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또 먼저 결혼한 친구들과 선배들의 생활을 보면서
결혼생활이 신혼처럼 장미빛이 아닌줄 익히 알고있었고,
결혼 생활을 원만하게 하려면
남과비교하지 말고, 이해하거나 포기하고
기대가 실망을 낳기에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것을 알고있었고,
남편이 그런대로 성실한 편이라 결혼생활 18년동안 부부간의 갈등이 그리 많진 않았다.
그래도 문제가 생길때 다투었다간 속좁은 남편이 꽁하니 스트레스 받아 병나면 나만 힘들고,
또 평소 건강했던 사람들이 갑짜기 세상을 떠나는 일들을 경험하면서
혹시라도 그것이 남편의 마지막이 되면 평생 후회로 남을것같아 참곤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은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어 남편에게 한바탕 쏘아붙이고 폭탄선언을 하고 말았다.
일요일 저녁 귀한분을 초대했는데
풀타임도 아니면서 직장을 다니고부턴 주중은 집청소를 거의 못하는데
전날 토요일도 바빠서 청소할 시간이 없었기에 손님 오시기 몇시간전까지 집이 엉망이었다.
손님이 오니 남편도 도저히 두고 볼수가 없는지 아이들을 대동해 청소를 해주었기에
(내가 남편을 아이들과 도와줄거라고 믿었기에 집안청소부터 하지 않았는지도?)
예정대로였으면 행복한 밤이 될뻔했다.
그런데 귀한분 초대하고선 메뉴선정을 잘못해
생각했던것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예정했던 음식 다 만들지 못해
식사하면서 많이 죄송했고, 가시고 난뒤에도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그런데다 남편이 몇주전에 교회에 특별 헌금을 해야 겠다고 해, 난 100 달러쯤 하는가 했다.
한데, 그날밤에 수표 발행하면서 보니 1,000 달러나 하이티 전도사님에게 헌금을 했다.
아니 어떻게 나한테 말도 하지 않고 1,000 달러씩이나 했냐고 하면서
주고싶어면 매달 정기적으로 조금씩 주든지, 내친구들중에도 정말 어려운 사람들도 많고,
난 자폐아 재단에 성금을 주고 싶었는데라고 했더니
(어린이 병원에 정기적으로 기부을 하고있는데,
다음에 여유생기면 자폐아 재단에 기부를 하자고 예전부터 남편에게 말을 했었다)
눈치도 없는 남편이 내 화난 목소리를 듣고도 올해 특별헌금을 3,000 달러 할 계획이라며
자폐아 재단엔 내년에 주면된단다.
나한테 상의도 없이 한꺼번에 1,000 달러 특별 헌금한것도 화가나는데,
올해중에 2,000 달러를 더 하겠다니 순간 열이 올랐다.
내가 겨우 취직해 하루 근 6시간 다리 아파가면서 (구내매점이라 서있는시간이 많다),
1년중 방학제외하고 8개월 일해 세금제외하면 5,000 달러정도 버는데,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때 특별헌금 좀 내면 될것을
3,000 달러나 특별헌금을 하겠다니 ...
그동안 우리한텐 에어컨가동중일땐 라면도 가스불대신 전자렌지에 끓이라고 잔소리하고,
(난 한쪽귀로 흘리고 가스불을 켜지만)
한국처럼 전기세가 누진제도 아니고, 가스비도 싼데
여름엔 에어컨 온도 올려 움직이면 땀나게하고,
겨울엔 히트 온도 내려 집안에서도 떨게하고,
식품비 많이 쓴다고 잔소리하면서 도를 넘는 절약을 강요했던것과
내가 2년전부터 주방이 낡아 엎그레이드 해달라고 했는데
주방이 자기랑 상관없으니 이집을 사지 말았어야 했다며 무시하고,
아들 대학도 좋은 대학보단 등록금 싼대학을 보내려고 했던것이 생각나면서
그동안 짠돌이 남편에게 맞춰 살았던것이 화가나 눈물이 나려했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결혼초기의 일이 생각나면서
올해를 계기로 이런일이 계속 이어질것같은 걱정에 확실히 태클을 걸어야 했다.
