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내 작은 매점을맡아 일한지 한달이 좀 지났다.
매점이 작아서 물건도 많지 않고, 잔액계산도 기계가 자동으로 해주고,
또 일주일 이상을 트레이닝 받아 별 문제가 없었는데,
초보운전딱지 떼고 긴장이 약간 풀렸을때 사고가 잘 나듯
이번주에 이틀 연달아 실수를 해 메니저와 메니저를 보조해주는 낸시의
도움을 청해야 되어 쬐금 미안했다.
미국 사람들은 줄서서 기다리는데 익숙하니 1분 더 기다리게해도 되고,
또 내가 일처리가 미숙해서가 늦어지는것이 아니라 기계가 늦어서 그러니
그냥 손님들을 좀 기다리게 하면 되었을텐데
내가 융통성또는 잔머리로 빨리 빨리 해 주려다 화를 자초했다.
바쁜 손님들을 배려해주느려다 한 실수지만,
생각해보면 내 급한 성격에 또 한국사람 특유의 빨리빨리로 인해 생긴 문제이기도.
이 단순한 일에서 내가 인내심을 배우게 될것 같다.
첫번째 실수는 기계는 사람과 달리 융통성이 없기에 메뉴얼대로 해야 하는것인데
개정전에 온 첫손님 빨리 오내주려다 돈통부터 열지않고 계산부터 했더니 금고가 열리지 않아
메너저가 직접 왔고, (현금수납 총담당인 지니가 일주일 동안 휴가중이었기에),
그 이틑날 두번째 실수는 점심시간이라 바쁜데 기계작동이 많이 느려
화면을 빨리 변경시키기 위해 화면을 쳤더니 (그러면 화면이 빨리 변경된다)
하필이면 그때 화면이 바뀌어선 내손가락이 현금부분에 닿아
신용카드로 결제할 예정인데 현금으로 결제가 되어버렸다.
(우리학교 카드에 50달러 충전시키는거라 고객인 교수에게 현금으로 결제하라고 사정할수도 없었다).
그때 릭이 내 점심휴식 시간에 대체해주러와 상황을 설명해주면서
현금결제 취소시키고 신용카드로 결재할수 있는지 물었더니
자기는 못한다면서 바로 메니저한테 전화해선
내가 신용카드로 결재해야하는데 현금으로 결재해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를 했다.
이 놈이 말은 바로 해야지, 어찌나 화가 나든지 그날내내 릭때문에 열 받았다.
내가 설사 그런 실수를 했어도 동료를 위해선 그렇게 말하지 말아야 하는것을.
그리고 내가 메니저한테 전화해도 되는데 왜 자기가 전화를 하나.
메니저가 자기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 낸시에게 말하겠다고 했는데,
내 점심 휴식시간을 빌어 낸시에게 실수한 경위를 설명해주고선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낸시가 사람이니 실수를 하는거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으면 된다면서
자기도 아직 배우고 있단다.
낸시가 그렇게 말해 주니 어찌나 고맙든지,
릭때문에 기분이 상했는데, 너로 인해 내 기분이 좋아졌다며 고맙다고했더니
낸시 특유의 잔잔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낸시 - 내년 5월에 은퇴해서 손자, 손녀들과 시간도 보내고 남편과 여행을 다닐 예정이란다.
오늘 근무마친뒤 내 블로그와 이번 글 제목에 대해 설명해주고는
네 사진도 함께 올렸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그녀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발급해주는 복지카드도 담당하고 있어 그 카드에 관해 질문했다가
미국의 저소득층 사회복지와 정치, 그리고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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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때문에 속이 상하고 보니 몇주전에 내 말실수로 동료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던 일이
다시 생각났고, 그들에게 또다시 많이 많이 미안했다.
18년만에 직장생활을 새로 하니 조직생활에 대한 감이 떨어졌는지?
아님 내가 진급할것도 아니고, 내게 큰 문제가 있지않는 이상 해고의 우려도 없는데다
직장에서 다들 메니저에게 호칭없이 그냥 이름을 부르니 편해서 그랬는지?
아무튼 내매장에서 햄버그와 피자, 샌드위치, 셀러드등 점심메뉴를 파는데,
그날 팔지 못하고 남은 햄버그는 쓰레기통으로 간다.
그런데 주방에서 항상 많이 보내 그날 아침에 처음으로 주방에서 일하는 신디에게
내매장에 햄버그 6개만 보내라고 담당자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신디가 햄버그 담당인 쥴리에게 9개로 잘못 전달해 그날 햄버그가 6개나 남았다.
일마치고 주방에서 메니저를 만났을때 아무생각없이
내가 햄버그 6개 달라고 했는데 9개나 보내 많이 남았다고 했더니,
다음날 출근했을때 신디는 평소와 달리 시무룩해있었고,
햄버그 담당 쥴리가 다음부턴 자기한테 꼭 말을 하거나 메모를 남겨달라고 했는데,
또 주방담당 슈퍼바이저 케시가 햄버그 주문은 꼭 쥴리나 자기한테 하라고 했다.
아차,했지만 이미 늦었다. 신디에게 어찌나 미안하든지.
* 신디는 덩치도 큰데다 내성적이라 늘 혼자인데...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라 그날이후 주방식구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좀 썰렁했다.
그 일이 있고, 이틀후 주방에서 일하는 쥬디의 아들이 갑짜기 사망해 조문을 갔더니,
주방 슈퍼바이저 케시가 나를 보고는 반색을 하며 와주서 고맙다고 하더니
다음날 출근했을때 예전과는 달리 케시가 환한 얼굴로 날 반갑게 맞아주고는 또 고맙다고 했다.
알고보니 그녀는 쥬디와 가까운 친구였는데,
주방식구들중에서도 조문 오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난 주방식구도 아니고 신참인데다 조문객이 많지 않아 더 고마와 하는것 같았다.
조문다녀온 이후 난 주방식구들에게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바뀌었고,
이젠 만날때 마다 환하게 인사해준다.
직장생활을 잘 하려면 상사에게 인정받기보단
먼저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동료들과 사이가 좋아야지
어려울때 도움도 받을수도 있고, 직장에서 즐겁게 생활할수 있을것같다.
릭때문에 열을 받았지만, 그를 통해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배웠고,
또 내 실수로 동료들을 난처하게 만들었고, 연이어 실수까지 해 많이 미안했지만,
실수를 통해 인생을 배우게되니 실수가 나쁘지만은 않은것 같다.
그러나 아들에게 말했듯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고
부주위한 것이니 조심해야겠다.
2013. 9. 27. (금) 경란
추신 : 지난 주말동안 감기로 앓았고, 이번주는 이런 저런 일도 많았는데다
두 녀석들이 숙제하느라 컴퓨터 두대를 전용해 블로그 글이 늦었습니다.
귀한시간 제 블로그 찾아주셨는데 헛걸음시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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