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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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족들

시어머니의 뒤늦은 후회

앤드류 엄마 2013. 1. 12. 03:10

 

 

겨울 가족여행에서 돌아와 시어머니에게 안부전화를 드렸더니

시어머니께서 침울한 목소리로 몇일전에 남자친구가 돌아가셨다고 말씀하셨다.

 

시어머니께서 지난해 여름, 고등학교때 첫 데이트 상대였던 Mr. Stewart 씨를 만난이후 

전화드릴때마다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그분과 함께했던 즐거웠던 시간에 대해 말씀하시곤 했다.

난 그런 시어머님이 주책스럽기보단 그 옛날 청순한 10대들의 수줍은 연애를 지켜보는것처럼

흐뭇했고, 뒤늦게 찾아온 시어머니의 사랑이 남은 생애까지 영원하길 기원드렸다.

 

그런데 11월중순쯤 전화드렸을때 그분 말씀이 없길래, 남자친구와는 잘 지내시는지 여쭈었더니

Mr. Stewart 씨가 너무 급하게 다가와 (?) 시어머니께서 좀 천천히 속도조절을 했어면 좋겠다고

(작은시누는 자기가 보기엔 그분보다 자기 엄마가 더 좋아하는것 같다며, 주책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말씀드리면서 11월중순때 딸집으로해서 일주일간 장거리 나들이를 해야해

다녀와서 전화주겠다고 했다며, 그분이 이말에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걱정을 하셨다.

 

그리고 그 이후에 시어머니와 통화할때 다시 그분과의 근황을 여쭤었더니

시누네 갔다와서 전화했더니 부재중이라 자동응답기에 메세지 남겨두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 혼자사시는 분이시고, 건강도 썩 좋은분이 아니시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는지 알수없으니

확인해 보시라고 말씀드렸는데, 구식인 시어머니는 

자존심때문인지 연락없슴 그만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곤 그 다음부턴 남자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란다.

그런데 사실은 그분이 그동안 병원에 계셔서 연락을 못하신것이었다.

그분이 돌아가시기 몇일전에서야 그소식을 들은 시어머니는 하필 심한 감기를 앓고있어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작별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그분을 영원히 떠나보내신것이다.

그리곤 그동안 오해를 해, 20분거리에 사는데 그분의 근황을 알아보지 않았던 것을 뒤늦게 후회를 하셨다.

그래도 그분께서 병원에서 자녀들에게 시어머니와의 만남에 대해 말씀하셨고,

덕분에 행복했다고 해, 시어머니께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는듯하셨다.

 

그분을 만나뵙고 싶었는데... 

시어머니 사시는곳은 북쪽 끝이나 겨울도 길고 햇볕도 잘 볼수 없는 우울한곳인데,

그분 잃은 슬픔이 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분처럼 연세가 많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평소 건강한 사람들도 사고로 과실로 작별인사도 못하고 갑짜기 작별하게 되니

평소 만나고 싶은 사람들 만나고, 하고 싶은 말 가슴에 품지 말고, 말로 전하고,

또 무소식은 절대 희소식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니

가족이고 친구라면 가끔씩 안부전하며 살아야겠다. 

 

 

2013.  1.  11. (금)  경란

  • 슬픈이야기네요
    할아버지한테 먼져 연락을 하셧서야 하는데
    시모님께서 여자의 자존심을 너무 앞세우셨네요..
    친구지간이라시면서...내세에서 좋은인연으로 마나시길 ..
    시어머니 추운겨울 아픔이 너무 커 병 얻으실라 걱정 입니다.

  • 통영2013.01.11 19:06 신고

    어르신들 말씀이 마음은 19살에서 더 이상 자라질 않는다고 하더니
    50이 되면서 그 말에 전적으로 수긍되네

    시어른의 그 연세에도 자존심때문에 남자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에 얼굴한번 마주 볼수없었다는것이
    가슴이 짠해지네 그려

    나이가 들었어도
    어둔밤 수영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마주치는 통영의 아름다운 야경을 볼때마다
    야경에 비친 호수같은 항구를 볼때마다
    겨울밤에 부는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칠때마다
    잔잔한 파도가 항구에 데이며 내는 작은소리에도
    우린 함께 합쳐 흐를수 없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먹이며 이별을 통보하던 취기어린 19세 그때 그시절이
    어제 있었던 일처럼 그리움으로 다가 오면서 그때
    그 순수했던 소년은 지금은 이 하늘 아래 나처럼 중년이 되어 건강하고 잘살고 있음 좋겠다 싶다 어떨땐 ...

