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생각 나누기

무슨 낙으로 사느냐고요?

앤드류 엄마 2014. 2. 10. 12:55

 

난 냄새치라 그런지 미각도 무디어서

달고, 시고, 짜고, 맵고, 떨고, 쓴 기본적인 맛만 대충안다.

그래 음식이 달거나, 시거나, 너무짜거나, 너무 맵지만 않음

비린내가 나거나, 탄내가 나거나, 누린내가 나도 모르고 간만 맞으면 잘 먹고,  

대신 음식의 깊은맛을 잘모르기에 특별히 맛있다는 음식도 

내가 그 맛을 느끼기 보단 남들이 맛있다니 그런줄로 알고 먹는다.

 

어느날 지인과 통화중에 음식이야기가 나와 

난 냄새치라 그런지 맛을 잘 모른다고 했더니   

지인이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데, 맛있는것도 모르면 

무슨 낙으로 사느냐고 물었다.

지인이 갑짜기 그렇게 물어니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그때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데,

그후 시간있을때마다 지인의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하곤했다.

 

한국은 음식이 맛있는것이 많아서 그런지 미식가들도 많고,

행복의 30%는 먹는 즐거움에서 온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인지 맛기행도 유행이고, 또 한편으론 음식에 대한 집착도 많은것 같다.

 

그런데 미국은 맛있는 음식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대도시를 제외하곤 외식을 해도 레스토랑 종류가 그리 많지않다)

 미식가들이 그리 많지도 않고,  

 음식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도 그리 높지 않고, 

또 물질이 넘치는 이시대에 아직도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식탁에 빵이 있는 것에

감사해야한다고 가르치고있기에 식단도 검소한 편이다.

 

 

그런데다 또 미국은 생활이 단조로운 편이라 한국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면

재미없는 사회인데, 우리집은 나도그렇고 다들 무덤덤한 사람들이라 

사람들로부터 가끔씩 재미없게 산다는 말을 듣곤한다.   

생활의 재미나 즐거움은 사람마다 다를수도 있는데...

 

 

 맛있는 음식먹어도 맛있는줄도 모르고,  

 사람들과 어울려 놀 기회도 별로없고, 가족들고 재미가 없으니

남들 눈엔 재미없어 보일수도 있겠지만

별 걱정거리 없고, 가족모두 건강하니 하루하루 평온해서 좋고,  

블로그에 글쓰고, 또 블친들을 비롯해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즐거움도 커고,

 책이든 블친들 글이든 읽는것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친철이나 도움 주어 잠깐이나마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때 나도 기쁘고,

 조금이라도 이 세상과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내가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있는것또한 흐뭇하고,

재미없는 남편과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가끔씩 기쁨을 주기에  

나름대론 내 삶에 만족한다.   

 

 

자식들보기엔 평생 일만 하신 부모님들도 수확의 기쁨이나 

자식들의 삶에서 보람을 느끼시고,

득도를 위해 수도만 하시는 스님들에게도 중생들이 모르는 기쁨이 있으실것이고,

찌질해 보이는 사람들도 남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것에서 얻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을테고,

삶의 재미보단 타인을 위한 삶을 사시는 분들도 계시니

 

 

내 삶이 남들눈에 재미없어 보이더라도

지금까지의 삶에 스스로 조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내 아이들과 남편에게도 좋은 점수를 받을수 있도록 살아야겠고

내 바램대로 보람있는 삶에서 내 존재의 의미를 찾고,

이땅에서의 소풍이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이 되도록 해야겠다. 

 

재미없는 삶도 삶이고, 찌질한 삶도 삶이지만

그래도 좋은일 하고 살면 보람도 있고 덜 찌질할것 같다.

 

 

 

2014.  2.  9. (일)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