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저리주 세인트 루이스에서 살고있는 희원 엄마는
내 블로그 애독자이다.
(난 희원이 낳고나서 시간이 없었어 내 블로그 읽지 않는줄 알았는데
댓글은 못달지만, 여전히 애독하고 있다고).
내 블로그 방문객도 댓글도 많지 않았을때
가끔씩 마음을 담은 댓글로 응원해주어서
가족여행에서 돌아오는길에 세인트 루이스에 가게 되었을때
잠깐 얼굴이라도 볼까 싶어 전화번호를 교환했었다.
그런데 그날 세인트 루이스가 39도씩이나 올라가
아쉽게도 첫만남은 불발로 그쳤다.
희원엄마는 남편이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대학 연구실에 근무하게되어서
결혼하고 바고 미국으로 온것 같은데,
희원아빠가 많이 성실하신지 또다른 연구실에서
희원엄마한테도 일자리를 주어서 그이도 연구실에서 일을하고 있다.
(희원이 낳고 육아휴직 마치고 다시 복귀했다)
우리 가족 여행기를 읽고 부러워하길래
부부 둘만 있을때 여행 많이 다니라고만 했지
우리집은 집도 가재도구도 누추한데
부부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 부잣집 출신들인줄알고
우리집에 재워줄테니 시카고 구경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전화번호를 교환한 이후 어쩌다 한번씩 안부전화를 하게되면
나보다 20년도 더 젊고 많이 배운사람이 나랑 정서도 비슷하고 대화가 잘통했는데
마산에서 자랐고, 할머니가 오랫동안 키워주셨다고.
(나도 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웃인 창원에서 13년을 살았다),
그리고 연애편지쓰듯 정성이 가득담긴 예쁜글씨로 적은 카드와 가족사진을 보니
부부가 공부 많이 한 사람같지않고, 수수하고 진실해보였고,
자기가 정리정돈을 잘못해서
남편한테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하니 나랑 같은과라 더 편하게 느껴졌다.
(집안 살림을 잘하거나 부자들은 집으로 초대하는것이 좀 부담스럽다).
지금도 놀러가고싶은데 재워줄수 있냐는 염치없는 부탁을
편하게 할수있는 사람이 몇안되고, 갈곳도 없지만,
미국남자와 결혼해 미국으로 왔을때 못하는 영어보다 더 힘들었던것은
미국땅에 멀기도 하고 정없는 시댁외엔 어디 갈곳도, 오라는 사람도 없는 내 처지였다.
(부부싸움을 해도 갈곳이 없으니 화해는 빨리 되긴 했지만).
특히 두아이들이 돌되기전에 남편은 일이 바빠 매일 퇴근이 늦었고,
새로 이사했는데 이웃들은 어린 아이도없고, 다들 직장을 다녀 아기 유모차에 태워
산책나가면 개짓는 소리뿐이고, 난 말못하는 아이와 늘상 집에서 지냈다.
아이가 어릴땐 여행가면 고생이니 친정가서 몇일 지내다 오는것이 최고고,
아님 가끔씩 친구만나 수다로 풀어야 하는데
국제전화비는 그때까지 비싸서 맘놓고 통화도 못했고,
함께 식사하고 수다 풀 가까운 친구 한명 없었다.
희원 엄마 역시 미국땅에 아는 사람 한명없고,
그때의 나처럼 어디 갈곳 없는 외로운 이방인이기에
남편에게 이야기 했더니 우리집에 놀러오라고 했다.
그러나 희원엄마는 친정엄마가 건강이 좋지않아
(친정엄마는 두달전에 돌아가셨고, 한국에 남동생 한명뿐이라니 더 짠하다)
휴가 모아서 한국다녀오느라
나와 일정이 맞이 않아 여지껏 오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주에 희원이 엄마가 시카고에서 학회가 있었어
드디어 시카고에 오게 되었다.
학교에서 학회 전날인 목요일만 숙소를 제공해 주어서
우리집에서 금.토 묶고, 시카고 구경하라고 했더니
초면에 너무 민폐라며 금요일 호텔에서 묶고
토요일만 신세를 지겠다고.
한국방문외엔 한번도 세인트루이스를 벗어난적이 없었기에
가족여행겸 남편도 휴가내어 희원이와 함께 왔는데
세인트 루이스에서 시카고까지 5시간길이
시카고 진입 45분을 남겨두고 차가 밀려 8시간만에 겨우
호텔에 도착해 희원아빠는 바로 기진맥진했고,
희원이는 호텔 킹사이즈 침대에 놀라
집에 가자며 계속 울어서 정신이 다 나갔다고.
다음날 희원엄마는 학회에 참석했고,
희원아빠가 희원이를 데리고 수족관에 갔는데,
가는날이 장난이라고 초등학교에서 야외학습을 와
시끄럽고 정신없는 아이들 무리에 희원이가 많이놀랬는데다
수족관이 2살된 희원이 눈높이랑 맞지 않아
아빠가 계속 목말을 태워주어여해 남편과 희원이가 몸살나기 직전이었다더니
다음날 아침에 희원이 엄마한테서 밤에 희원이가 팔아프다고 계속 울어
의사진찰 받아야 할것 같아서 전날밤 11시 30분에
호텔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는 문자가 왔다.
* 의사 진찰결과 이상이 없었고, 희원이도 집에 가니 괜찮아졌다고.
시카고 구경도 하고,미국내 한인들이 많은 대도시에만 있는
한국슈퍼 H-Mart 도 가고, 우리집에도 오고, 계획이 많았기에
기대도 컷을텐데, 시카고 구경도 못하고, H-MART 도 못가고
그 비싼 호텔비와 주차료를 지불하고
밤에 갑짜기 집으로 돌아갔으니 얼마나 아쉬웠을까?
설레임을 안고 왔다 계획했던것도 못하고
걱정과 불안을 안고 갑짜기 돌아간 희원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희원이 아빠가 가을에 우리집에도 가고, 시카고 다시 가자고 했다며
시카고갔던것이 꼭 꿈꾼것 같다고.
이번 가을엔 꼭 우리집에도 오고, 시카고 구경도 하고,
H-Mart 에서 쇼핑도 하게 되기를 ...
친정엄마처럼 잘해주진 못하겠지만
친정 온듯 마음 편히 지낼수 있게 해 주고 싶다.
친정이 한국에 있거나 친정이 없는 외로운 사람들끼리
서로 친정이 되어줄수 있었으면 ...
2015. 5. 1. (금) 경란
추신 : 직접 얼굴 마주보고 만나지 않았더라도
블로그에서 글과 사진으로 자주 만나면
아주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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