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문화, 예술, 방송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앤드류 엄마 2010. 7. 12. 08:47

인터넷에서 신경숙씨 "엄마를 부탁해" 기사를 읽고, 다음에 한국에서 누가 오든지,

내가 가게되면 구해 읽으려고 했는데, 지난번 우리집을 방문한 시형이 엄마가 이미 읽은 책을

주게되어 미안해 하며 주었는데 난 얼마나 고맙고 반가왔는지 모른다

새책을 선물받는것보단 읽은책이 더 좋다.  뭔가 함께 공유하는것같고 또 책에 대해 말할수 있기에.

(인터넷이 일반화되기전까진 미국사는 한국사람들이 가장 반가운것이 신문과 잡지였다고 한다)

 

책 줄거리는 자녀들이 사는 서울로 부모님이 합동생일을 맞이하기위해 오셨다 둘째 아들집에

가기위해 지하철을 타다, 늘 그러시듯 성큼성큼 큰걸음으로 앞서가는 아버지를 뒤에서 쫒아가던 엄마가

지하철을 놓치면서 실종되자, 잃어버린 엄마를 찾으며 가족들 각자가 그동안 잊고 지냈던 엄마에 대해

회상하며 누우치는 이야기들이다.

 

엄마는 휴전후 산에 남아있는 인민군들이 밤이면 마을로 식량을 구하려왔다 처녀들을 데려간다는 흉흉한

소문때문에 피신책으로 열일곱에 10리 떨어진 이웃마을에 사는 스물살되는 남자와 혼인을 했다.  

그 남자는 역마살인지, 예전에 징집을피해 도망다니던 과거로 인해 집에 있어면 누가 잡으로 올것 같은

압박감때문인지 젊어서도, 결혼해서도, 자식이 생긴뒤에도 집을 떠날 생각만했기에 수시로 집을 나갔고,

한번은 분냄새 많이 나는 젊은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와 아내가 집을 나간적도있었다.

 

아내를 잃어버리고나서야 몇년전부터 머리가 깨어지듯 아파했던 아내가 수시로 건망증으로 잊어버렸던 것과   

서울가기 그 전날 아내가 머리가 터질듯 아파 얼음에 얼굴을 파묻었고, 아침에 일어나니 냉동실에

넣고 있었던것이 생각났고, 아내가 장염을 앓았을때 한약한체만 더 먹었으면 깨끗이 나을텐데하며 노래를

불렀는데도 약한체 더 지어주지 않았던것과, 가슴에서 멍울을 발견했을때 더 빨리 병원에 데리고가지않아

가슴을 들어내어야 했던것과 오십년동안 아내로부터 좀 천천히 가자는 말을 들어면서 한번도 천천히 가주지

않아 결국 빠른걸음때문에 아내를 잃어버리게된것을, 아내가 그렇게 원했던 서로 얘기를 나누며 나란히

걷지않은것을 가슴터질듯 후회했다.

 

큰아들 형철은 엄마의 꿈이고 집안의 희망이었다.  엄마의 기대만큼 아들은 학교내내 1등을 도맡아 했는데,

당연히 합격할줄 알았던 대학에 낙방을 해 엄마와 아들이 처음으로 좌절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곧장 공무원이 되었고, 또 야간대학 법과를 진학해 엄마의 꿈인 검사가 되려했으나,

사법고시에 실패하자 대기업에 입사하여 승승장구해 오십에 아파트 전문 건설회사의 홍보부장으로 재직중이다.

엄마를 잃고나서야 분냄새나는 여자가 싸주었던 귀한 계란을 넣은 도시락을 버리고, 음식을 거부해

소문을 들은 엄마한테 종아리로 엄청 맞았지만, 아이들때문에 엄마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던것과

첫발령지인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며, 방을 구하지 못해 당직을 대신서면서 당직실에서 묶고 있을때

대학입학서류에 필요한 서류를 마감전날까지 우편으로 받지 못해 낙담하고 있었을때 

엄마가 밤 기차로 서울에 처음와서는 낯선청년의 도움으로 겨우찾아와 당직실에서 하루밤을 보냈던 일과,

다음엔 꼭 엄마를 따뜻한 곳에서 잘수있도록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그때를 떠올렸다.  그런데 대기업 홍보부장이 되었지만, 더 높은 직위로 승진하기 위해 오로지

회사일에만 열중하며 그동안 엄마를 잊고 있었던 것을 후회한다. 

 

세째이자 큰딸인 소설가는 결혼을 하지않았기 때문인지 가장 열심히 엄마를 찾았다.

그녀는 엄마를 잃고나서야 엄마에게 늘 화를 내듯, 대들듯이 말은 한것과 무시하듯 말한것과,

엄마가 물어면 늘 짤막하게나 사무적으로 그냥 일이 있어서요라고 대답했던것을 뉘우쳤다.