회사에서 다른지역으로 파견 근무를 가면 회사에서 집과 관리비를 주기에 집살돈을 저축하기위해
결혼하고 몇달뒤부턴 파견근무를 자처해 1년마다 이사를 다녔다.
난 결혼전까지 종교가 없었고, 남편은 결혼전까진 교회엘 열심히 다녔는데,
결혼후 몇년동안 파견을 계속 다녔는데다 주말에도 근무할때가 많았고,
남편이 내성적이라 이교회, 저교회 못가니 교회에 가지 못했다.
그런데 데이빗 낳고 몇일되지 않았을때
우연히 은행고지서를 보았더니 2,500 달러씩 두번이나 지출되어있어
뭐냐고 물었더니 교회 헌금이란다.
교회도 다니지 않았는데 무슨 헌금이고, 또 나한테 말도 하지 않고 이렇게 할수 있냐고 했더니
내가 교회에 관심이 없기에 말하지 않았는데, 자긴 결혼전부터 십일조를 계속 내었기에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고.
(남편이 결혼전까지 직장생활한지 6년이나 되었고, 친구들과 술마시는일도 없는
꽁생원인데 결혼하고보니 그때까지 3,000 달러 달랑 저축되어 있었다)
교회는 다니지 않았어도 십이조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미국은 높은 세금에, 집융자비, 차융자비내고 보험내고 나면 남는돈이 얼마 되지 않기에
십일조까지 내면 생활이 되지 않기에 크리스찬인 우리 시누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두 시누가 남편보고 미쳤단다.
미국교회에선 십이조를내는 신자는 얼마되지 않고,
신자의 1/3 은 헌금자 명부에도 없고, 보통 수입의 3-5% 정도내는 신자들이많다고.
(헌금을 개인수표로내기에 기록해두었다 세금공제받을수 있도록 증명서를 발급해준다).
난 저축해서 집살계획에 쓸것도 안쓰면서 아꼈고, 그때까지 차도 없었는데
시누들 말 듣고 나니 더 화가나서 앓아누웠다.
남편이 그때 5%정도를 교회와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더라면 난 남편을 존경했을거다.
산모가 아파서 머리에서 열이 모락모락 나니 남편이 놀래서 다음부턴
꼭 나한테 말하겠다고 하고, 사과했는데,
파견마치고, 융자받아 집사고 나니 자동으로 십일조 낼 형편이 되지 않았기에
그 이후 교회 헌금때문에 남편과 갈등을 일으킨 적이 없었다.
이젠 내가 가끔씩 남편에게 특별헌금을 해야겠다고 말을하곤 했더니
남편이 내가 그동안 신앙심이 깊어져 교회 헌금하는것은 괜찮을거라 믿었나?
미국교회도 헌금을 많이하면 목사님들이 더 관심을 가져 주시니
나도 헌금을 많이 하고 싶다.
그러나 쓸것 못쓰고 최대한 내핍생활을 하면서까지 헌금하고 싶은 마음은 없고,
신앙심이 부족해서겠지만 주님만 믿기보단 노후를 위해 저축도 해야하기에,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허락할수가 없다.
너무 화가나서 앞으로 2,000 달러 더 특별헌금하면 난 일 그만둘테고,
나도 앞으로 당신한테 말하지 않고 내 하고싶은것 하면서 살겠다고 선언했다.
울 아들들에게 냉전중인 이유를 설명하면서 조심해라고 했더니
앤드류 왈 "아빠 돈이잖아" 란다.
그런 난?
너 그렇게 생각하면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고,
결혼하게되면 네 아내와 항상 의논해야 한다고 했더니
돈 모을때까진 결혼 못할거란다.
데이빗은 자기가 고등학교 졸업하면 이사갈건데
주방 수리할 필요가 있냔다.
집 팔때 주방 고치지 않으면 집을 아무도 사지 않기에 수리를 해야하니
이왕이면 나도 좋은 주방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더니 아무말이 없었다.
가재는 게편이라더니.
내일 남편의 50살 생일이니 화해를 해야 하는데,
내가 극단적인 말로 통보를 했기에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내가 잘못한것도 아닌데 사과할수도 없고 고민이다.
2013. 10. 1. (화)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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