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못하니 여행다니는 동안 사이가 좋았다.
느긋한 우리집 장남은 1분 지각을 할지언증 뛰지않고,
숙제 한것 깜빡하고 제출하지 않아 빵점처리되어도 속상해 하지 않고,
잘해야겠다는 욕심도 없고, 천하태평이다.
난 지금은 아니지만 결혼전까지 매사 열심히했고, 최선을 다했다.
이런 내눈엔 아들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생활태도와 학습태도또한 습관이 중요하기에
아들의 장래를 위해 잘못된 습관을 하루빨리 고치고
좋은 습관을 키우주려고 했는데,
내 방법이 잘못되어 아들의 반항심만 키웠고,
시험점수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것을 나무랬는데
아들은 내 기대치가 높은것이 문제란다.
그러니 나와 아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들이 고등학생 되었을땐 힘들어서 남편에게 맡겼다.
그런데도 가끔씩 나와 충돌이 일어나곤했다.
내가 잔소리하지 않음 삼부자가 하루종일 지하실 티브앞에서 보낸다.
울 아들, 엄마가 한국갔을때 집이 조용했단다.
울 아들생각엔 내가 우리집 불화의 원인이다.
아무튼 아들과 관계가 그리 좋지않았는데
녀석이 대학을 가 기숙사로 떠났다.
녀석이 집을 떠난후에서야18년 금방이었고,
앞으론 아들과 함께 할수 있는 시간이 점점 없겠다는 생각에
그동안 녀석과 좋은관계를 맺지 못한것이 뒤늦게 후회가 되었다.
보아하니 녀석은 대학가서도 여전히 공부는 뒷전이고
친구들과 컴퓨터게임이나 하고 지내는것 같아
공부해야겠다는 계기가 필요할것 같았다.
나 또한 녀석과 관계 개선도 해야 할것 같고.
그래서 선택한것이 지난겨울방학동안의 한국방문이었다.
녀석이 한국에서 5년간 어린시절을 보냈기에 친구들도 만나고,
내친정쪽 가족들과 친척들도 만나고, 여행도 하고,
맛있는 한국음식들도 먹으면서 둘이서 좋은시간보내며 추억도 만들고,
또 하루 12시간이상 공부하고,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 보고오면
좀 나아질까하는 기대로
둘이서 지난 겨울방학때 보름동안 한국을 다녀왔다.
결과적으로 반정도는 성공한것 같은데,
한국갔다오니 듣도보고 못한 성적표가 와 있었다.
다음학기부턴 잘하겠다고.
그래서 또 기회를 주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기전에 뉴저지에 사는 친구가 놀러오라고 했다.
지난번 한국 방문했을때 녀석이 좋아해 우린 모처럼 좋은시간을 보냈기에
기회만 되면 아들과 또 여행을 가고 싶었었다.
그런데다 녀석은 여전히 친구들하고 게임하며 지내는것같아
세계의 중심인 맨하탄과 잘사는 내친구들 사는 모습을 보면 녀석이 자극을 좀 받을수도 있을것 같아서
녀석에게 의향을 물었더니 좋다고 했다
그런데 여행 출발 4일전에 성적표가 도착했다.
1학기때 성적이 나빴기에
2학기때 성적을 올리지 않으면 장학금 두개가 다 날아가는데
2학기 성적표는 1학기보다 더 처참했다.
당연히 장학금 두개 다 날아갔다.
(장학금으로 수업료와 기숙사비가 거의 충당되었다,
게임으로 8달을 보낸 댓가로 6천만원이 날아갔다,
녀석이 잃은 기회의 비용을 합하면 손실금액은 배로 증가하고).
그 성적으로는 다음에 성적이 좋아도 취직을 장담할수없는데,
녀석이 다음부터 잘 할것 같지도 않으니 더 문제였다.
전화할때마다 수학만 제외하곤 나머진 "A" 일거라고 해 안심했는데...
화가 난 남편 뉴욕은 당신혼자 갔다오라고 했다.
몇일동안 고민을 했다.
녀석이 벌을 받아야 하긴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이 생각 저생각 끝에
녀석이 뉴욕간다고 좋아했던것도 걸리고,
세월호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과 자녀를 잃은 부모들도 생각나고,
또 몇주전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났던 지인이
자궁암 진단과 수술을 받고 반쪽이된 모습을 페이스북으로 보고나니
공부는 다음에 철들면 하겠지만
뉴저지 친구들에게 아들과 같은 또래 아들이 있으니 그 아이들과 가족들도 만나고
젊은이들의 도시이자 세계의 중심인 맨하탄을 아들과 둘이서 배회할수있는
이 좋은 기회가 다음에 다시 온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시기적으로도 이번이 최적일것 같아서
뉴욕출발 전날에 남편에게 앤드류와 함께 가야겠다고했다.
그리고 4박 5일 동안
난 녀석의 암울한 성적표와 장래에 대한 불안은 집에두고
녀석과 맨하탄을 배회하고, 브로드 웨이에서 뮤지컬을 보며
녀석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돈으로 살수없는 추억 하나 만들었다.
녀석은 나만큼 좋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았다고했다.
언제까지 우리가 함께 했던 여행을 추억하게 될런지 알수없지만
살면서 생각날때가 있겠지.
그리고 나랑 둘이서 갔던 한국과 뉴욕에서 즐거운 시간 보냈으니
다음에 또 내가 어디 가자고 하면 좋다고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그나저나 울 아들 제발 철 좀 들어야 하는데...
남자애들은 동기부여만 되면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녀석에게 어떤것이 동기부여가 될건지?
그것이 어떤것이던지 손톱만큼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하려고한다.
앤드류녀석에게 지난해 겨울방학때 한국갔다오길 잘했지
너 평생 못갈뻔 했다고 했더니 녀석이 미안한지 씨익 웃었다.
아들은 방학 둘째날부터 하루 10시간 이상씩 열심히 노가다 하고 있는데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 쬐금 안서럽다.
제발 무더운 여름동안의 힘든 노동이 녀석에게 자극이 되길 기원해본다.
2015. 6. 11. (목) 경란
'일상에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보러가서 싼 과일과 야채만 잔뜩사오는 나 - 오르는 물가를 실감하며 (0) | 2015.06.21 |
---|---|
간단해서 부담없고 편한 미국식 저녁초대 (0) | 2015.06.18 |
남편의 인질이 된 나와 아들 (0) | 2015.06.06 |
가족들과의 마지막 휴가를 떠난 친구남편 (0) | 2015.06.03 |
만난적도 없는데 숙식제공을 자청한 것은 (0) | 2015.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