이다음에 하고싶은 일을 적은 목록을 보면서 그 목록 어디에도 엄마와 함께 하고싶은 일이 없음을 

뒤늦게 후회했고, 어느날 지방에 내려왔다 예정에도 없이 그냥 집에 들렀을때 너무 머리가 아파 정신을

잃은 엄마를 발견하고 병원에 모셔갔더니 전에 뇌졸증을 앓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엄마에게 무심했음을

반성했는데, 더 일찍 엄마를 서울 큰병원에 모시고가서 검사받고 치료받게하지 않은것을 엄청후회하며, 

엄마와 단하루만이라도 함께 할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책을 주면서 시영이 엄마가 많이 울거라고 했는데, 눈시울이 몇번 붉어졌을뿐 많이 울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전화했더니 다들 그 책읽어면서 많이 울었단다. 

왜 그럴까, 내가 감정이 너무 메말랐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니

실화가 아니고 소설이고, (실화였던 가시나무는 너무 슬퍼서 읽기가 힘들었다)

소설보다 더 힘들게 살고있는 우리엄마나 주위에 많은 엄마들의 삶을 보아왔는데다,

소설속의 엄마는 일찍 청상과부가 된 시누가 옆에 살면서 시어머니 노릇을 했지만

우리엄마처럼 무서운 시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하루세끼식사와 수발을 해야 하는것도 아니었고,

소설속의 남편이 수시로 집을 나가 집안살림을 맡은 엄마가 아이들 공부시키기 위해 억척스럽게 

온갖일을 했지만, 엄마는 내자식공부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야될 일이고 닥친일들이

매일 산처럼쌓여있었다. 그리고 소설속의 엄마는 대기업 홍보부장 아들, 유명소설가 딸, 

유명약대 출신 막내딸등 남들이 다 부러워할만큼 자랑스런 성공한 자녀들을 두었다. 

자녀의 성공이 곧 내인생의 성공인 대한민국에서 특히 시골에서 남들 부러움받으며 살았고,

자녀들이 주는돈으로 고아원에 기부도하고, 고아원 아이들도 돌보며 나름대로 하고싶은 일들을

하면서 살았고, 또 분홍빛 로멘스는 아니더라도 무심한 남편을 대신해 마음이 울적할때면

위안을 주던 이은규씨란 남자 친구도 있었다.

 

마는 노후에 비록 몸은 아팠지만 성공한 자식들과 좋아하고 좋아해주는 사람이있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하고싶은것들을 하며 살았기에 머리가 아플때외엔 자식키운 보람이 있었기에

행복했을것 같다.  우리엄마나 시골엄마들에게 행복이란 자식들이 걱정없이 잘사는것이기에. 

 

소설속의 장남과 큰딸들은 시골에서 어렵게 자란 40대 이상의 우리들 모습이기도 해 마음이 무거웠다.

다들 엄마는 언제나 고향집을 지키며 마음의 고향이 되어주고, 농산물을 보내주며 영원히 그 자리에

계실거란 생각에 무심하기에.

 

새로 변한 엄마가 마지막으로 작별인사차 자녀들집과 시골집, 이은규씨가있는 병원등을 찾아가

그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태어난 집에 들러서 "엄마는 알고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하는 물음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칠십먹은 엄마에게도 엄마는 영원한 마음의 고향일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되었다.

만약 나도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면 친정과 고향도 없어질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참 허전했다.

다들 우리가 지금 부모님나이가 되어 고향집에 아무도 없게되면 우린 어디로 가야할까?

 

소설을 읽어면서 슬픔보다 먼저 엄마들은 왜 그렇게사실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

내가 늘 우리부모님에게 말하듯 사람은 행복하기위해 태어났으니 젊어선 고생을 하더라도

이젠 제발 일을 줄이고 하고싶은일이나 좋아하는일하면서 좀 살라고 그렇게 말하는데도

듣질 않으시기에, 이소설을 꼭 아버지와 엄마한테 읽어주고 싶다. 

 

역시 신경숙 작가는 시골출신답게, 시골부모님과 도시에서 나름대로 성공해 사는 자녀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잘 표현했다.  나와 비슷한 연배라 (63년생) 작가의 생각과 느낌을 알고 싶어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찾아 읽는데,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들은 정서적으로 쉽게 와닿고, 작가가 살아온 환경이 그래서인지 우리세대와

작가의 오빠세대 그리고 부모세대를 참 잘 묘사해준다. 

실제로 작가는 고등학교 졸업후 미혼인 오빠들 자취생활 도와주기위해 서울로 올라와 오빠들과 함께 살았기에

소설속의 많은 묘사들이 꼭 작가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아직 읽지 않으신분들은 읽어 보시길 바라며, 부모님께 전화라도 자주하시길...

 

2010.  7. 11.  (일)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