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이후
봄, 가을마다 주말에 하루라도 쉬었던 날이 없었다.
일요일엔 교회가야 하고,
토요일은 매주마다 두 녀석들의 축구시합이 있었고,
아이들이 축구를 그만두고부턴 학교 육상부에 가입해
토요일마다 육상대회가 있었다. (난 아이들 응원을 다녔고).
남편은 남편대로 전력수요가 적은 봄, 가을엔 원자력 발전소 안전점검과 수리기간이라
3월중순부터 5월중순까지 그리고 9월중순부터 11월말까진 주말에도 12시간씩 근무할때가 많았고,
몇년간은 뒤늦게 공부까지 시작해 더 여유가 없었다.
이번 학기부턴 두녀석이 육상을 하지 않는 대신
큰아이는 아르바이트로 토요일마다 어린아이들 축구경기 심판을 하고있고,
작은아이는 고등학교 밴드부에 가입되어 10월말까지 토요일마다 밴드 경연대회에 참석하고
가끔씩 일요일에도 지역축제 프레이드에 참여하기도 한다.
가을을 맞아 미디어를 통해 단풍소식을 접하면서
여지껏 가족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가족이 함께 가을 나들이를 한번도 간적이 없었다는 생각과 함께
큰아이가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가게되면 내년부턴 더 기회가 없을것 같아
이번 가을엔 꼭 함께 가을 나들이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주말엔 큰아이가 주말 3일동안 교회 고등부원들과 캠프가 있고,
다음주부턴 일요일에도 남편도 나도 바쁠예정이라
어제 일요일 예배마치고 집에서 50분 거리에 있는
"Starved Rock" 주립공원에 갔다.
사방팔방 평지라 산이 없는 이곳에서 한국의 동네 야산보다 낮지만
그래도 산같은 분위기도 있고, 숲이 좋아 우리주에선 꽤 유명한 곳인데
1시간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면서 남편과 작은아인 어제가 처음이었고,
그곳은 숲이 많아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데 앤드류도 나도 가을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데이빗 녀석은 하와이나 알레스카외엔 국내는 더이상 가고 싶지 않다고 했고,
앤드류도 그곳에 몇번이나 갔었는데 왜 또 가야 하느냐며 썩 달가와하지 않았는데
가족 나들이니까 (가족이 함께 할땐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너희들도 함께 가야한다며, 가을나들이를 가는 이유를 설명했더니 따라주었다.
소풍가면서 먹을것도 없이 마실것만 준비해 아이들에게 쬐금 미안했는데
녀석들은 점심으로 오랫만에 먹은 햄버그와 그곳 베이커리에서 먹은 디저트만으로도 좋아했다.
우리가족들이 처음으로 함께 간 그곳은 그 넓은 주차장이 만원이었다.
차 번호판을 보니 다들 우리보다 더 먼곳에서 왔고,
숲에서 부모와 함께 온 어린아이들이 신이나 폴짝폴짝이는것을 보니
비록 반나절이더라도 진작에 오늘처럼 예배마치고 오지 않았던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래 남편에게 이말을 전하며 앞으로는 가을마다 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알았단다.
지난 여름 시원했는데다 오랜 가뭄탓인지
단풍이 예쁘진 않았지만, 가을정취를 느낄수가 있었고,
숲속을 걸어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산속에 들어온 기분이 들어 더 좋았다.
전날 하루종일 흐리다 오후늦게 긴 가뭄끝에 몇시간 쏟아 부었던것과 달리
어제 아침엔 활짝 개 햇살 가득하니 소풍가기 딱좋은 날씨였는데
오후부터 흐려지기 시작해 우리가 도착했을때
방금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가 어려운 걸음을 한것을 아셨는지
1시간 반정도 시간을 주셨다.
우리 가족의 첫 가을 나들이였는데,
날씨도 좋지않았고, 비까지 내려 짧게 끝나 아쉬움이 있었지만
오솔길을 걸어며 가을의 정취를 즐길수있었고,
가족이 함께해서 더 기분이 좋았다.
집에 있었어면 세남자가 나란히 티브앞에서 보냈을터라
나서길 정말 잘했고, 남편이 동행해 주고, 운전해주어서 고마왔다.
2013. 10. 7. (월) 경란
추신 : 풀타임으로 일을 하는것도 아닌데도 놀다 일을하니 저녁때면 피곤하고
주말에 장보러 가는것도 귀찮은데,
토요일 데이빗 밴드부 대회에 보호자로 참여했다 밤늦게 돌아와서는
다음날 교회갔다 나들이 다녀왔더니 피곤했는지
밤에 몇번이나 코를 골아 남편이 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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