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만난 사람들

웃음과 눈물과 감동이 있었던 제리의 메모리얼 서비스

앤드류 엄마 2017. 12. 2. 13:16


지난 3년간 췌장암 투병을 했던 제리가

지난주 월요일 천국으로 떠나

토요일 교회에서 그의 메모리얼 서비스가 있었다.


제리는 우리교회 Deacon (장로님 비슷)으로 

다년간 재임했으며,

중고 자동차매매 주인이자 사장님이시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좋아해 

매주 수요일에 있는 교회 어린이부

리더로서 오랫동안 가르쳤으며

(데이빗이 초등학교 다닐때

나도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제리부부와 함께

몇년간 봉사를 함께해 덕분에

  개인적으로 약간 친분이 있었다), 


 자신이 직접 지은 Scary 제리란 닉네임을 사용했는데, 

아이들이 Scary 제리를 많이 좋아했다.

그를 한번도 만난적이 없었던 아이들 부모들도

아이들로 부터 Scary 제리 이야기를 많이들었다며

진작에 만나서 감사인사를 전하지 못한것을

아쉬워하고, 슬퍼했다.

(페이스북에 난 부고 소식을 읽고). 


첫번째로 고인의 추모사를 한 절친 마리는

추모사 내내 울먹여서 참석자들을 숙연케했다.

마리는 제리가 좋아했던 것들과

제리가 그의 부인을 포함해 두명의 생명을 구했으며,

비지니스도 크리스찬으로서 정직하게했고,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었다고. 

그런데 이 이후로는

마리가 울먹인데다, 

나는 나대로 깊은 슬픔에 젖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마리의 뒤를 이어 제리의 장남인 젝이 연단에 올라서는  

아버진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아버지(주님)곁으로 가셨기에


자신이 슬프하고, 우는것을 원치 않을거라며

밝게 아버지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그는 의대 인턴과정중으로, 외모도 말투도 아버지를 닮았는데,

제리처럼 말도 어찌나 잘하든지, 제리가 흐뭇해 했을듯)


자신이 멍청한 실수를 많이 했지만

아버진 딱 한번을 제외하곤

 자기가 필요할때마다 아무말없이 구세주가 되어 주었다고.


혼도라스에 갔을때 돈이 다 떨어져

그 비싼 콜렉트콜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을때도

다른 말씀 없이

바로 송금할테니 걱정말라고 하셨고, 

바로 송금 시켜주어서 집으로 올수 있었다고.  


그런데  한번은 

교회에서 집으로 가는길에  

(교회에 있는동안 눈이 많이 내렸다고)

차가 미끄러져 도로 아래로 빠져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더니

"미안한데, 지금 널 도와줄수가 없구나,

5분전에 네 누나가 전화를 했는데,

 차가 미끄러져 도로 아래로 빠졌다니

 지금 네 누나를 도와주러가야한다"고 하셨단다.

 5분 늦어 아버지의 도움을 누나에게 빼앗겼다고.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일요일 아침마다 항상 도넛을 사오셨는데,

상태가 많이 악화되었을때도 일요일에 

"내가 도넛을 사러가야하는데" 하셨단다.


또, 자기가 아파트를 옮겼을때

아버진 투병중이신데도 어디서 힘이 났는지

가구를 옮겨주셨고, 

 자기집은 이사할때면 가구배치하기전에

 피자를 주문해 맨바닥에 앉아서 먹는것이 전통인데,

그날도 그렇게 아버지와 둘러앉아 피자를 먹었다고.


자기 아버진 평소 내집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있다며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별로 없어셨다고.

(그는 교회 소그룹 리더로 일주일에 한번씩 

그룹원들과 저녁에 만나 친교도 하고, 성경공부도하고,

또 교회 운영위원들과도 한달에 한번씩 모임이 있고,

어린이 프로그램 봉사도 했으니 

주로 교회사람들과의 모임에서 교제를 나눈것같다).


아버진 최고의 남편이었고, 아버지였고, 친구였고,

보스였다면서,

이런 아버지를 가진것이 자기인생의 초고의 축복이었다고.

(부모에게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싶다)


어머니는 강하시지만 아버지의 빈자리가 커실테니

자신들이 잘 돌봐드릴테니

아버진 주님계신 천국에서 편히 쉬시라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젝의 뒤를 이어 식을 진행한 담임 목사님이

제리를 회고 하셨는데,  

제리가 자신에게 자기 인생에서 가장 잘 한것이

아내인 트레시와 결혼한것과 자녀들을 키운것이라고 했다고.


제리가 자동차 딜러샵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곳에

트레시가 사무실 직원으로 들어왔다고.

