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냉전은 3일만인 남편의 50세 생일날에 종식되었다.
난 첫날만 잠을 못잤는데, 속좁은 남편 3일간 잠을 못잤단다.
남편이 이러니 그동안 이해심 많은 내가 그냥 넘기곤했다.
"O형"이 맞긴 맞는지?
남편은 내 취직과 상관없이 년초에 우리집 재정상태를 점검했을때
생각보다 재정상태가 좋았기에 기분이 좋아 특별헌금을 생각하고 있었단다.
우리집 재정상태가 예상했던것 보다 좋아진것은
남편이 잔업과 휴일특근을 많이해서 수입이 증가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내가 알뜰한데다 짠돌이 남편에 맞춰 사느라 아이들과 내가 원하는것들을 하지 않고, 사지 않아
지출을 줄였던 공로도 있기에 나와 아이들도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남편 왈 "내가 올해들어 당신 돈쓰는것 가지고 말한적 있느냐"고
그건 내가 알뜰하니까 남편이 당연히 말할 필요가 없었던 건데.
년초에 형편이 좋아졌으면 나와 아이들에게도 사실을 말해주고 그동안 절약해주어서 고맙다고 하고,
허리띠 구멍 2개 정도는 늘려도 된다고 말해주었어야지.
돈으로 행복을 살수없지만, 돈없이 행복해지긴 쉽지 않고,
인색하면 친구관계뿐만 아니라, 부모자식간에도, 부부간에도 정이없기에
가족들에게 허리띠 졸라메게 해서 많은 돈을 헌금하는것은 찬성하지 못하겠다고.
내가 흥청망청 쓰는것도아니고, 알아서 알뜰하게 현명하게 지출하고있으니 여유가 있으면
친구와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 좀더 도와주고, 그리고 형편에 따라 단체에 기부를 하는것이
좋을것 같다고 하니,
남편이 내가 특별 헌금하고 싶으니 어디 주고싶은지 생각해보라고 말하지 않았느냔다.
말할땐 정확하게 의사전달을 해야하는데,
남편은 특별헌금을 해야겠다는 말만 했지 얼마를 할지 금액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난 또 평소 남편의 씀씀이를 잣대로 묻지도 않고 100 달러쯤 하겠지 짐작하고는
추수감사절때 특별헌금할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이번 충돌은 우리부부 둘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생긴 사고였고,
평소 부부간에 대화부재가 낳은 사고였다.
아무튼 그날 남편은 내 이야기를 다 들어주었고,
하느님께 죄송하지만 다음을 상각해 특별헌금을 2,000 달러만 하자는 내 의견에 동의해 주었고,
나머지 헌금의 사용처도 내가 결정하게 했다.
그리고 내년 여름 데이빗과 나의 유럽여행 일정과 경비도 내가 원하는대로 하고,
내가 일해서 번 수입은 내가 원하는대로 사용해도 된다며 당신 이제 부자란다.
생각보다 은행잔고도 많다고 하고 (두 아들 대학학비내면 남는것도 없을텐데
아무래도 남편이 아이들 학비를 다 지불해 주지 않을 생각인것 같다),
내 수입은 내 맘대로 사용해도 된다니 나도 부자가 된것 같았고,
남편이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남편이 내말을 들어줄때 주방 리모델도 말할것을...^^
충돌이 있었던 날부턴 저녁 설겆이를 앤드류보고 하라고 하더니
화해한 이후 내 다리 맛사지까지 해주고 있다.
이 분위기가 얼마나 가게 될런지 알수 없지만,
아무튼 비온뒤에 땅이 굳어지듯
평소 서로 무덤덤했었는데,
화해이후 부부사이도 더 좋아지고, 우리부부와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훈을 주었으니
전화위복이 되었다.
그리고 자기가 일을 많이해 가계수입을 많이 올렸지만,
그동안 자기 자신을 위해 별로 쓴것이 없으니 그 돈을 특별헌금하겠다는 남편을
쬐금 존경하게 된것이 무엇보다 감사하다.
결혼전에 난 결혼하면 남편을 존경하며 살고 싶었기에
내남편은 생활이 반듯한 모범적인 사람이길 희망했다.
그런데 남편은 생활습관이 좋지 않았기에 남편에게 내 희망사항을 말했더니
남편을 바꾸는것이 빠를거라며 날 놀렸는데,
비록 내가 희망했던 반듯한 사람은 아니지만
(도덕군자 같은 사람과 살면 피곤하고 재미없다며 내 남편이 훨씬 낫단다),
윤리와 도덕에 반하지 않고, 성경말씀대로 실천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남편을 존경하도록 해야 겠다.
그리고 아무리 비온뒤에 땅이 더 굳어지더라도
다음부턴 대화로 풀고, 충돌하게 되더라도 잠자리 들기전에 해결해서
속좁은 남편 잠못자게 하지 말아야지.
2013. 10. 4. (금)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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