    어머님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이해되기도 하더니 그분과 작별인사도 없이 헤어져야 했을 그 마음이 얼마나
    상심이 클까 싶네

    너랑 통화할때
    태영이 학교 사단장이 신랑이랑 들어와서 어쩔줄 몰랐다.
    이 나이가 되어도 왜리리 낯선 타인 남성들과의 만남은 불편하기만 한건지
    특히 아이들 사부이거나 남편들 친구이거나 하면
    도무지 얼굴을 마주보며 편하게 대하지 못하는 이 못남은 어디서 부터인지
    어제 새벽 2시경 술이 한껏 취해
    집에 같이 온 신랑을 피해서 아침일찍 가게로 와버렸더니 복국 해장국을 같이 먹고
    가게로 왔다.
    갑자기 찾아온 손님한테 아침상도 못차려준 내가 참 싫다
    편하게 대하지 못하는 내 심상도....

    • 앤드류 엄마2013.01.12 21:42

      첫사랑이었나?
      헤피엔딩은 아니지만,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이 있는 네가 부럽네.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아직도 남편친구나 낯선 남자들과의 만남이 불편하다니
      나도 좀 너같았으면 좋겠다.
      난 어떤사람을 만나도 긴장하거나 불편하지 않으니, 아마 너무 퍼저서 그런것같다.
      지난 여행길에 남편이 고등학교때까지 가장 친했던 친구를 만났는데
      어릴때 내성적인 그 성격이 그대로라 그런지 어찌나 낯가림이 심한지
      남편에게 농담으로 다음에 그 친구와 전화하면 나를 싫어하는지 물어보라고했다.

      오늘 저녁에 손님을 두팀 저녁식사에 초대했는데 (어제 오후에 날짜가 갑짜기 결정되었고,
      내가 초대한 손님임), 한국슈퍼 다녀왔더니 3시가 다 되었더군.
      크리스마스 추리와 집청소도 덜 되어있었기에 그렉에게 청소 부탁하고 쇼핑갔는데,
      갔다왔더니 청소 대충해놓고 삼부자가 나란이 앉아서 티브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그래 청소마무리하고 식사준비했더니 손님이 도착했는데, 세워놓고 음식만들었다.
      결국 시간이 없어 생선전은 포기했고.
      미국손님들은 부담이 없으니 편해서 좋다.
      덕분에 난 집 청소가 깨끗이 되어서 기분좋네.
      집이 폭탄맞아 혼자 청소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아 못하고 있었거든.
      그런데도 잔소리하지 않고 도와주어서 고맙네.
      손님이 돌아간뒤, 설겆이 그대로 두고 우리집 인터넷 차단되기 전에
      오늘 처음으로 컴퓨터앞에 앉았다.
      오늘 아침부터 설겆이를 한번도 하지 않아 주방에 빈틈이 없고,
      식탁에도 그릇들이 그대로 있다.
      설겆이 다하고 나면 자정은 될듯.

  • 청이2013.01.11 22:41 신고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났는지...
    너무 안타깝네요.
    나같애도 자동응답기에 연락이 없으면
    자존심 때문에 연락 못했을것 같아요.

    고등학교때 첫 데이트를 70년만에 다시만나
    사랑에 빠지는... 너무 아름답고 영화같은 이야기 였는데...
    시어머님께서 너무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 여름하늘2013.01.12 05:36 신고

    어머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네요
    춥고 긴겨울에 이런일을 접한 시어머님께서
    긴겨울과 함께 우울해 지시지나 않으실까 걱정도 되는군요.
    시어머님 걱정하시는 앤드류맘님의 글이 참 참 따뜻하네요.

    옛친구2013.01.12 16:39 신고
  • 남 일 같지가 않네요...우리는 자존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갈등을 빚어내며 살아가는지...돌이켜보면 아무 것도 아닌일 때문에 부부간에 냉전을 갖기도하고....요 근래 한 달 사이에 세분이나 문상을 다녀오면서 반성도하고
    다짐도 하면서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야 겠다고 오늘도 하루를 열심히 마무리 중.........

