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나와 가족들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시간들

앤드류 엄마 2011. 10. 23. 13:49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둘이서 (사진촬영시 엄마와 함께 또는 단체였다)

입술상처에 암세포가 전이되었는지 출혈이 멎지않아 상처가 컸는데,

내가 도착한날 딱지가 떨어졌다고.

 

건강하실땐 고된 농사일에다 햇볕에 그을려 아버지 연세보다 더 늙어보여 속상했는데,

병원치료 받고나서 햇볕을 덜 받아 피부도 희고, 입원하셔선 주일마다 이발하시니 인물이 더 훤해지셨다.

 

 

 

 

 

 

병실옆에 있는 야외 하늘공원에서 자원봉사자들과 병문안온 후배들과함께

한평생 논.밭에서 사셨기에 병실안보다 이곳을 좋아하셨다.

(겨울이었슴 아버지께서 참 많이 힘드셨을뻔 했다) 

 

아버진 말씀이 없으신데, 감정 표현도 잘하지 않으시기에 기쁨도 슬픔도 당신 속으로 하시는 분인데,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때 아버지가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그렇게 환한 아버지 모습은 내 생전 처음이었다.

아버지가 병원에서 내 이야기(자랑)를 얼마나 했는지, 내가 도착했을때 모두들 미국에서 온 큰딸이냐며 

날 반겨주어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것도 아니고,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것도 아니고 전업주부인데,

그때 내가 금의환향해 아버지에게 더 큰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것이 죄송스러웠다.

 

그런데다 아무생각없이 병원에 있을땐 편한옷 입어야할것 같은데다 아침에 급히 KTX 타고 내려가느라

청바지에 티를 달랑입었고, 또 전날 머리를 커트했는 너무짧았고, 화장도 하지 않고갔더니

아버지 보시기에 좋지 않던지 내일은 다른옷으로 입고 오라고 하셨다. (이 이야기를 직장선배언니에게

했더니 살다보니 옷차림도 때론 내가 편하고 좋은옷보단 상대방을 위해 입어야 할때가 있더라고,

마흔 여덟살이나 되면서 여태 이런 이치도 몰랐으니 난 참 철이없었던것 같다).

 

그 다음날 한국은 갑짜기 무더위가 다시 찾아왔기에 여름 원피스를 입고 가선 아버지께

이 옷은 마음에 드시냐고 물었더니 9월인데 왜 여름옷을 입었냐고 하신다. 그래 오늘 덥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옷도 아버지 맘에 차지 않으신것 같다.

정장을 준비해 갔는데 첫날만큼은 정장을 입고 갔어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괜찮은 옷 몇벌준비할것을...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니 그때 일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아버진 자랄때 호랑이 할아버지한테 하도 야단을 맞아 말주변이 없어셨기에 평소 말씀이 없어셨다.

그런데다 우리집은 논.밭이 많아(논농사는 기계화되어 일이 많지않지만 밭은 사람 손으로해야한다) 

겨울 몇달을 제외하곤 항상 일이 많았는데, 한창 바쁠땐 아버지와 엄마는 새벽부터 밤늦도록

하루 15시간씩 그 힘든일을 하실때도 있었고,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하셔서 얼른 식사하시고,

티브 뉴스보면서 잠드시곤하셨다.

 

이렇게 평소 아버지와 대화가 없으니 집에 전화했을때 아버지가 받으시면 안부잠깐 묻고는 엄마는요?

하곤했다.

그런데 이땅에서 나와 함께하는 마지막이라 그런지 아버지는 평소와 달리 말씀도 잘 하셨다.

좀체 자식들에게 고맙다거나 미안하다고 하시지 않았던 아버지께서 나한테 대학시켜 주지 못해

미안하고, 미국에서 학교다닐때 학비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동생들에게 누나 은공을 잊지말라고 당부하시니 그동안 아버지한테 서운했던 것들이

봄눈 녹듯 다 풀렸다.

 

통증이 심해지고나선 혀도 굳어 말씀도 잘못하시고, 말소리가 소음으로 들릴때부턴 침묵하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그래도 아버진 내가 당신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으신것 같았다.

도착후 2주동안은 친구네집으로 자러 갔는데, 어두어지면 너 가야지 하시면,

조금 더 있다 가도 된다고 하면 좋아하셨다.

그리고 3주째부턴 밤에 혹시 가족들없이 혼자 가시게될까봐 불안해하실때도, 내가 미국가기전까지

밤에도 있겠다고 했더니 안심이 되시는지 좋아하셨는데, 그때부터 밤에도 통증이 심해졌고,  

새벽 4,5시경에 간병인과 교대를 했는데, 당신 수발드느라 잠을 못자면 내 걱정에 빨리  

간병인과 교대하라며 날 나무래셨다. 

또한 당신은 너무 힘들게 번돈이라 돈쓰는것이 아까와 치료받으로 다니시면서도 버스타고 다니고선

나보고 밤이니 택시타고 가라시고, 병문안 오신분들이 봉투를 주면 내 경비로 쓰라고 하셨다.

