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이 지난 목요일에 첫 급여를 받았다.
미국은 2주마다 급여를 주는데,
데이빗은 이번에 1주일분 (4일 근무)만 계산되었다.
데이빗에게 급여일 몇일앞두고
예전에 나와 앤드류가 첫급여받고,
가족들에게 점심을 샀던것을
상기해 주고,
너도 첫급여 받으면 엄마와 아빠에게
점심 사라고 이야기 했더니 오케란다.
여름방학동안 주 4일(월-목)만 일을 하는데,
데이빗이 피곤하다며 금요일 쉬고,
토요일 점심 사 주겠다고.
데이빗은 건물밖에서 일을 해야하는데,
녀석은 모성보호 본능이 바로 생길만큼
삐쩍마르고 몸도 약하고,
또 추위와 더위도 쉽게 잘탄다.
그런데 지난 주 몇일동안 날이 많이 더워
출근 시켜주면서 많이 안스러웠다.
그런데도 녀석이 아무 불평없이 잘 출근하고,
일마치고 피곤해서 몰골이 영 말이 아닌데도
힘들었다고 하지 않는다.
더운날 풀뽑는것 보다
일이 없는것이 더 무료하기에 가장 나쁘다고.
그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손님이 없어 일이 없으면 그만두게 될수도 있기에
차라리 바쁜것이 더좋다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너도 이제 일꾼 다 되었다며 칭찬해주었다.
토요일에 녀석이 인터넷으로 검색해
집에서 멀지 않고, 품평도 4.5 로 좋다며
한 간이 레스토랑을 선택했다.
사방이 유리창이라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
이 스케치모드를 선택했다.
울남편, 아들이 쥐꼬리 급여 받은것으로
점심 사준다니 가슴이 아픈지
데이빗에게 본인 점심값은 아껴주겠다며
나만 가라고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면서
데이빗에게 네가 첫급여 받은 기념으로 엄마한테 점심을 사니
엄마를 생각해주는 네 마음이 많이 고맙고, 행복하다고.
또 더운데 불평없이 일을 잘하고있어
너가 무척 대견스럽다고 말해주었다.
* 녀석이 사회성 장애가 있어
사회 생활을 제대로 할수 있을까 걱정이었기에
일 시작한뒤 출근시키고,
퇴근시간에 데리러 갈때까지 일을 잘 하고 있는지 걱정이 되었는데,
녀석이 자기 팀 4명중 자기가 일을 2번째로 잘한단다.
팀원들보다 많이 뒤떨어지는 꼴찌는 아니라니 다행이다.
녀석이 특별한 경우라 더 감사함이 크고, 대견스러웠다.
1/3 파운드 햄버그라 내겐 좀 과했다
감자튀김과 한모금만 마시면 되는 탄산음료나 왜 주문했는지?
미국의 간이 레스토랑엔 대체적으로
샌드위치, 햄버그, 이탈리안 약간, 닭튀김인데,
난 외식하는것 별로 좋아하지 않고,
햄버그 먹은지 오래되어 무난한 햄버그를 주문했다.
데이빗은 이탈리안 샌드위치
그런데 고기가 약간 덜 읽어 반납하고,
기다리는 동안 데이빗과 감자튀김 먹고나니 배가불러
데이빗에게 도저히 내가 배가 불러 이 햄버그 못먹겠으니
집에 가서 아빠랑 나눠 먹어야겠다고 했더니
엄마가 꼭 반은 먹어야 한단다.
그래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남편과 반씩 나눠먹었다.
감정표현을 잘하는 미국 엄마들이었슴
감격해서 눈물이 났을텐데...
난 녀석이 대견하고 좋아서 웃었다.
19살 아들의 첫 아르바이트 주급 명세서
34년전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직한 한국중공업에서
(내가 취직한 당시엔 창원공단에선 대우가 좋은 회사였다)
내 첫 직장 급여가 월 120,000원쯤 된것같은데,
15일날 입사해 첫 급여가 적었다.
