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막내 시이모와 사별하고 혼자사시던 칠순이 넘어신 시이모부님이 재혼을 하셨다.
시이모님은 오랫동안 지병을 앓고 계셨기에, 장례식 마치고, 4명의 처형들이 제부에게
혼자 외롭게 살지 말고, 좋은 사람만나면 재혼하라고 하셨단다.
친정엄마와 통화하면서 시이모부님의 재혼 이야기를 했더니, 친정 엄마께서 대뜸 "그러니
죽은 사람만 억울하지" 하셨다 (전처가 갖은고생하며, 안쓰고 모은 재산인데,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 남은 남자들이 다시 재혼했을때 새부인은 일도하지 않고, 호사누리며 사는것을 종종
보았기에 그렇게 말씀하셨으리라). 그런 엄마한테, 미국사람들은 살때 억척같이 살지 않고,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한국엄마들처럼 희생하지도 않고, 평소에 본인이 하고싶은것은 하면서
살기에 죽을때 별로 억울해 하지 않는다, 그러니 엄마도 제발 좀 평소에 하고 싶은일하고,
나중에 억울하지 않게 좀 사시라고" 라고 말했더니 말씀이 없어셨다.
예전에 특히 시골의 장례식때 호상인데도 나이든 딸들이 "우리 아버지 또는 엄마 불쌍해서
어쩌나, 그렇게 평생 고생만 하시고, 억울하고 원통해서" 하면서 대성통곡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수있었다.
그런데 그 많은 문상객들은 억울하게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면서도 왜 나는 저분처럼
억울하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못하시는지, 안타깝다.
요즘은 돌아가신분들의 삶이 예전보다 덜 억울하게 사셔서 그런지, 아님 살아계시는 동안
나름대로 효도를 해서 그런지, 호상일땐 예전처럼 통곡하는 딸들이 별로 없는지,
장례식에 다녀온 엄마가 부모상을 당했는데도 딸들이 별로 울지를 않더라며 서운해하시기에,
돌아가시고 나서 많이 울고 적게 우는것이 뭐가 중요하냐고 했더니
그래도 부모가 돌아가셨는데 하신다. 아직도 시골어른들 특히 할머니들에겐 장례식때
자녀들이 많이 울지 않으면 부모와 평소에 정이 별로 없나하고 서운해 하는것 같다.
난 정말 사람들앞에서 대성통곡하지 못하는데 어떡하지"?
미국의 조문 분위기는 한국과 사뭇 다르다. 상주와 첫인사는 조금 숙연하지만,
나중엔 상주와 함께 웃어면서 고인과 함께 했던 즐거웠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고인을 기린다 (조문을 한국처럼 몇일동안 받는것이 아니라 장례식 하루전에 오후부터
저녁 10시까지만 장례식장에서 받는데, 그곳에 고인의 일생을 닮은 사진들을 전시해서
문상객들이 고인의 일생을 돌아보게 해 준다).
미국사람들은 개인과 가족의 행복추구를 항상 우선순위에 두기에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한번씩 자기자신에게도 특별한 선물도 하고 (평소수준에 맞지 않는 호사누리기 - 식사값이
너무 부담스러우면 멋진곳에서 차를 마신다든지, 음악회나 미술관가든지, 영화보기등등)
가족들도 함께 비싼식당대신 저렴한 식당에서라도 한번씩 외식도하고, 남들 가족여행갈때
동네근처에 캠핑을 간다. 그래 비록 물질적으로는 가난하더라도 마음만은 부자인 사람들이
많은것 같다.
또 한국에선 자식들 먼저 보낸 부모중에 따라 죽겠다며 세상이 끝난것같은 사람들이 많은데,
미국에선 자식먼저떠나게 되더라도 더 좋은 천국가서 잘 살고 있다고 믿기때문인지,
늘 가슴속에 그리움을 안고 살겠지만, 그동안 너로 인해 행복했다며, 내가 내딸이고,
내 아들이어서 고마왔다며 작별인사를 한다.
그리고 그 아이를 기념하기 위해 아이 이름을 딴 작은 재단을 만드는 부모들이 많다.
그런사람들을 보면서 난 언제가 될지 알수없는 가족들과의 이별이 깊은슬픔속에서도
행복했던 추억이 아쉬움보다 더 많았으면 한다.
그래 내 가족들을 좀 더 많이 사랑해주고, 더 행복하게 해 주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물론 나도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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