제리는 트레시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고,

그때마다 트레시에게 거절당했는데,

트레시가 제리에 대해 알고 나서는

교회가면 만나주겠다고 했단다.


제리는 데이트 할 목적으로 교회에 가게되었고,

(교회가서보니 목사님이 트레시 아버지셨다고). 

예배때마다 목사님은

오늘 주님을 완전히 받아 들이신분들 앞으로 나오라고 했는데,

제리는 몇달동안 나가지 않았는데,

어느날 제리가 연단 앞으로 나갔고,

그날 이후 제리는 크리스챤으로서 달라졌다고.


그런데 트레시 아버지에게 정식으로 인사하러 갔을때

 트레시 아버지가 제리를 탐탁치않게 보셨는지,

바로 그분 면전에서 "저를 좋아하지 않죠" 라고 말했단다.

그러자 그분이 "그래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너라서 좋아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내 딸과 데이트하는 남자들은 다 싫다" 고 하셨단다.


두사람은 결혼후 쥴리엣의 작은코너에

중고차 매매상을 오픈했는데,

크리스찬답게 비지니스를 정직하게 했고,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었다.

정직하니까 고객들이 다른사람들에게 추천해줘

사업이 조금씩 성장해 

꽤 큰 중고차 매매상으로 번창했다.   


제리는 천성인지 개구장이처럼 장난끼가 좀 있는데,

교회 어린이들과 캠핑갔을때

캠핑장 규정에 8시이후 불끄고 자야하는데,

제리가 아이들앞에서 목사님에게

우리가 기물을 파손하는것도 아닌데

설마 우릴 쫒아내거나 고소를 하겠냐며,

아이들 쬐끔 더 놀게 취침시간을 9시로 하자고 해

목사님을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그렇지만 목사님들과 Deacon들 회의시엔

계산이 철저하고, 주도 면밀했고,  


마지막에 자녀들에게 

"주님을 원망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면서

주님은 내가 기대했던 그 이상으로

내게 축복을 주셨다" 며

고통을 겪어면서도 자녀들에게 주님의 은혜를 전했다.


그리고 호스피스에서  

"I want to go home,

I want to go to heaven now"

스스로 이제 주님계신 천국에 가고 싶다고 하고선

주님께로 갔다고.



췌장암은 생존율이 극히 낮지만

3년전에 제리가 췌장암이라며 트레시가 기도를 부탁했을때도

이상하게 희망이 있었고,

그후 수술받았을때도 위치가 좋았고.

생각보다 빨리 발견한것 같다고해

완치할수 있을것 같았다.


그런데 끝내 쉰다섯밖에 안된 그를 데려가셨고,

또 그를 고통까지 겪게 하셨어

 주님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정작 제리는

견딜수 없는 고통을 겪어면서도

자녀들에게 "하느님을 원망하지 말라,

하느님은 내가 기대했던 그 이상으로 축복을 주셔고,

난 주님으로 부터 큰 축복을 받다았다"고 했다니

하느님에 대한 내 원망이 부끄러워졌다.


주님도 고통받는 제리와

그런 제리를 지켜보는 가족을 보시면서 아팠으리라.


데이빗이 메모리얼 서비스내내 슬픔에 빠져

눈시울이 붉어있었고,

그렉은 제리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지만

내가 참석을 부탁했는데,

내가 일어났을때 벌써 집안에 필요한것들 구입하러 출발해

잊어버렸나 했는데,

10분 늦게 도착했다며,

식을 마치고, 나와 데이빗에게로 왔다.


그렉과 데이빗이 제리의 메모리얼 서비스를 통해 배운

제리의 삶에서 교훈을 얻었을듯.


향년 55세,

100세 시대에

반을 조금 더 살다갔지만,

그는 100세 산 사람들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에게 잊지못한 사랑과 추억을 남겼고,

가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교회에 많은 공헌을 했으며,

인생을 훌륭하게 살았기에

그의 향기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있으리라.

 

제리와 트레시


제리가 좋은 남편이었기에 빈자리가 더 클거라, 마음이 아프다.




2017.  12.  1. (금)  경란


추신 :  장례식전에 메모리얼 서비스를 했는데,

화려한 화환대신

소박한 화분과 화초, 부케 몇개만으로 연단에 장식해

간결하니 좋았고,

제리가 좋아하는 Worship (찬양)노래로 식을 시작해

중간중간에 찬양 목사님의 복음성가가 함께해 좋았다.



* 고인이 꽃을 좋아하면 꽃도 많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 미국 장례식장엔 대부분 꽃이 많지 않았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장례식장 꽃값 바가치니

그돈으로 고인가족이 부탁한 단체(제리는 췌장암 연구센타)에

성금을 내는것이 현명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