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생각 나누기

한심한 부모와 한심한 아들

앤드류 엄마 2013. 4. 3. 15:56

지난주부터 어제 월요일까지 봄방학이었다.

봄방학때면 이곳사람들은 플로리다를 비롯해 따뜻한 지역으로 가거나 

실내 Water Park 에서 이삼일 지내다 오는 가족들도 있고,

고 3 자녀들을 둔 가정에선 자녀들이 희망하는 대학들 탐방을 가곤하는데, 

(현지 답사때 캠퍼스만 보는것이 아니라 재학생들도 만나고, 전공분야 수업을 참관하기도 하기에

 강의가 없는 여름방학대신, 봄방학 일정이 다른 대학을 찾아보라고 학교에서 추천했다).

우리 큰아이도 고 3이라 우리도 대학 탐방을 갈 예정이었다.

 

난 큰아이가 엔지니어가 되길 원하니 주민에게 수업료 혜택이 있고,  

미국내 공대중 상위권(4위)에 드는 일리노이주립(U of I) 공대에 아들이 갔으면 해서

그학교를 방문하고 싶은데, 남편은 아들의 내신이 나빠 그곳에 합격하지 못할건데

괜히 수수료 70달러만 날릴거라며 핀잔을 하기에 70달러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데,

그것때문에 아들의 장래가 걸린 일을 시도도 하지않고 포기하냐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남편왈 아들이 설사 운이 좋아 합격을 하더라도 공대는 공부를 정말 많이해야하는데,

최고의 공대에다 학생수가 많아서 교수가 학생개개인들에게 신경도 못쓰주는 대학에 갔다간

녀석의 학습습관으로 볼때 낙제할 가능성이 큰데다,(실제 낙제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무사히 졸업하게 된다 하더라도 수업료가 비싸 졸업할때 빚이 14만불(약1억5천)이나 된다며

자긴 그 대학이 그만큼 갚어치가 있다고 생각치 않는단다.  

그러면서 내가 마치 아들을 직시하지 못하고, 막연히 나아지리라는 근거없는 희망과 요행을

바라는 사람처럼 생각하며, 그학교를 제외하고 장학금 혜택을 받을수 있는 확률이 높은

이름도 없는 사립단과대학을 비롯 순위에서 한참 밀리는 학교들로 탐방 일정을 잡았다.

 

그렇지만, 설사 내가 그런생각이 조금있다한들, 그것은 자식의 미래를 위한 부모마음이고,

그 대학 입학기준을 보면 비록 녀석의 내신이 문제가 있기 하지만, 그것외엔  

시험점수도 괜찮고 ((아직 시험을 보진 않았지만 결과가 연습시험때랑 비슷하게 나온다고),

방과후 특별활동과 자원봉사도 1학년부터 꾸준히 열심히 하고있고, 과학 수상경력도 있고,

또 지난 3/4분기엔 녀석이 신경을 써 성적이 잘나왔는데다, 녀석이 조금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대학측이 심사때 장래성을 참작해주고 녀석이 운이 좋으면 합격할수도있고,  

입학후엔 뛰어난 교수진과 학생들에게서 자극을 받을수도 있고, 녀석의 잠재력이 나타날수도

있고, 더 넓은 세계를 볼수도 있는데, 아버지가 되어서 온갖구실붙여 시도도 하지 않으려고 하니, 

남편이 멀리보지 않고, 당장 눈앞의 작은 이익을 쫒는것같아 답답했다.

그래 학교 탐방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바람을 뺐다.   

 

사실 남편이 방학시작한주 화요일에 3주간 휴일도 없이 12시간씩 근무를 하고 출장지에서 

돌아와 피곤했는데다 2주일뒤 (4/7)부터 또다시 2주간 주말포함해 12시간씩 야간근무를 해야하기에  

학교탐방을 가게되면 주야가 바뀌어서 피곤한데다 출장가서 시차적응하느라 고생하기에

학교탐방을 정식 시험결과나오고, 하반기 성적보고나서 여름방학때 하기로 미루고,

2주간 집에서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할때 야간근무 스케쥴로 근무하기로 했다.

(남편은 회사 일이 바쁠때를 제외하고 근무스케쥴을 본인이 조절할수 있어 좋다).

 

이렇듯 남편과 난 아들의 대학진학에 대한 의견차이로 서로에 대한 감정까지 생기려고 하는데,

정작 당사자는 그대학 가면 좋고, 못가면 할수없다듯 무소신이라 힘이 빠졌다.

지녀석이 그동안 숙제만 했더라도 그대학 무난히 갔을테니 우린 학비와 관계없이 허락했을거고,

비싼 학비 반은 되어줄 용의도 있었건만...

 

그런데도 녀석은 정신을 못차리고 4월 13일 대학입시가 있고,

녀석은 저조한 내신을 만회하려면 1점(36점만점) 이라도 더 올려야 하는데,  

봄방학동안 겨우 2시간 책읽고, 게임하며 한량하게 보냈다.

  

봄방학동안 녀석에게 공부해라, 게임그만해라 잔소리하기 싫어서

녀석에게 공부할 시간을 알아서 정하라고 했더니 양심도 없이 1시간 30분 하겠단다.

억지로 공부시켜서 되는것도 아니기에 2시간 공부하는것으로  합의해 주었다.

그런데 녀석이 기껏한다고 한 공부가 영어수업에 필요한 책읽기라 어찌나 기가찬지.

수학문제라도 좀 풀어라고했더니 대입수학시험이 너무 쉬워서 공부할 필요가 없다길래

그래도 항상 몇개는 틀리니 공부해라고 했더니 공부해도 더이상 나아지진 않을거란다.  

 

예전에 자식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설마 나이들면 철들겠지,

이번에 잘되겠지하는 막연한 희망사항에 밑바진 독에 물붓기를 하는

부모들을 보면 참 딱했는데, 남편눈엔 내가 딱 그짝으로 보이는것 같고, 

난 아들에 대한 남편의 평가를 인정은 하지만, 그래도 아들이 좋아지고 있는데다, 

아들의 삶을 바꿀수도 있는 기회를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과 바꾸려는 남편이 답답하고,

숙제만 챙겼더라도 뛰어난 인재들과 함께 공부하며 훨씬 밝은 미래를 꿈꿀수 있을텐데,

기회의 땅 미국에서 본인의 나태함과 안일함으로 자신의 가치와 재능을 사장시키고있는

야망없는 아들이 안타깝다.

그리고 아들이 이렇게 된 것은 내가 아들을 잘못키운것같아 자괴감이 든다. 

 

2013.  4.  3. (화) 경란

 

추신 :  예전같았으면 한량한 아들 보고 있노라면 내속이 들끓었을텐데,

          낙천전인 미국사람들 한테 배운데다 혼자 수양(^^) 많이 했는지,

          어리석은 녀석이 안타깝지만, 부모로서 내가 아들에게 해줄수 있는것을

          다 해주었으니 나머진 아들의 몫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고,

          아들이 제발 정신차려 목표를 가질수 있도록 꿈을 가질수 있도록

          도와주십사 기도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