 

난 여지껏 내가 우리가족중 돌연변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와 함께하면서 내가 아버지를 안.밖으로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병문안 온 친구들도 내가 아버지를 닮아 보인다고했다.

예전에 내친구가 농산물 구입차 아버지와 처음으로 통화하고선 아버지 목소리가 참 힘이있고,

기백이 있어 보인다며 너가 아버지를 닮은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친구가 몇분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에 알았는데 난 마흔여덟이 될때까지 몰랐으니...

 

아버진 고통이나 통증을 참는데는 달인이라 그 힘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도 크게 힘들지 않다며

거뜬하게 받으셨고, 여동생네서 몇일 쉬고 혼자서 버스타고 창녕과 서울을 다니셨는데,

가시기전 마지막 2주는 얼마나 통증이 심했던지 너무 아파하셨고, 하루에도 몇번씩 하느님 제발 좀

데려가 달라고 기도를 하셨다. 내가 돌아온뒤 마지막 한주는 고통이 더 심해 마약도 듣지 않는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가 다리가 너무 아프다며 맞사지를 해달라고 했는데, 맛사지를 해도 통증이 

멎지를 않았고, 마약투여를 해도 통증이 심하니 옆에 있는것이 너무 힘들었다.  

어떤날 저녁, 아침, 점심 세끼를 건너뛰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고, 잠을 못자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이럴땐 안락사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고, 음식도 먹지못하고, 죄를 지은 죄인도 아닌데

그 어떤 형별보다 더 심한 고통을 겪어면서 마지막까지 가는 암이 무서워졌다.

누구든지 언젠가는 이세상과 작별을 해야하기에 칠팔십넘어 심장마비로 돌아가시는것은

축복이구나 하는 생각이들었다.

 

아버지가 대세를 받아 아침, 저녁으로 또 통증이 올때마다 함께 기도하고, 아버지가 천국을 믿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함께 하는 시간동안 통증이 없을때 아버지도 나도 마음이 한결 편했다.

나 떠난후 의사선생님께서 회진오셨을때 "이제 큰따님이 보고싶어서 어쩌냐"고 했더니

"아버지께서 하늘나라에서 내려다 보면 된다"고 하셨단다.

임종이 가까와졌을때 혹시라도 날 기다리실까봐 여동생에게 내가 장례식엔 참석하니까

나 기다리지 말고 그냥 가시라고 말씀드리라고 했다.  여동생이 아버지에게 귀속말로 

그렇게 말씀드렸다고.  1분이 고통이신데 다시 나보려고 하루를 더 사시는것은 정말 아니기에. 

아버진 남은 우리를 위해 할머니 제사 다음날 하늘 나라로 가셨다. (제사가 같은날되었다).

아버진 엄마를 일찍 여의였는데, 제사날 모자가 사이좋게 손잡고 오시게되어 좋다.  

비록 아버지를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드리진 못했지만, 3주정도 아버지와 함께 나눈 시간들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기에 장례식에서 편하게 아버지를 보내드릴수 있었다. 

 

한평생 그렇게 고생하셨는데, 마지막까지 그렇게 심한 고통을 겪어시면서 가시니 하느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를 당신 자녀로 품어시려고 그러셨나 하는 생각이든다.

 

아버지, 아버지를 아시는 분들이 아버진 살아있는 양심이라며 많이들 그리워하셨습니다.

이제 아버지는 육체의 고통에서 벗어나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

그리고 아버지 생각날때면 하늘 쳐다 볼테니 아버지도 내려다 봐주세요.  

 

2011.  10.  22. (토) 경란  

 

추신 : 창원 파티마 병원내 은혜병동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시설과 환경이 깨끗하고,

다들 참 친절하시고, 사랑이 많으신 분들인것 같다.

매일 교대로 환자들을 찾아와 목욕과 이발봉사, 발마사지등도 해주시고, 말동무도 해주시는

자원봉사자님들을 비롯,  

매일 아침 저녁으로 병실로 환자들을 방문해 기도도 해주시는 이송자 그라시아 수녀님과

불안한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상담도 해주시고 많은 위안을 주는 박기애 복지사님,

그리고 항상 수줍은듯한 미소로 딸처럼 친근하고 정답게 환자들을 돌봐주는 간호사님들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 달진맘2011.10.23 08:22 신고

    살아 생전에 부녀지간의 다정한 사진 눈시울이 뜨겁습니다.
    말씀이 없스셔도 미국에서 오는 자식을 기다리셨슬 아버지 마음이 선연히 보입니다.
    평생 농부로 사시던 분들은 고집은 있지만 착 하시지요..
    고통을 참고 참으셨슬 그아품,,,지금은 평안하게 영면 하셨슬 겁니다.
    경란님 건강이 걱정됩니다.
    몸조심 하셔요

  • sillyjo2011.10.23 08:48 신고

    마음이 아프네... 예전에 쌀 주문했을때 아버님과 통화 한적이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네 목소리랑 기질이 아버지 달으신것도 같다.. 좋은데서 내려다보고 계시겠지...
    친정아버지 쓰러지시고 식물인간으로 몇달 누워 계실때도 멀리 산다고, 임신중이라고 그냥 얼굴만 삐죽 들이밀었다가 내려가곤 했던게 마음에 걸리네... 그러면서도 옆에 계신 친정어머님께도 제대로 맘을 전하지 못하고 ....

