고,

내친구와 딸은 그랜드캐년으로 해서 서부여행을 떠났다.

남편 랜디는 여행을 싫어해 몇십년동안 매년 가족휴가로 미네소타 호수에 갔었고,

중국에 출장갔을때 해당업체에서 만리장성 구경시켜주겠다고 했는데도

그 좋은 기회를 거절해 내 친구를 팔짝 뛰게 만들었는데, 

   랜디가 성경모임에서 그랜드 캐년에 가고 싶다고 했다고.

 

딸네와 아들네 다 떠나고 나면  

큰집에서 혼자 남은 친구가 우울해 있을까봐 걱정이었는데, 

친구가 딸과 함께 남편이 가고싶어했던 곳으로 여행을 가 마음이 놓였다. 

일주일간 딸과 함께 다니며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울 엄마, 울 아버지 돌아가시고나서, 논밭에 일하러 가고,

혼자 장에 가고, 볼일 보러간것 외엔 외식을 비롯해서 일체의 바깥나들이를 거부해 

우울증 증세가 있기도 했다. 일욕심 많고, 돈 쓰는것을 겁내는 아버지로 인해

  한평생 고생만 했어면서.

   

이런 우리엄마와 달리 울 시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은 시아버지로 인해 15년 이상을 좋아하는 여행을 못하셨기에,

시아버지 돌아가시자,  혼자서 알레스카 크루즈도 타러가시고

 정말 많이 다니시며 혼자 씩씩하게 잘 사셔서 좋았다.

 

그런데 데이빗 피아노레슨 선생님의 길건너 이웃은

지난주에 47세 된 가장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는데

 다음날 화장하고, 그 다음날부터 몇일동안 계속해서 파티중이라고.

친구와 친척들이 우울해 있을 가족들을 위로해주고,

고인이 된 사람의 삶을 축하해 주기위해서 파티를 한다고 하는데

그래도 너무 빨리 갑짜기 돌아가셨는데, 파티한다니 좀 그랬다.  

 

 그런데 내 친구 쥬디도 죽으면 사랑하는 주님곁으로 가니까

자긴 이제 아이들 다 키웠으니 하루라도 빨리 주님곁으로 가고 싶다면서

자기 장례식때 댄스 파티를 하라고 가족들에게 말 할거란다.

 

주변 시선에 의해 강요된 우울도 그렇지만

  장례식날에 파티를 하라는 쥬디도 그렇고,

다음날부터 파티를 하던 그 이웃도 낯설었는데

생각해보니 밤에 혼자 되었을때 많이 슬플텐데, 

 몇날몇일을 밤.낮으로 혼자서 슬픔에 잠겨있는것은 좋지않을것 같다.

 

중요한것은 함께 사는동안 서로 사랑하며 사는거지

천국간이후엔 파티를 하든 여행을 가든 애도를 하든

그것은 고인의 뜻일수도 있고,

또 유가족들이 알아서 할일이니 왈가왈부할것이 아닌것같다.

나도 고정관념을 버려야겠다. 

 

 

2015.  7.  8. (수)  경란  

 

추신 :  에넷이 몇번이나 사양했지만, 

내가 바쁠까봐 폐안끼칠려고 거절한것같았다.  

그래 내가 밥과 불고기, 알타리김치를 오전에 갔다주고,  

오후에 Vegg Tray, 소세지 야채뽁음, 마초촐라를 주었더니 

에넷과 가족들이 아주 맛있었다며, 만날때마다 몇번씩이나 고마와했다.

에넷은 착해서 본인은 잘 도와주면서,

다른사람들한테 도움요청을 하거나, 도움받는것은 서툰것 같다.

다른사람들의 음식 제의도 사양했는지, 나혼자 배로 감사인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