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일상에서

남편의 인질이 된 나와 아들

앤드류 엄마 2015. 6. 6. 08:50

남편은 낚시가 취미였는데,

해외(한국)근무와 공부하느라 근 10년이상을 낚시를 잊고 있다

지난해 막내 데이빗이 학교 낚시부에 가입한것을 계기로 

다시 낚시를 다니기 시작했다.  

 

4월부터는 미시건 호수에서 연어 낚시를 할수있기에

아이들이 4살, 2살때 가끔씩 미시건 호수로 낚시를 가곤했는데,

이번에 14년 만에 미시건 호수로 낚시를 갔다. 

 

 미시건 호수는 바다만큼 넓어서 (대한민국보다 넓은듯?) 

우리처럼 작은 보트는 바람이 없어 파도가 잔잔할때만 갈수있기에

미리 계획하는것이 아니라 전날 저녁에 일기예보 확인하고,

   당일 아침일찍 다시 일기를 확인한뒤에 가부를 결정한다.     

 

보트낚시라 혼자가면 보트 띄울때 곤란하기도 하고 해

일행이 필요한데,  

남편은 주말에 보트선착장이 붐빈다고 주중을 선호하다보니 

   같이 갈 일행을 구하지 못해 많이 바람없던날 많이 아쉬워했다.  

 

그래 내가 여름휴가(무급)시작 되기만 기다렸는데,

하필이면 뉴욕가기 전날 바람이 없어 미시건 호수가 잔잔할께 뭐람.

 

그전날 자러가기전에 남편이 컴퓨터로 미시건 일기를 확인하고선 

내일 파도가 없다며 아침에 한번더 확인하고 낚시가야겠단다.

낚시가면 누군가 동행해야 하는데, 데이빗은 아직 방학이 아니고,

앤드류는 일하러가니 나뿐이었다.

 

그 다음날 뉴욕갈 준비도 해야하고, 5일동안 집을 비우기에 정리할것도 많고,

버스표도 교환하러 시카고도 가야 하는데...

그래 그날밤 제발 "바람아 불어다오" 라고 간절히 기도를 했었다.

그런데 이런 내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고, 바람은 남편의 손을 들어주었다.

 * 내가 못간다고 하면 속좁은 남편 삐칠거라, 5일동안 집을 비우니 

불편해 지는것이 싫어서 내일을 뒤로 미루고 따라갔다.  

(내가 필요할땐 부재중이면서, 내가 바쁠땐 나를 필요로하니 전생에 웬수였나?) 

     

 

14년만에 다시 찾은 미시건 호수

이왕 왔으니 밀린일도, 집떠나기전에 해야할일도 모두 잊고 즐기려고 했다.

 

결혼초에 남편이 미시건 호수 근처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남편이 미시건 호수에서 보트 탈건지 묻길래, 난 호수가 얼마나 넓은줄도 모르고 좋다고했다.

그런데 호수에 도착하니 호수가 아니라 바다였고

(울 부모님과 친척들도 미시건 호수를 보시곤 저 넓은것이 무슨 호수냐 바다지라고 하셨다)

우리집 보트는 고물일뿐만 아니라 작아서 미시건 호수에서 일엽편주였다.

호수에 들어간지 10분도 안되 파도가 출렁거리기 시작했고, 

난 무서워서 떨면서 도저히 못타겠다고했더니 울 남편 얼마나 실망을 하던지. 

차뒤에 보트 끌고 5시간이나 왔는데.

그때 신혼이 아니었다면 울남편 화를 내었겠지.

 그랗지만 파도가 너무 무서웠고, 또 남편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날 운이 좋아서 45센치만한 연어 2마리를 잡았다.

 

 

 

 학교에서 데이빗 개인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죠와 데이빗 

셋이서 3시간동안 크라피를 50마리쯤 잡았다고

(다른 물고기는 낚시할때 한사람당 하루 몇마리씩 제한이 있는데 이건 없나보다)  

색깔때문에 보기엔 좀 그렇지만, 생선살이 정말 부드러웠다.

 

데이빗 기말고사중인데 학교마치고 데이빗을 데리고 낚시간 울 남편 - 아빠 맞는지?

데이빗 보조교사인 죠가 낚시를 좋아해 죠 아버지 보트로 셋이서 인근 호수로 낚시를 갔다.

그 보트에 물고기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추적장치가 있었어 그날 크라피를 엄청 잡았다.

크라피가 뭔지 사전을 찾아보니 한국엔 없는 물고기인지 한국어도 크라피란다.

뼈가 많아서 포뜨는것이 힘든다고.