  • 그린야호2011.10.24 02:25 신고

    한국에 오시어 큰일이 있으셧군요
    요즘 주변에서 죽음소식을 접하면서
    죽음에 대한 책도 넘겨보는데

    이승에서의 이별은
    다른세상에서의 시작이라고합니다
    아버님께서는 님께서 이승에서의 삶이 평온하길 원하실겁니다
    늘~~~~~~~~긍정적인 에너지만 당기시어 평온한 삶을 만들어가세요

    짦은 만남이엇지만
    강렬한 시간이었던 은아목장에서의 만남이
    왠지 ~~~계속이어질것만 같네요
    블로그에서 종종뵈요

    다른분들이 찍은 제모습이 슬슬 궁금해지네요~~~^^

  • mstiger2011.10.24 06:53 신고

    어제 담소실에 잠시 들렸다가 이글을 읽게 됐읍니다.
    아버님과 많이 닮으신 모습에 부녀지간이란 이런 것인구나 싶었지요.
    그리고 성품도 많이 비슷하다는 말에 더더욱 그렇게 느꼈읍니다.

    그런데 많이 아파하셨다는 말에 안타까움이 더했읍니다.
    힘겨운 일생을 사셨는데 마지막엔 아픔까지 겪으셔야 하셨으니...

    아버님께서 누구보다도 맏딸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계셨음을 표현하신
    동생들한테 누나한테 고맙게 생각하라는 그 한말씀에
    몇십년간 앙금처럼 품고 있던 그 원망이 다 사라졌다는
    님이 많이 부러웠답니다.

  • awl2011.10.25 05:38 신고

    글을 읽으며 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병 가서 뵙던 침착하시던 모습이 생각이 나는군요
    요즘 그래서 친정아버지와 전화 자주 합니다
    어쨋든 홀로 계신 어머님은 건강하게 오래 오래 앤드류맘님
    곁에 계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날 동생분이 사주신 자주 고구마 매번 먹을 때마다 고맙다는
    생각을 하는데 따로 인사좀 전해주십시오

  • anityam2011.10.27 10:10 신고

    부녀지간이 참 많이 닮으셨네요.
    아버님이 많이 고통스러우셨을텐데도 표정이 편안해 보이시는군요.

    저도 어머니가 치매로 고생하실때 함께 보낸 5주간이 어머니 돌아가신후
    제게 많이 위로가 되었던 기억이 있어요.
    딸을 몰라보고 누구세요? 하면서도 환하게 펴지던 얼굴 표정으로
    막내딸을 그리워했던 어머니 심정을 읽을수 있었지요.
    앤드류 엄마의 경험이 다시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아버님 보내시라 수고 많이 하셨어요

  • Mantor2012.01.06 23:53 신고

    앤드류 데이빗 어머니~~~ 뒤늦게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보내 주신 정성 가득한 카드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국에 오셨다고 했을때 아버지에 대한 말씀을 저에게 해 주셨을 때 참 걱정도 되었고
    부족하지만 기도와 미사로 아버지의 영혼을 위해 기도 했어요.
    새삼 글로 대면 하니깐 맘이 좀 그렇네요 화살기도로 응답합니다.

    늘 부지런히 삶을 일궈 가시는 모습에 하늘에서 바라 보시는 아버지 또한 든든함으로 천국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사날이 같다는 것이 드라마 같네요 ^^

    항상 건강하시고 임진년에도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그리고 앤드류와 데이빗에게도 새해 복 많이 짓고 복 많이 받으라고 전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화이팅~~!!

    ps - 사진에 나온 두분 어머니들~~~ 양곡 샛별 어린이집 식구들이네요
    반갑네요

    • 앤드류 엄마2012.01.07 10:42

      기도 감사드리고,
      데이빗과 앤드류를 위한 기도도 부탁드립니다.
      데이빗은 얼굴도 행동도 나이보다 반은 어리고
      (어떤 생각은 자기또래쯤 되는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네요),
      앤드류는 아직도 사춘기라 왔다갔다 하고,
      친구를 잘 사귀길못해, 좋은친구 만나게 해 달라고
      제가 늘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한국갔을때 뵙고 싶었는데, 뵙지 못해 많이 아쉬웠습니다.
      언제쯤이면 한국가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 다 만날수 있을런지?
      다음번에 한국갈땐 글로리아 수녀님이 데레사 수녀님이나
      가타리나 수녀님과함께 근무하시게되면 제 시간을 절약할수
      있어 안성맞춤인데, 기도 열심히 해 주세요.

      원생들에게 많이 사랑받고 행복한 한해 되시길...

  • 하늘과 땅2015.12.17 11:18 신고

    첫 사진에 님의 아버지와 똑같은 얼굴이..
    눈물을 흘리면서 봤습니다.
    지난 3년동안 아버지를 간호를 직접 했기에 님의 글을 보면서 남과 같지 않더군요...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짐 여행하는 거랍니다..
    모든 것을 훌훌 보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