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녀석이 유치원에 다닐때 고등학생을 둔 이웃사람을 부러워했더니, 아이들이 커면 클수록 걱정도 더 커진다면서 지금이 한창 좋을때라 하더니, 점점 그분 말씀이 실감나기 시작한다.
지난 2주동안 천하태평 앤드류녀석때문에 얼마나 속을 끓였는데, 남편이 소를 개울에 끌고 갈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순 없는데, 내가 물을 마시게 하니 앤드류와 문제가 생기는것이라며, 결국은 앤드류가 원하게대로 선택하게 될테니 적당히 하란다. 그래 그럼 시간은 계속 가는데
녀석이 알아서 한다고 하면서 하지않으니 어떡하냐고 했더니, 아주 간단하게 앤드류 일이니 본인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단다. 이제 당신이 집에 있어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속으로 당신도 한번 겪어보라며)
나보단 한참 참을성이 많은 남편이라, 녀석이 잠깐씩 딴짓을 해도 그날까지 해야 할 일들을
한번더 주지시키고 그만이었다. 앤드류는 우수반에 가면 숙제가 많다는 말을 아이들한테서 듣고난뒤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는데다, 원래부터 글쓰기를 싫어하니 진척이 없었다.
나였더라면 벌써 몇번이나 열을 받았을터이기에 남편의 인내력이 새삼 존경스러웠다.
가득이나 시간이 없는데, 녀석이 에세이를 썩 잘하는것이 아니니, 몇번이나 다시 해야 했는데,
앤드류가 완성하고 난뒤에 문제점들을 지적해주고 수정보완해야 할 부분만 체크해주고는 또 자기일을 했다. 속으로 시간이 없는데 혼자 하게 두지말고, 옆에서 좀 지켜보면서, 그때그때 제대로 방향을 잡아주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자기일은 스스로하게 하는 남편의 교육관에 수긍하며, 참견하지 않고 한번씩 확인만했다. 남편의 기대와는달리 녀석의 결과물들이 별로 신통하지않아 남편이 목,금요일 이틀동안 휴가를 내었다 (목요일 오후부터 금요일까지 학부모 - 교사 면담이 있어,
목요일 수업을 1시간일찍 마쳤고, 금요일은 학교휴일이었슴).
그러나 그렇게 인내력 있던 남편도 오늘 마감시간이 임박해지자 앤드류가 고치고 또 고친
내용들이 좋지 않자, 결국 녀석대신 켬퓨터에 앉아 최종 수정을 맡아하게되었다.
남편에게 나보고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하지 말라고 하더니 자긴 아들 대신 물 마신거 아냐고 했더니 중요한것은 대부분 앤드류가 했고, 자기는 마무리 손질만 조금 한것뿐이기에 앤드류가 한거라다. 남편이 아직까지 출장중이어서면 내 속은 숯이 되었을거이고, 아들과는 아군이 아니라 적군이 되었을터였고, 우수반도 물건너갔을터이기에 (지금도 지원자도 많고, 대부분 부모들이나 주의
도움을 받았을터이기에 된다는 보장이 없지만) 이 생각을 하면 주여 감사합니다가 저절로 나왔다.
부모는 아이들이 자기일은 스스로 하게해야 하는데, 녀석이 앞으로도 부모를 믿고 자기 할일을
미루게 되진 않을지? 그리고 녀석의 수준에 맞는 수업(읽기는 잘하지만, 쓰기가 약한데, 고등학교
우수반은 논술을 많이한다고. 남편은 이번 여름방학동안 앤드류에게 쓰기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키겠다고 했다) 을 받게하는 것이 옳은것이 아닌지?
어떤 결정이 옳은 것인지 정말 부모노릇 어렵다.
공고가 시작된 3주전부터 내가 미리미리 하라고 제촉할때 녀석이 알아서 한다며 큰소리치고선...
부모가 자식을 어디까지 믿고 기다려야 하는지?
녀석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더니, 씨익 웃어면서 다음에 또 란다.
고등학교 우수반진학시키려고 이 법석을 떨었는데, 녀석이 대학갈땐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감시간 30분을 남겨두고 서류를 모두 제출하고 얼마나 홀가분했는지...
자식이 뭔지?
2010. 1. 29 (금)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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