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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만에 시어머님으로부터 받은 선물 그리고 시어머님 놀리기

앤드류 엄마 2023. 12. 29. 23:45

올 크리스마스에 시어머님께서 선물을 주셨다.

당신 말에 의하면 내가 깜작 놀랄 선물이었다. 

 

시어머님은 잔정도 깊은정도 없는 분이라

결혼해서 28번의 내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맞았지만 

결혼 첫해와 두번째 크리스마스 때

시어머님으로부터 선물 두 번 받은 것으로 끝이었으니

26년만의 선물이라 놀라운 일이긴 하다. 

 

 선물은 받기만 하시고,

생전 선물할줄 모르시는 분이 

몇십년만에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준비했으니

 당신 스스로 엄청 흥분이 되셨는 듯.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안부전화했을 때

이번 크리스마스 때 당신 작은딸 집에 

오느냐고 물어셨다. 

매년 크리스마스때 마다 작은시누네에 갔는데,

새삼 또 물어시니 시어머님을 놀려주고 싶었다.

 

그래 페기 (작은시누)가 오라고 하면 갈 테니 

페기한테 물어보라고 했더니

우린 가족인데 당연히 와도 괜찮다며

이번 크리스마스 때 당신이 우릴 깜짝 놀라게 해 줄 것이 있다며 

꼭 와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 또 장난기가 발동해

어머님 남자친구 생겼어요 하고 놀렸더니

남자 친구가 아니고 하시더니 

더 이상 참지 못하시겠다며

사실은 우리에게 선물하려고

 크리스마스 츄리처럼 생긴

 예쁜 장식을 만들었는데 

  엄청 예쁘다고 하셨다. 

 

그런데 선물이 궁금하기보단

시어머님이 주실 선물 안 봐도 비디오라

시어머님으로부터 선물 받을 때 엄청 예쁘다고 

감격해하며 감사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내가 여우과도 아니고, 연기가 서투니 

내 표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다 되었다.

 

시어머님으로 부터 26년 만에 받은 선물이자

결혼 28년 동안 받은 세 번째 선물 

 

다행히 선물을 직접 주시지 않고,

작은 시누네 테이블에 있었다. 

그래 오버하지 않고,

예쁘다고 하고 선물 고맙다고 인사드렸다.

 

난 집안을 작은 소품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것보단

 심플한 것을 좋아하기에 

작은 시누에게 주고 싶은데,

두 시누들에게도 같은 것을 선물하셨다.

 

- 작은 시누네에서의 크리스마스 - 

시어머님께서 체중이 좀 불어 셔서 훨씬 보기가 좋으셨다. 

심장 기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셔서 

이번이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되실 수도. 

시어머님의 옆에 앉은 분은 시어머님 제부의 재혼부인 

(뒷줄에 연세 드신 분이 시어머님의 제부로 상처하셔서 재혼하셨는데,

부인이 건강이 좋지 않아 90 넘어 집안일에 부인 돌보느라 힘드시다고).

 

 

우리가 도착했을때 식사가 시작되었다. 

 

난 군만두 하려고 가져갔는데

음식이 많아서 자리도 없다고 괜찮다고. 

손님들 다 가시고, 그날 저녁으로 군만두를 먹었다.

 

26년 만에 시어머님에게서 받은 저 선물이 마지막 선물이 될 듯.

난 선물에 별로 관심이 없으니 

그동안 시어머님로부터 선물 못받았어도  

하나도 서운하지 않았다. 

내 사랑의 언어가 선물 받는 것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

 

그런데 이 글을 적고 나니 

시어머님이 주신 선물처럼 

받은 선물을 볼때마다 선물한 사람이 생각나는 

  그런 선물 하나쯤 누군가에게 하면 좋을것 같다.

 

앞으로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시어머님이 선물로 주신 저 장식에 불을 밝힐 테고

볼 때마다 시어머님을 생각하게 될 듯.  

그때마다 어떤 모습의 시어머님이 떠 오를런지?

정있게 좀 사셨더라면,

좋은 추억이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2023.  12.  29. (금) 경란 

 

추신 : 받고 싶은 선물이나 받고 좋았던 선물 댓글에

올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선물에 대한 아이디어가 부족해 참고하려고요.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