  • 가을하늘2013.01.13 04:15 신고

    어머님의 늦게 찾은 남자친구의 이야기가 그래도 노후를 설레게 했는데
    돌아가셨다니 어머님께서 추운겨울에 많이도 우울해지실까봐 걱정이네..
    나이가 많아도 여자가 먼저 연락하기는 싫은가보네...
    나도 어제 올케 아버지께서 문상가셨다가 오시면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상주까지 갔다왔네...
    올케가 넷째딸인데 너무 많이 울어 맘이 많이 아팠다.....

  • mstiger2013.01.13 10:08 신고

    인간관계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예견을 할 수 없는 일이군요.
    갑작스런 죽음이 우리들의 관계를 멈추게 만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앤드류할머님 처럼 대수롭지않은 고집으로 마지막 인사말 조차 못하고
    영영 헤어지게 된 것이 못내 앤드류의 할어머니의 마음에 슬픔으로 남을 것 같네요.

    시어머니의 이야기에 제게도 느끼는 바가 있건만 저역시 먼저 인사를 한다거나
    화해의 의지를 내보이기가 싫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으니
    소인배란 저를 두고 한 말임에 틀림없네요.

  • 연분홍2013.01.13 18:40 신고

    기계음.........자동응답....
    문맹의 발달이지만 사람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것 같아요.
    편리해서 좋은점은 있지만 그 편리 결코 사람에게 이롭지 않다는것...
    물론 다 그런건 아니지만.......

    전 사람에 대한 자존심은 안 내세운다고 생각하는편인데.
    제가 좋으면 좋다고 표현하고......싫으면........그냥 그냥.

    상대가 먼저 연락하기전에 연락안한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제 친구중에 한사람도 자기는 전화 잘 안한다고.......그걸 무슨 자랑인것처럼.ㅎ
    전 아니에요 보고싶거나 목소리 듣고 싶으면...자존심이 뭐고 그런거 안 내세우지요.
    상대가 어찌 생각하든......

    그래서 부부싸움을 해도 먼저 제가 연락하지요.
    이렇게 자존심때문에 늦은 후회와 아쉬움을 갖지 않기 위해서......
    사람이 어찌 될지 알고......괜히 후회만 막심할것 같아서......
    하지만 미우면 안하지만.

    시어머니 맘이 맘이 아니겠네요.......어떤위로 말도 소용없는것이고
    그냥 그분의 말이나 들어주는것......그리고 시간에게 맡기는것..

  • awl2013.01.13 18:58 신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고 사는 나같이 무덤덤한 사람에게 적절한 어드바이스군요
    어머님이 우울하실까봐 좀 걱정입니다
    자주 전화해드리셔요

  • 미가2013.01.13 20:11 신고

    인생이 참 짧네요
    저의 아버지도 이제 살만 하니까 죽는다고 하셨습니다
    진정한 본향은 따로 있기에 준비해야죠

    민지엄마2013.01.13 23:32 신고
  • 많은 사람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에 자존심에 목숨을 걸어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어가요

    특히 요즘은 카카오톡 때문에 문자로 모든걸 해결해서인지 전화를 하려고 하면 어색할때가 있어요

    아이들만 그런가 했는데 벌써 어른들에게도 전염이 되어서 외로워하는 사람이 넘 많아요
    만나서 대화 나누고 생각을 나누는 문화를
    그리워 하면서도 먼저 손 내밀지 못하는 우리들이예요

    서로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나누면 될것을 숨기고 억누르면서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혼자 외로움을 이겨내다가 속에 담긴 허전함을 토하는 지인을 보면서 평소에 감정 표현을 잘 해야하는데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조금 손해보고 산다 생각하면 될것을~~
    시어머님 친구분 소식은 너무 안됐습니다

    평소 지인들께 안부를 자주 전해야 겠어요

  • 교포아줌마2013.01.14 06:35 신고

    시어머님 남은 평생 회한이 되시겠어요. 어쩌나....

    한편으론
    시어머님의 자신에게 성식한 답변이었을것 같은데 돌아가시고 나니 후회와 자책이 함께 오시는듯도 싶을 것 같아요.

    노인들은 친구 하나 세상뜨실때 마다 생명력이 사위어간다고 하는데요.

    새해 벽두에 좋은 글 읽었어요.

  • 은령2017.08.03 12:38 신고

    에고 어쩜 이렇게 안타깝고 가슴아픈 일도 다 있네요.
    시어머님 지금은 또 다른 남자친구가 있으신지요?
    어디서 있다고 읽은듯 합니다.
    꼭 남자친구는 아니더라도
    companionship을 기르는것도 참 소중한것 같아요
    특히 그 연세에는 더 가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