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신청을 해주고 함께 연습을 했던 이웃친구 이바와 함께
Red Eye 8K, Joliet Park District (2012. 11.11. 일요일 07:15)
난 댄스클럽 친구들이 출전했나 했더니 친구들끼리 재미로 입었단다.
가끔씩 미국인들의 저런 장난기와 마음의 여유가 부럽다.
아무리 작은 대회라도 애국가 제창은 빠지지 않고,
아무리 큰 대회라도 한국처럼 식전행사로 높은사람들이 하는 인사말씀같은 것은 하지 않고
대회 진행자가 대신해서 간단히 인사하고 바로 경기를 시작한다.
그날 참석자가 700명이 넘었다.
골인 지점을 향해 달려 오고있는 나 (사진에서 5번째), 8키로를 51분 43초에 마쳤다.
처음이라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승부근성이 발동해
남들이 날 추월하면 내 페이스를 잃고 속도를 내었다간 나중에 힘들어질수 있기에
추월하더라도 절대 평정심을 잃지 말자고 속으로 다짐을 했다.
이바와 함께 앞쪽에서 출발을 했는데, 500 미터도 못가서 이바와의 거리가 점점 더 벌어졌고,
뒤에서 출발했던 사람들이 한사람, 두사람씩 계속해서 날 앞서가기 시작했다.
한쪽무릎에 압박붕대를 감고 약간 절뚝이면서 뛰었던 60대쯤 보이는 할아버지가 날 추월했고,
키가 아주작은 초등학생 여자 아이도 날 추월했고, 육십쯤보이는 할머니가 나를 추월했다.
꼬마아이와 할머니가 내 앞에서 몇바자국을 계속 앞서가
거리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그 아이와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할머니 번호판을 부르며 응원해 주었다.
나를 앞서가는 두사람의 응원을 들어면서 난 평정심을 잃지않았고,
꼬마아이가 신통했고, 할머니의 체력이 존경스러워 흐뭇한 마음으로 달리기를 즐겼기에
난 이런 내가 자랑스러웠다.
이번 경기를 통해 체력은 나이와 신체조건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만들어 진 결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4살 많은 이바는 몇년전부터 1년에 몇번씩 달리기 대회에 출전하고, 여름에도 꾸준히 뛰어서
한참전에 마치고 (45분으로 나이별 기록에서 5등) 날 응원해주었다.
그날 바람이 엄청 불어 (풍속 20 - 30 마일 / 32 - 48키로) 더 힘들었는데
마치고 평소보다 더 힘들지 않아 결승라인에서 여유를 부렸다. 너무 천천히 뛰었나?
교회친구인 크리스와 함께
50대중반으로 지난 여름 시카고의 삼종경기 (수영 1500 미터, 자전거 40 km, 달리기 10 km) 도 참가했다.
훈련만 하면 할수있다면서 다음에 같이 출전하자고 꼬시고 있는데, 코스가 멋있긴 하지만 자신이없다.
6주전 자전거 사고로 팔을 다쳐 연습을 못했기에 출전할수 있을까 했는데 완주를 했다.
우리 교회 중고등부 담당목사이신 제이슨과 함께 (앤드류와 데이빗 담당목사님)
운동을 좋아해 시카고 삼종경기에도 출전했는데 내년엔 철인삼종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라고.
8키로를 35분에 주파했다.
결승라인의 풍경들
참가자들을 위해 준비한 간식들
20대까진 보통사람들보다 빨랐지만 장거리는 자신이 없었다.
(장거리를 단거리 달리기 하듯 했으니 못했을밖에)
초등학교 6학년땐가 중학교때 체력장에서 1000 미터 뛰는것이 정말 지옥같았다.
한국에서 운동삼아 이웃들과 뒷산에 다녔는데, 미국은 산도 없고해서
운동삼아 자전거와 걷기를 하다 조깅하는 사람들이 보니 나도 뛰고 싶어졌다.
처음엔 1마일만 뛰어도 헥헥거렸는데 갈수록 조금씩 더 달렸더니 5키로까지 뛰게 되었다.
여긴 조깅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5K, 10K 등 달리기 행사를 많이 하는데
(공공단체에서 하더라도 공짜는 없고 참가비가 보통 $30쯤한다)
한번도 출전해 본적이 없기에 더 늦기 전에 출전해서
해마다 한번씩 출전하는걸로 목표를 정했다.
행사는 보통 봄부터 시작해서 가을까지 하는데
봄엔 긴긴 겨울동안 달리기를 못했기에 준비가 되지 않았고,
더위엔 쥐약이라 여름엔 또 못하고,
어영저영하다보니 행사가 몇개 남지 않았다.
(평소 조깅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인근 지역이라 날짜를 정할때 서로 간격을 둔다)
데이빗 밴드부에서 개최한 5K 딱이었는데,
그땐 자원봉사자로 일을 해야 했다.
함께 운동을 하던 이바로가 8 K 에 출전한다며 함께 출전하자고 제의를 했을때
자신이 없었는데 그녀의 격려에 힘입어 둘이서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엔 무릎이 뻐근하고 후유증이 몇일갔는데, 스트레칭해 주었더니 점점 괜찮아졌다.
내 생일선물로 참가신청을 해주고, 발바닥이 아팠다고 했더니 특수양말까지 구입해주고
연습도 같이 해준 친구덕분에 계획에도 없던 8키로 달리기에 참여해
인생에 좋은 추억하나 남겼고
내 소중한 추억에 친구가 함께 해 주어서 더 행복했던 하루였다.
2012. 11. 12. (월) 경란
추신: 전날 토요일 자정이 넘어서 잤는데다 이른아침에 8키로 뛰고 났더니,
피곤했는지, 교회 부부교실 수업시간에 계속 졸았다.
오후에 한국슈퍼를 가야하니 교회다녀와 바로 낮잠을 잠깐 잤어야 했는데,
잘 시간을 놓쳐, 한국슈퍼갈때 45분간 운전하면서 어찌나 졸음이 오는지 머리끝이 다 섰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마자, 차안에서 눈을 붙였는데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부는지
무거운 내가 타고 있는데도 차가 다 흔들렸다.
그런데도 잠이 들었고 10분뒤에 깨었더니, 눈도 머리도 깨운해 쇼핑마치고 무사히 집에 도착할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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