마침 보너스 달이라 15일분 보너스가 포함되어
74,000 원인가 받았다.
첫 월급받아 (당시엔 현금으로)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님 내복사고,
집에 동생들 먹을것 사서
주말을 맞아 집에 갈때 얼마나 기분이 좋든지.
울 호랑이 할아버지 내가 사준 내복 받으시고,
그 근엄하신 분이 우셨다고.
어떤 저명인사께서도
6,25 전쟁후 아버지는 행방불명이 되셨고,
엄마는 어린아이들을 돌봐야 해
중학생인 본인이 학교다니면서 신문배달하고,
거리에서 신물을 팔아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했는데,
저녁에 쌀과 고등어 한마리 사서 집에 갈때면
기분이 좋아서 피곤한줄도 몰랐다고.
살면서 그때처럼
본인이 자랑스럽고, 기분좋았던적이 없었다고.
데이빗 녀석에게 내 경험과
그분의 경험에 대해 말해주면서
너가 좋아하는것을 해서 기쁘고 행복한것 보다
너로 인해 네가족이나,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이 행복하면 너도 행복하니,
행복은 두배가 커진다며
너도 오늘 그분과 예전의 나처럼 기분 좋고,
너 스스로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이 사회성이 없었어
일반적인 것도 잘 모르니
오늘 같은날은 너가 먼저 레스토랑을 정하기보단
엄마한테 가고싶은곳 있냐고 먼저 물어보는것이
일반적인 에티켓이고,
난 당연히 너가 알아서 하라고 했을거라고.
그래 앞으로는 누구와 레스토랑에 가게되면
상대방에게 고싶은곳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고
상대가 너한테 맡기면
어떤 음식 좋아하는지 다시 물어보고
너가 레스토랑을 선정하라고 말해주었다.
집에 와서 남편과 둘이 있을때
데이빗에게 이야기 해준것과 같이
6.25 때 가족을 위해 신문팔이를 했던 소년과
내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당신은 오늘 데이빗을 생각해서 집에 남았겠지만,
사실은 데이빗이 더 커게 기쁘고,
본인 스스로 대견할 기회를
데이빗으로 부터 박탈한거나 마찮가지라며
부탁이니 앞으론 그러지 마라고 했더니
일리가 있는지 아무말이 없었다.
부모는 성인이 된 자식이 뭘 해주겠다고 하면
자녀들을 위해 사양하기 보단
그것이 자녀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면
자녀가 원하는 대로 따라 주고,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인사를 꼭 하도록 해야겠다.
데이빗이 토요일 엄마에게 점심사주고
기분 좋았던 그 기분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다음에 대학 마치고, 정규직에 취업해
녀석으로 부터 근사한 곳으로 초대받게되길 희망해본다.
2017. 7. 9. (일) 경란
-
가을하늘2017.07.10 22:01 신고
벌써 첫 아르바이트 급역을 받았네.. 주급이라 그런가보다..
뿌듯하고, 대견하고, 행복하고 만감이 교차하겠구나..
언니는 첫월급받은 기억도하고, 난 아무 생각이 없는데..
그래서 아이들한테 밥 한그릇 사라고 말도 못하고,,
그렉형부따라 원주씨도 홍명이한테 밥 못 얻어 먹더라고..
먼저 계산하고, 난 남편이랑 생각이달라 사줄때는 얻어먹고
줄때는 주자고 하는데 딸아이한테 얻어먹는게 영 맘이 짠한가 보더라..
그래서 마냥 보태주고 있다..
이제 하나, 둘씩 그렇게 성장해가고 부모로부터 독립이 되는가는가보다... -
저도 글을 읽는 내내 흐믓하였고 뭉클 했습니다.
데이빗이 대견스럽게 첫아르바이트를 하고 엄마한테 한턱쏘은게 제가 받은거와 같습니다.
표현못하는 데이빗도 속으론 참 기뻣을겁니다.
착한 데이빗은 경란님 바램처럼 잘 될꺼라 믿습니다.
