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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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방송

아들과 함께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를 보다

앤드류 엄마 2013. 3. 29. 03:32

 

 

                                                                                                          사진 출처:  http://www.lyricopera.org/tickets/productiondetail.aspx?id=13270

이 사이트로 가시면 Preview 를 볼수 있고, 또 유튜브에 Rigoletto 를 검색하시면

오페라 일부를 볼수 있습니다.

 

리골레토는 빅토르 위고의 희곡을 베르디가 오페라로 만든것으로

 '라 트라비아타'와 '일 트로바토레'와 더불어 베르디의 3대 오페라로 불린다.

 

만토바 공작은 하녀든, 그의 절친한 친구의 아내든 딸이든 상관없이

치마입은 여자들을 농락하는것을 낙으로 살아가는 호색가인데,

공작의 궁정광대인 곱추 리골레토는 그런 공작을 부추기며 쾌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리골레토의 유일한 기쁨은 문란한 귀족들의 야수를 피해

몰래 숨겨 키우는 그의 딸 질다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그의 딸 질다가 리골레토의 숨겨둔 정부라 소문이 나고, 만토바의 목표물이 된다.

 순진한 질다는 만토바 공작의 정체와 그의 음흉한 계획을 모르고,

젊고 잘생긴 공작의 유혹에 넘어가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한 딸 질다가 공작에게 농락당한것을 안 리골레타는

복수를 결심하고, 자객을 시켜 공작을 죽이려고 하는데,

 질다는 바람둥이 공작의 실체를 알고도 아버지의 계획을 알고는

공작을 대신해 자객에게 죽고, 딸의 주검앞에서 아버진 광대가 가진 저주라며 절규한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은 당시 프랑스 왕과 귀족들의 부도덕성과 횡포를  고발한 것이지만

검열을 피해 배경을 이탈리아로 옮겨 만든것으로 내용상으로 보면 신파지만  

공연내내 (쉬는시간 포함 2시간 30분) 아름다운 음악에 황홀했다. 

특히 귀에 낮익은 아리아 "여자의마음"이 함께 해서 좋았고,

(사실 여자의 마음은 여자를 흔들리는 갈대에 비유해 조롱하는 내용인데,

워낙 멜로디가 좋은데다 역을 맡은 배우들이 노래를 잘해 유명해진것같다).  

리골레타가 부른 "Cortigiani, vil razza dannata" 가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영화는 인물들을 줌업도 하고해서 뒷자리에 앉아도 배우들의 모습을 볼수있지만

오페라는 뒷자석에서 보니 배우들의 얼굴과 표정을 알수없는것이 아쉬웠다.

오페라 실황을 녹화해 가끔씩 극장에서 상영하기도 하니 다음엔 스크린으로 봐야겠다.

아름다운 노래와 가슴을 적시는 아리아와 함께 좋은 음악이 함께해 행복했는데

배우들의 얼굴과 표정까지 볼수있어면서 훨씬 저렴하고 시간소요도 적어니 더 나을것같다.

 (우리집이 시카고 시내에서 1시간떨어져있어 어제 공연 2시간30분과 한시간전에 있는 강연 30분을

듣기위해 8시간 30분이나 소요되었고, 시카코는 주차비도 장난이 아니고 평일엔 기차값도 비싸다)

   

노래를 원어로 불러 영어자막을 보고 내용을 알수있기에

영어를 모르면 재미도 덜하고, 집중하기도 어려울것 같다.

 

데이빗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소프라노 노래가

너무 고음이고 날카로와 귀가 아팠다며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란다.

그래도 녀석은 한번도 졸지않고 열심히 보았다.  

결혼해서 부인이 오페라 관람을 원하면 어쩔래 했더니, 입장권만 사주겠다고.  

(남편이 한술 더 떠서 너가 오페라를 보고 좋은 교훈하나 얻었네란다)

* 녀석에게도 말했지만 사람은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하는것이 도움이 되기에 

오페라를 한번이라도 보았으니 녀석이 오페라가 어떤것인지 아는것에 만족해야겠다. 

 

 공연중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마치고 무대인사시 살짝 (주요출연진만 무대인사를 했다)

 

 가장 싼 좌석을 찾아 발코니 3층에서도 뒷줄(6층) 을 구입했더니 무대와 너무 멀었다.

다수의 관객들은 준비해온 오페라용 망원경을 이용하곤 했다.

