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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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방송

다큐같은 영화 Boyhood - 아들과 엄마의 12년을 담은 인생극장

앤드류 엄마 2015. 2. 8. 16:48

 

6살인 저꼬마아이가 대학 신입생이 되었을때까지 장장 12년간 촬영해 

 아이가 청소년으로 또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았으며

 주요 배우들도 12년동안 그대로 출연했다는 소개글을 읽고, 

저 귀엽고 순진무구한 꼬마가 12년후에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하는 호기심과

또 우리 아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

서울가는 비행기에서 수많은 영화중 이 영화를 보았다.

* 디트로이트에서 서울까지 편도 13시간 거리인데  

피곤해서 자느라 왕복하는동안 기내에서 이 영화 딱 한편보았다.

 

 

그런데 저 천진난만하고 귀여웠던 꼬마 녀석이

 엄마에 의해 생활 환경이 바뀌면서 얼굴에서 웃음과 표정이 사라지고, 

점점 우울한 아이가 되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기도한다.

 

고등학교 1학년때 친구들과 술과 마리화나를 경험하기도 하나,

다행히 빠지진 않았고, 사진에 관심을 갖고, 여자친구도 사귀고, 

레스토랑에서 일도하며 보통의 미국 고등학생들처럼 학교생활을 하는데,

녀석은 귀에 큰구멍을 내고 눈에 띄는 귀걸이도 하고,

손톱에 탁한색 메니큐어도 칠하기도 했다.

실화가 아닌데도 워낙 실제모습같아서 이상하게 변해가는 그아이를 보니 가슴이 아팠다.

 

여자친구를 사귀는 동안은 여전히 어깨는 쳐저 있었지만 얼굴에서 웃음끼도 보이고,

좀 나아보였는데, 여자친구와 이별뒤 또다시 예전의 우울한 메이슨으로 돌아오고.

 우연히 관심을 가지게된 사진에서 위안을 찾았고, 

텍사스 주에서 주최한 사진 콘테스트에서 은메달과 대학 장학금을 받게된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해 룸메이트 여자친구의 룸메이트 니콜을 만나게되고,

니콜과의 대화가 잘 통해 새로운 인연의 희망이 보였다.

짐작컨데 메이슨은 니콜이 있어 대학생활이 쬐금 더 생기가 있을것 같고,

 더디지만 쬐끔씩 자신감도 찾고 한해 한해 더 나은 사람이 될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아이가 어떻게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지에 관한것인데,

난 메이슨의 성장기보다 나도 엄마라서 그런지 메이슨 엄마 올리비아의 삶이 더 와닿았다.  

 

어린 두아이의 아빠였던 동거남인 메이슨 시니어는 

무책임한데다 늘 집을 비워 올리비아는 그와 헤어지고,

친정으로 돌아와 학업을 계속해

싱글맘에서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지만 

세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그녀자신과 아이들에게 많은 상처를 입혔고,

평소에 꿈꾸던 큰집 주인이 되었지만, 그집은 돈먹는 하마라 하우스푸어 신세가 되어

아이들이 대학에 가자 결국 방 2칸 작은 아파트로 이사한다.

아이들이 대학가면 자신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고 그날을 기다렸는데,

막상 막내 메이슨이 대학으로 떠나게 되자

인생이 참으로 빨리 지나가는것을 깨닫게되고,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다음 차례는 자신의 장례식이란 생각을 하게된다.

그러니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과 그날 하루하루를 즐겼어야 했는데...

(아마 내가 10년전에 이 영화를 보았다면

그땐 나도 아이가 빨리 자라 독립해 내 삶을 살고싶었기에

올리비아의 한탄을 이해하지 못했을텐데

내가 그녀와 비슷한 입장이고 보니 이해가 된다).

 

학생때 학교에서 홀애비 교수를 만나 교수부인이 되면서

싱글맘에서 신분상승도하고, 행복시작인가 했더니 그의 알콜중독이 재발했고, 

자신의 공부를 끝내고 학교에 취직을 해 안정을 찾았을때

이라크와 아프칸니스탄 전쟁에 참여한 애국심높고 책임감강한 연하남 학생을 만나

재혼을 했지만 그와의 결혼생활도 오래 가지 못했다.

그리고 예전에 무책임하기만 했던 전남자친구 메이슨 시니어는 늦게 철이들어 

결혼해서는 좋은 남편, 아빠가 되었다.

그런 그를 볼때면 가슴이 쓰리지 않을런지?

 

아이들 엄마가 두번째 결혼도 실패로 끝나나자

메이슨 시니어는 아이들에게 너희 엄마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했다.

본인이 철이 더 일찍 들었으면 가족들이 헤어지지도 않았을것이고

아이들과 아이들 엄마가 마음 고생도 덜했을텐데...

 

그래도 그는 자신의 아이들인 메이슨과 사만사에게 아빠 노릇하려고 나름대로는 노력 했다.

 기회가 될때면 메이슨과 사만사와 함께 주말에 데려가 즐겁게 놀았고,  

사만사에게 남자친구가 생기자 자신과 엄마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며 피임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또 아이들에게 음악과 운동경기등 다양한 경험들도 시켜주고, 대화도 많이해 아이들과 가깝게지냈다.

그리고 메이슨과 사만사가 자신의 새로운 가족들(부인과 아기)과도

친하게 지낼수있도록 가교역할을 잘했다.

 

이혼한거나 마찮가지인 사람들끼리 다시 친구가 되고

전남자친구의 부인과도 친구가 되는 이해할수 없는 미국문화와

암울한 싱글맘도 뒤늦게라도 다시 공부하면 대학교수가 될수있는 미국 사회시스템을

이 영화를 통해 볼수 있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같다.

 

시간날때면 블로그 글쓰고, 댓글, 답글 적고, 미국과 한국뉴스 읽고나면

영화는 고사하고 티브 시트콤도 한편 볼시간이 없는데

어쩌다 가끔 남편 기분맞춰 주려고 함께 영화를 보면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도 도중에 몇번씩 닭병에 걸리는데,

이 영화는 끝날때까지 눈동자도 안돌린것 같다.

그렇게 대단한 영화도 아니었는데.

이것이 이영화가 가진 은근한 힘이고 감독과 출연진들의 내공인듯.

 

처음시작했을때 완성된 대본도 없이

성인 출연자들과 영화촬영하면서 공동으로 대본을 만들었다는데

아빠 메이슨 시니어는 감독과 메이슨 시니어를 맡은 에튼 확의 아버지와 비슷하고,

메이슨 엄마 올리비아는 올리비아를 맡은 페트리샤 엄마와 비슷하다고.

 

아무튼 장장 12년을 주요배우들이 참여해 만든 역사적인 영화인데다

잔잔한 감동도 있고, 인생과 교훈도 있어 올해 골든 글로버 드라마 작품상을 비롯해 

올리비아로 열연했던 페트리샤가 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에 선정되었으며

영화 전문가들은 보이후드가 수상할것을 예견하고 있다.

나도 이 영화가 수상했으면 좋겠는데 어쩐지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받을것 같다.

 

올리비아의 삶에서 배울것이 많기에 우리학교 여학생들과

10대 딸이 있는 친구들에게 딸과 함께 이 영화를 볼것 적극 권유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영화보고나서 느낀점에 대해 이야기 하자고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할런지 궁금타.

 

그토록 천진난만했던 메이슨이었는데 ...

점점 침울해져  쓸쓸한 메이슨의 모습이 애잔하게 남았다.

울 아들이 메이슨과 같은 이탈을 하지 않은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하나?

 

 

2015.  2.  8. (일)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