데이빗에게 칭찬 많이 해주고 싶은 날이네요....ㅎㅎ작은아들 데이빗 멋지네요
힘들게 일해서 번돈으로 빛을 낼 줄도 알고요
경란씨의 지혜를 많이 배웁니다
안스러운 마음에 거절만 하고 살아 왔는데 ...때론 받을 줄도 알아야 ...상대에게 기쁨의 기회를 준다는 것을
미처 몰랐네요
얼마전 아버님이 저 세상으로 떠나셨는데 ....저보다 여유가 있으셨던 부모님인지라
우리가 힝싱 쪼들린다는 핑게로 거절만 하셨는데....막상 다시 뵐수 없다고 생각하니...모든게 가슴아픕니다
살아계실 때 밥 한끼라도 대접하고 용돈이라도 좀 드렸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때 늦은 후회를 해봅니다
앞으로 대학 졸업후 더 멋진 아들이 되리란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데이빗이 일을하구
첫봉 급으로 경란여사 밥을 사셨군요
장하여라
듣는저두 감격이고 대견한데
함께 한 엄니 심정은 오죽하실까 싶네요
축하 드립니다
늘 작은 아들 걱정하시느만데이빗 정말 이쁘고 멋져요..
엄마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올것같아요..
아빠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네요.
경란씨의 교육 ..
한마디 한마디가 참 교육이네요.
이런 말 한마디 행동하나가 인생의 큰 밑거름이되어
데이빗이 더 멋지고 책임감 강한 훌륭한 청년으로 살아갈거예요..안녕하세요?
청이2017.07.12 08:33 신고
늘 들어와 좋은 글 만나며 가슴이 따뜻해지곤 하는 열혈 구독자 랍니다.
아마도 비슷한 연령대가 아닌가(?) 싶어요.
전65년 뱀띠에요.
대덕연구단지 주변에 살아 아파트 이웃들이 원자력연구소 가족들이 많아요. 비슷한 면도 많고, 저도 다른분야 연구소를 다녀 94~97쯤 한국중공업을 기자단들과 방문 했었어요. 회사 안에 호텔이 있어서 깜짝 놀랐었지요.
터빈 관련 공동연구 홍보차 진행요원으로 갔었죠.
참 오래 전 일이네요. 98년 말 육아를 위해 희망퇴직해아이들 다 키우고 지금은 다시 취업재 구청에 근무한 지 7년째죠.
저희 큰애는 군 제대(공익)후 복학생이고,작은 딸은 대학3학년이랍니다.
요즘 한국 내 대전은 탈핵운동으로 원자력연구소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죠. 핵재처리 전면중단과 폐기물 조속 이전 등 매주 연구소 앞 집회가 계속되고 있죠.
첫인사가 넘 길었죠?
아드님의 뜻깊은 취업과 첫월급..한턱까지 함께 축하할까 합니다. 하도 오랫동안 글과 사진으로 접해서 낯설지가 않습니다.
축하합니다.~^^ [비밀댓글] -
데이빗 첫 급여받은것 축하해요
데이빗이 참 대견해요
아들을 잘 가르친 엄마에게도
짝짝짝 칭찬의 박수를 보냅니다
지금 첫 직장에서 잘 해내고 있고
앞으로 전문직 직장에서 일할때는
뛰어난 과학 수학에 대한 능력으로
누구보다도 우수한 공학자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
-
-
데이빗은 분명 미국 사람
답글
엄마의고향 한국의정서를 가르치는..
첫월급받아 부모님 조부모님 까지 챙기는 효녀
데이빗엄마는 한국을 알리는 애국자 이십니다 -
잘하셨어요
데이빗도 돈 벌어서 엄마에게 무얼 사주며 이래서 돈을 버는구나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암튼 벌써 주급을 받았으니 내가 다 기분이 좋네요 축하 축하! -
옛친구2017.07.15 07:36 신고
얼마나 대견하고 가슴이 뿌듯 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데이빗의 성실함과 엄마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데이빗을 통해 장래에 큰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다시한번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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