  

낚시한후 연어와 그라피를 남편이 살만 포떠 주기에 난 만들기만 하면된다.

남은것은 지퍼백에 물넣어 냉동시킨다.  

둘다 대형 지프백에 담은것이고, 그라피는 3봉지였는데

생선튀김 두번 해먹고 한봉지만 남았다.

덕분에 장볼때 생선값 아꼈고, 신선해서인지 생선이 아주 연하고 좋았다.  

 

 

 지난 월요일 데이빗 방학첫날, 아침일찍 셋이서 또다시 낚시를 갔다.

그날은 월아이 낚시를 했는데, 많이 잡았지만 

대부분이 허용치보다 0.1인치정도 작은거라 다시 놓아주고

몇마리만 건졌는데, 죠 보트 모트가 고장나 다 놓아주었다고.  

 

또다시 미시건 호수로 출격한 남편 (장장 40년이나 된 고물보트) 

나와 데이빗은 우리교회 Food Pantry 자원봉사 가야하는데...

3명이나 가서 낚시대를 8개나 설치했지만

 이날 우린 연어 구경도 못했다.

 

보트가 작아 미시건 호수에선 일엽편주다

 

미시건 호수까진 집에서 2시간도 더 걸리고,

호수가 넓어 가끔씩 파도도 높고 해서, 평온한 마음으로 즐길수가 없기에

인근에 있는 호수로 가자고 했더니, 그곳은 언제든지 갈수있지만

미시건 호수는 바람이 잠잠할때만 갈수있다며 본인이 원하는대로 밀어붙였다.

 

저 호화요트와 보트가 우리 보트옆을 지나면

우린 파도를 덤튀기 쓴다.

 

저런 좋은 보트와 요트들 틈에서 고물보트 타는것이

처음엔 쬐금 챙피했는데, 나도 미국사람 다 되었는지 이젠 아무렇지 않다.     

 

 

남편의 인질로 끌려온 나와 데이빗

1명당 낚시대 3개 사용할수 있기에 우린 인질로 온 셈이다.

 

데이빗은 2주 동안 3번째 낚시라 가고 싶지않았고,

난 몇주전에 한번왔으니 또다시 이 넓은 호수에 오고 싶지 않았다.  

 

남편에게 끌려 낚시가면서 난 낚시도 좋아하지 않는데 당신위해서 왔으니,

다음은 내 차례니 하이킹 가고싶다고 했더니, 은퇴하면 수시로 등산다니게 될거란다.

건강하던 시누남편 팀이 43세에 뇌수막염으로 쓰러진지 하루만에 돌아가셨기에

당신은 팀을 보고서도 그런 말을 하냐며

누가 그때까지 당신과 내가 건강하게 살거라고 보장해 주더냐고 했더니 말이없었다.

  한치앞을 모르는것이 사람일인데...

 

여름방학동안 짧게라도 가족휴가를 가고싶은데, 

앤드류 일과 데이빗 수업시간이 맞지 않아 갈수 있을런지?

몇년전까지 가족 여행을 많이 다녔던것이 정말다행이었다.

자녀가 대학가기전에 가족여행을 부지런히 다녀야할듯.

 

 

 

망망대해 같은 호수 저멀리 보트가 나타나니 반가왔다.

 아침엔 파도가 잔잔했는데, 11시 넘어가자 파도가 제법 높았다.

 

기온이 올라가면 연어들이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가니

이것이 올해 마지막이겠지.

그런데 오늘 남편이 여름에도 120 피트 낚시줄로 낚시 가능하단다.

 그땐 데이빗과 난 빼주고, 낚시꾼들과 함께 가길.

 

그래도 낚시 덕분에 남편과 데이빗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 다행스럽다.

 

 

 

2015.  6.  5. (금)  경란

 

 

추신 :  띨띨하니 인터넷으로 버스표 예매하면서 출발 날짜를 잘못선택해

(몇분사이에 가격이 떨어지면서 몇자리 남지 않았다고 해 급하게 클릭했더니) 

낚시갔다와서 시카고까지 버스표 교환하러갔다.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논스톱이면 버스자리가 있을테니

출발전에 미리 가서 교환하면 되는데,

 클리브랜드 밤 10시 40분에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해

혹시라도 버스표가 없을까봐 불안해서 확실히 하려고 미리 교환했다.

아침 8시에 낚시 가느라 집을 나서서는

시카고 갔다오니 밤 10시 40분이나 되었다.  누굴 탓하라.

덕분에 책 한권 잘 읽었다.  

그래도 너무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

전날 설겆이며, 여행준비하느라 집안 정리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