 

* 입장료는 작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층과, 발코니 1층은 보통 300 달러쯤되고,

발코니 2층은 130 - 260달러, 발코니 3층은 95달러쯤 되는데,

시즌티켓으로 구입하면 훨씬 저렴하기에 

오페라를 자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즌테켓을 구입한다.

 

난 운좋게 주중 낮시간에 가끔씩 적용되는 회원용 할인티켓(34달러) 을 구입해

 추가 서비스와 성금을 포함해 2장을 80달러에 구입했다.    

 

 가끔씩 오페라를 즐긴다는 Dolores Guerrero 님 (내옆자리에 앉아 우리사진을 찍어주셨다)

70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고 했더니 나야말로 30대 중반으로 보인다며 놀래신다.

관객들의 70% 이상이 70대 할아버지, 할머니라 놀랍다고 했더니

(의외로 할아버지 혼자 오신분들도 좀 있었다)

수요일 낮공연엔 주로 노인들이 많이 오시는데

젊은 사람들은 학자융자금에 집 융자금 갚아야 하니 돈이 없고,

노인들은 연금이 있으니 이렇게 오페라를 즐길수 있다며

자긴 어제 바하마 크루즈여행에서 돌아왔다고 했다.

 

 한국 노인들은 자식들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하느라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고,

평생 극장에도 한번 못가보신 분들도 많다고 했더니

자기도 42살된 아들이 학자융자금이 아직도 남아있어 여유가 없지만

그것은 아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란다.  

물론 엄마니까 아들을 약간 도와줄긴 하지만 그건 내책임이 아니라며.  

나도 20년후에 이분처럼 여행도 하고,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살아야 할텐데.

그러려면 지금부터라도 일을 해야 되는데...

 

 공연 시작 1시간전에 약 30분동안 이 오페라가 만들어진 경위와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지정좌석이 아니라 덕분에 앞줄에 앉아도 보고, 발코니석도 볼수 있어 좋았다.

 

오페라 관람할때 어떻게 입고 가야할지 복장이 은근히 신경이 써여

예전에 오페라를 보시곤했던 블친 제이님에게 전화로 여쭤보았더니

낮시간엔 무난하게 입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셨다.

 가서 보니 날씨도 추웠지만 관객의 대부분인 노인분들께서

편한 복장으로 오신 분들이 많았다.

  

 2층에서 내려다 본 1층 복도

 

 오페라는 출연배우들의 노래실력과 연기력 못지않게 무대아래서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연주수준 또한 중요하다.   

 

                Lyric Opera of Chicago (1954년 오픈 - 3,563석)

           매 공연 좌석 점유율이 평균 90% 정도 된다고.

 

오페라 극장앞 풍경들 (겨울내 사람구경을 못했는데 사람구경 잘했다)

* 일기예보에 온도가 5도라 하고, 또 복장에 신경쓰느라 온도 겨울 외투를 입고

오지 않았더니, 기온은 5도 였지만, 흐리고 바람이 부니 추워서 고생했다.

시카고 사람들은 다들 알고 3월말이었지만 한겨울차림의 사람들이 많았다.

 

예술에 대한 허영끼인지 호기심인지 오페라를 한번쯤 보고 싶었는데,

입장료도 그렇지만, 공연시간이 맞지 않아 여지껏 마음만 가지고 있다

이번주가 봄방학인데다 평소 친정엄마처럼 날 챙겨주시는 블친님이

우리집을 방문하시게되어 함께 보려고 예매를 했었는데 못오시게되어

중학생 작은아이와 함께 가게되었다.

(미국은 예약, 예매문화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매진되거나 더 비싸게 구입해야된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과 온 부모들이 몇명 있었고,

우리 바로 앞줄에 두아들을 데리고 온 부부가 앉았는데 그들이 쬐금 부러웠다.

 

나도 데이빗처럼 이번 오페라 관람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수도 있겠지만

숙원했던 오페라 관람 첫경험을 아들녀석과 함께 해 기쁘고,

 훌륭한 극장시설과 출연진들이 내 기대를 뛰어넘어 공연내내 행복했기에  

이 시간들이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남게될것 같다.   

 

아름다운 아리아의 음률들이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서 날 행복하게 해주고 

어제공연이후로 수시로 난 "여자의 마음"을 흥얼거리고 있다.

 

 

 

 

2013.  3.  28.(목)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